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사람은 자신을 송두리째 사로잡는 어떤 것을 만난다 너에겐 야구가 바로 그것이었다....그렇게 야구에 몰두한 덕분에 너는 프로야구계에 데뷔했다 승부를 겨루는 프로야구계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야구 이외의 삶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기엔 야구에 들인 시간이 너무 많았다 넌 이미 야구에 중독되어 있었다 야구는 너에게 끊을 수 없는 마약이었다
-성미정의 시집 가운데 ‘야구 혹은 마약’에서 발췌 인용
최근 대형포수 기근현상이다. 한국 야구사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포수로는 삼성 감독을 지낸 우용득 씨(현 KBO 경기운영위원)를 꼽는 이들이 많다. 그는 현역(대구상고, 한일은행) 시절 강한 어깨와 투수리드 솜씨, 타격과 포구 능력은 물론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까지 지녀 그야말로 포수로서는 보기 드물게 공, 수, 주 3박자를 두루 갖춘 인물로 평판이 났다. 그런 대형 포수를 이제는 보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중, 고교 야구 재목감들이 힘들고 고된 포수 노릇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수 자리는 야구판의 3D 업종이나 마찬가지이다. 보통 한 경기에 완투하는 투수가 던지는 공의 수를 120로 치면 포수는 공을 잡을 대마다 ‘벌을 서듯이’ 앉았다, 일어섰다를 되풀이해야 한다. 게다가 포수는 다른 야수들과는 달리 3㎏ 이상 나가는 보호장구(마스크 0.9㎏+ 가슴 프로텍터 1㎏+ 렉가드 1.3㎏)를 항상 착용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한 경기를 혼자서 감당해낼 경우 몸무게가 1~2㎏은 준다는 것이 포수들의 말이다.
포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멀리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2008시즌 한국시리즈를 연패한 SK 와이번스는 김성근 감독이 주전 포수 박경완 때문에 팀 우승이 가능했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박경완은 무려 4차례(현대 시절 2차례 포함)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왕년의 인기구단이었던 LG 트윈스가 하위권으로 내려앉은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포수진의 안정감 부족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조인성(34)이 노장 김정민(39)과 갈마들며 안방을 지켰지만 흡족할만한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포수가 살아야 팀이 산다. LG는 지난 8일 시무식 때 조인성을 팀 주장으로 공식 임명했다. 팀 재건의 막중한 짐이 그의 어깨에 부려진 것이다. 이제 그도 프로 선수생활이 10년 세월을 넘어 어느덧 12년째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손으로 팀 우승을 일궈내지 못했다. 당연히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인성은 주장 완장을 찬데 대해 “2005년 이후 두 번째로 주장을 하게 됐다. 프로에 와서 지금까지의 나를 LG 트윈스가 만들어줬다”면서 “(올해로)12년 차다. 이젠 팀을 위해 뭔가 나서야 겠다는 생각이다. 침체된 LG 야구의 선봉장으로 신바람 야구를 부활시키겠다. 성적이 나쁠 때 후배와 팀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다짐했다.
작년 LG 구단과 첫 FA 계약을 맺었던 조인성은 부진했다. 그 원인을 당사자는 잘 알고 있었다. 조인성은 이렇게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
“작년 FA 첫해에 팀 전체적으로 대화가 많이 부족했다. 팀의 주축인 내가 나서서 풀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내 잘못이다. 또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몸도 정상이 아니었다. 몸과 마음 양면에서 고생한 해”라고.
원숙한 경지에 접어들고 있는 조인성은 “야구는 각자의 위치에서 잘해야 한다. 개인의 목표를 높게 잡고 각자가 그 목표에 도달하면 팀 성적은 자연히 올라간다”면서 올해 개인적인 목표를 뚜렷이 밝혔다.
그의 목표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성적을 냈던 2007년 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타율 2할8푼, 홈런 15개, 타점 70개 이상이다.
조인성은 팀이 지난해 창단 이래 두 번째 꼴찌를 기록한데 대해 LG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 맹반성했다는 얘기이다.
조인성은 “항상 LG 트윈스라는 팀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선수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성적하락으로 자랑스러운 LG 트윈스의 이름에 손상을 주는 것 같아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특히 팬들께 죄송했다”면서 “하지만 그 속에서 뼈를 갈았다. 구단, 선수, 팬 모두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지만 특히 팬들의 마지막 자존심은 반드시 지켜드리겠다.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를 하기 위해 다시 시작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인성은 MBC~LG 출신의 대형포수인 심재원(작고)-김동수의 맥을 잇는 대형포수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또 그만큼 활약도 보여줬으나 팬들은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의 포수에 대한 생각, 후배 포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어보자. 조인성은 초등학교(서울 수유초) 4학년 때부터 신일중, 고와 연세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줄곧 25년째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조인성은 “일반적으로 포수는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포지션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더 힘든 건 정신적 스트레스다. 게임에 진 날이면 밤에 200여 개의 공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투수는 5일에 한번이지만 포수는 매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배우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나에게 부족한 투수리드 능력을 키울 것이다. 타격 능력과 도루 저지 능력도 더 향상 시킬 것이다. 목표는 높다. 예를 들면 도루저지 목표는 6할이다. 난 욕심이 많다.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잘하는 것은 더 잘하고 싶다. 공격형 포수, 수비형 포수 하는데 공격과 수비 모두 잘하는 LG를 넘어 대한민국의 대명사가 되는 포수가 되고 싶다”며 그는 욕심을 부렸다.
조인성은 후배포수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포수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가장 많은 포지션이다. 힘든 만큼 남보다 먼저, 남보다 많이 준비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예습, 복습, 데이터 분석 등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는 포지션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포지션이고 그만큼 어려운 자리지만 자부심을 갖고 해라. 나는 포수 장비를 착용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후배 너희들도 그걸 느껴라”고.
그의 마지막 말은 인상적이다. “다들 4강 전력을 목표하지만 난 최소 4강이다. 4위가 아니라 4강이다.”
LG 구단은 올해 질 수는 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승부의 끈을 놓치않는, 포기하지 않는 팀으로 거듭나겠다는 기치를 높이 들었다. 그 선봉에 조인성이 서 있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