지난 해 초 제8구단으로 히어로즈가 들어섰을 때 프로야구계에 한파(?)가 급습했습니다. 히어로즈는 기존의 구단과 달리 스폰서 업체와 광고 수입, 네이밍 마케팅만으로 구단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하고 선수들의 연봉 거품 제거와 구단 운영비를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히어로즈는 팀 전체 선수들의 연봉을 평균 30% 가량 삭감하고 특히 나이 많은 선수들에게는 전년도 성적에 관계없이 최고 73%를 깎는 초강수를 두어 ‘지나친 후려치기’라는 비판을 들었습니다. 지난 해 히어로즈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29억 1200만 원인데 그 전 해 현대 시절의 41억여 원에 비해 약 30%가 깎여 삼성에 비해서는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당시 박노준 단장은 “우리 현실상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많아 구단의 적자폭이 커졌다. 4년에 60억 원을 받는 것은 너무하다. 최고 선수는 3억~4억 원, 중간급 선수는 8000만 원~1억 원, 신인은 현재의 2000만원보다 더 많이 책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구체적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선수 연봉 등급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히어로즈의 이 같은 움직임을 지켜본 다른 7개 구단 프런트 책임자들은 모두가 “프로야구단이 상당한 적자를 보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도 내년에는 거품 낀 선수 연봉을 줄여나가는 등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바람에 선수들은 올해부터는 연봉 삭감 태풍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당시의 분위기와는 영 딴판입니다. “언제 그런 이야기가 오고갔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전처럼 특히 고액 연봉 선수들은 저마다 대폭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구단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연봉 올려주기에 경쟁적입니다. 지난 해 8년만에 가을 잔치에 참가한 롯데는 최근 간판 타자 이대호와 연봉 협상 첫 만남에서 작년(3억 6000만 원)에 비해 3000만원 가량 깎겠다고 말을 꺼내자 상당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구단측은 이대호가 지난 해 타점 부문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2007년에 비해 떨어지는 성적을 올렸기에 일단 운을 띄운 것인데 당사자와 팬들로부터 거부 반응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상구 롯데 단장은 “첫 테이블이고 실제적으로 성적이 나아진 게 없어 그렇게 제시했는데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간 것을 앞세워 올려야 한다고 하니 난감하다”고 말했습니다.“이런 판에 1년 전에 2009년부터 구단 전체 예산을 10~20%씩 줄여나가겠다는 이야기는 완전히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다”며 구단 구조조정은 물건너 갔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FA(자유계약선수)제도의 무리한 점을 제거한다고 2년 전 ▲ FA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옮길 경우 전년도 연봉의 50% 이상 인상 금지 ▲ FA 선수의 다년 계약 금지 ▲ 위의 조항을 위반했을 시는 계약이 무효가 되고 선수와 구단은 임의탈퇴와 직무정지 처분한다 고 개정했으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FA 선수가 다년 및 50% 이상 비밀 계약을 작성하고 외부에는 1년 계약에 50% 이하 인상했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인데 수년간 연봉 6억~8억 원을 받고 별도로 10억 원 이상의 계약금을 챙기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해 전과 영 딴판인 분위기에 대해 많은 팬들과 야구인들은 ▲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 많은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구단이 엄청난 적자를 보는 데 선수가 수십억 원을 챙기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이고 ▲ 고액 연봉 거품을 빼자는 움직임이 1년 전에 호응을 얻었는데 전체 국민이 11년 전 환란 위기를 다시 겪고 있는 이 마당에 많은 돈을 달라는 것은 위화감을 준다고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연봉 삭감 이야기가 줄어든 때문인지 매년 이맘때쯤 나오던 선수들의 합동 훈련 기간이 야구 규약에 위반 됐다는 항의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8개 구단은 1월 5일부터 합동 훈련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야구 규약에는 분명히 매년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두 달간은 경기를 하지 못하고 합동 훈련도 실시하지 않기로 해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선수들이 자유 의사로 훈련을 요청하면 개별적으로 펼칠 수 있고 전지훈련을 위해서 선수들이 요청하는 경우 1월 15일부터 훈련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단이 5일 합동 훈련을 시작하고 6일부터 해외 전지훈련을 위해 떠나는 실정입니다. 구단과 선수들이 법 질서를 깨뜨리고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이 같은 모습은 요즘의 정치판과 다름 없습니다. 씁쓸하지만 야구단과 선수들이 보다 재미있고 질 높은 경기라도 보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