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꽃은 홈런입니다. 경쾌하게 “딱!” 소리가 나면서 타구가 외야 담장을 넘어가는 장면은 탄성이 절로 납니다. 3루타는 홈런 못지않게 보는 사람을 짜릿하게 만듭니다. 홈런이 통쾌하고 눈을 즐겁게 하는데 비해 3루타는 타자가 3루까지 전력 질주하고 타구가 그라운드를 전전하는 10여초 동안 관전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긴박감을 줍니다. 스릴이 넘치게 만드는 3루타는 홈런보다 기록하기가 어렵습니다. 몸이 뚱뚱한 장채근은 선수 시절(해태 타이거즈) 장타를 많이 날렸지만 3루타는 한 개도 없고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는 3개, 최준석(두산 베어스)은 2개를 이제까지 기록하는 등 3루타는 발이 빠르고 3루까지 달린다는 도전 의식이 강해야 가능합니다. 덩치 큰 양준혁(삼성 라이온즈)이지만 통산 25개를 기록한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프로 13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에서 개인 통산 최다 3루타는 샘 크로포드(신시내티. 1899~1917)의 312개인데 비해 최다홈런은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1986~2007)의 762개인 것을 보면 3루타가 홈런보다 두 배 이상 기록하기가 힘듭니다. 빅리그 현역 선수로는 스티브 핀리(콜로라도)가 124개로 제일 많이 기록하고 있고 케니 로프튼(텍사스. 116개), 저니 데이먼(뉴욕 양키스. 92개)이 2, 3위에 올라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3루타가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한편 일본의 역대 최다 3루타는 후쿠모토 유타카(福本豊)의 115개이고 현역으로는 무라마츠 아리히토(村松有人. 오릭스)가 65개를 때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미국과 일본의 기록과 비교해 보면 전준호(40. 히어로즈)가 세우고 있는 3루타 100개는 대단한 기록입니다. 역대 최다 홈런은 장종훈 한화 코치의 340개이고 양준혁이 339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3루타는 홈런에 비해 3분의 1도 안되는 셈입니다. “프로 18년동안 3루타를 100개 기록했는데 그중에 100번째 친 3루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른 3루타는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지 뚜렷하게 생각나는 것은 없으나 기념비적인 100호는 생생합니다. 프로 데뷔전에서 3안타를 때린 기억과 함께 소중합니다” 마산고-영남대를 거쳐 1991년에 롯데에서 데뷔한 전준호는 그해 4월 5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개막전에 출전해 류명선 김상엽 김성길을 상대로 무려 3안타를 뽑아내며 화려하게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100m를 11초대에 달리는 전준호는 빠른 발과 좌타자의 잇점을 살려 3루타 부문에서도 단연 앞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나이 마흔이던 지난 해 100개 3루타를 5개 남겼는데 정규 시즌이 거의 마치기 직전까지 99개만 기록해 한 해를 넘기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10월 3일 목동 홈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0-2로 뒤지고 있던 2회말 김선우를 상대로 4점째를 뽑는 통렬한 우월 3루타를 때려 대망의 3루타 100개를 마크했습니다. 묘하게도 전준호의 99호는 9월 7일 목동구장-김선우-2회말 등 100호와 똑 같은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역대 통산 3루타 2위는 현재 히어로즈 코치인 김응국(롯데)의 61개이고 3위는 김광림 두산 코치의 50개입니다. 현역 선수로는 정수근(롯데)이 50개, 이종렬(LG)이 41개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3루타 6개로 2위를 기록한 이용규(24. KIA. 통산 25개)가 전준호의 대기록을 뛰어넘을 유력한 후배인데 앞으로 10년 정도 후에나 100개 이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타석에서 3루까지 92m 거리를 타자주자가 달리고 슬라이딩을 하기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3루타는 프로 출범 이후 27년동안 팬들에게 장쾌한 홈런과 더불어 명승부, 추억에 남을 순간을 각인 시킨 게 많습니다. 아마도 가장 기억에 남는 3루타는 1986년 9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OB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터진 베어스의 김형석의 투런 홈런에 이은 신경식의 3루타일 것입니다. 9회말까지 롯데가 3-1로 앞서 있었고 마운드에는 최고투수 최동원이 던지고 있어 게임이 자이언츠의 승리로 예상되던 순간, 김형석은 장쾌한 동점 투런 호머를 날렸고 이어 ‘학다리’ 신경식은 우월 3루타를 때렸습니다. 한 순간에 카운터 펀치 두 방을 맞은 최동원은 3루타을 맞고 으레 3루수 뒤를 커버해야 하는데 정신이 없어서인지 제대로 수비를 않는 통에 외야에서 중계된 송구는 3루수 뒤로 또 빠져 신경식은 홈까지 뛰어들며 결승점을 뽑고 경기를 종료 시켰습니다. 야구의 진수인 홈런과 3루타가 9회말 마지막 순간에 동시에 터지는 바람에 OB는 반경기 차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될 뻔하다가 반 경기 차이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리라 믿었던 MBC 청룡을 제치고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최동원은 ‘운명의 한방’을 얻어 맞는 바람에 1승만 보태면 3년 연속 20승이란 대기록 수립이 물거품이 됐고 행운의 승리를 따낸 베어스 투수 최일언 때문에 해태의 선동렬은 유탄을 맞고 승률왕 타이틀을 내주면서 투수 3관왕 달성 기회도 날아가는 등 갖가지 에피소드를 낳았습니다. ‘깜짝’ 3루타로는 기아 투수 이대진의 한방이 생각납니다. 2002년 7월 2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KIA-LG의 경기는 6회까지 트윈스가 5-4로 앞섰습니다. 7회초 타이거즈는 ‘야생마’ 이상훈으로부터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여기서 김성한 KIA 감독은 어깨 부상으로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한 이대진을 대타로 내보냈습니다. 타격에 소질이 있었던 이대진이었으나 이때까지 9타수 무안타였습니다. 볼카운트 2-2에서 이대진은 시속 146km의 이상훈의 강속구를 받아쳐 중견수 이병규 키를 훌쩍 넘는 역전 결승 3타점 3루타를 터뜨려 잠실구장 관중석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었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한 경기 승부 뿐아니라 한 해 최종 승자의 향방을 돌려놓은 3루타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습니다. 2007 한국시리즈는 두산이 예상을 뒤엎고 초반 2연승으로 우승을 눈 앞에 두었으나 3차전에서 불거진 빈볼 소동으로 인해 팀 분위기가 SK로 넘어가면서 2승2패의 호각지세가 됐습니다. 10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5차전에서 두산은 계속 득점 기회를 가졌지만 살리지를 못하고 양팀 0의 행진을 이어가다가 8회초 SK 선두타자 조동화에게 내야안타를 맞고 2루수 고영민이 악송구도 범해 무사 2루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기서 와이번스의 3번 김재현은 두산의 랜들에 이어 등판한 신인 임태훈을 두들겨 오른쪽 담장을 맞추는 적시 3루타로 결승점을 뽑아내며 석점을 추가해 4-0으로 완승했습니다. 3차전에서 결승타, 4차전에선 결승점을 기록한 김재현은 6차전에서도 쐐기 홈런을 날리는 등 맹활약해 시리즈 MVP에 선정됐죠. 2002년에 고관절 수술로 선수 생활 지속 여부가 불투명했던 김재현은 LG에서 SK로 옮긴 뒤 대타로 주로 출장했는데 RM 때 3루타 등 불꽃타로 잊혀졌던 명성을 되찾았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