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는 일지를 살펴보면, 1981년 12월 11일 오후 2시에 서울 롯데호텔에서 프로야구 창립 총회를 갖고 정식 출범한 것으로 돼 있다.
그 날 롯데 자이언츠, 삼미 슈퍼스타즈, 삼성 라이온즈, MBC 청룡, OB 베어스, 해태 타이거즈 등 6개 구단 대표들이 모여 부산(롯데), 인천(삼미), 대구(삼성), 서울(MBC), 대전(OB), 광주(해태)를 본거지로 확정짓는 정관을 통과시키고 초대 총재에 서종철 반공연맹 이사장을 추대한 것으로 나와 있다.
팀 창단은 OB(1982년 1월15일)가 가장 먼저였고, 그 뒤를 이어 MBC(1월26일), 해태(1월30일), 삼성(2월3일), 삼미(2월5일), 롯데(2월12일) 순으로 구단 간판을 내걸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창립 총회를 열었던 12월11일을 기념해 해마다 같은 날에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갖는다. 출범 당시 정해졌던 프로야구단의 프랜차이즈(지역연고권)는 그 후 약간의 분화 과정을 거쳐 현재 8개구단 체제로 확장되긴 했지만, 30년 가까운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큰 테두리에서 변화한 것은 별로 없다.
그 사이, 1986년에 빙그레 이글스가 대전을 연고로 창단해 OB가 서울로 이사를 했고, 1991년에 쌍방울 레이더스가 해태의 연고지였던 전주에 또아리를 틀었다가 해체된 뒤 빈 곳이 됐다. 현대 유니콘스가 연고권을 이어받았던 인천에는 SK 와이번스가 자리를 잡았고(2000년), 현대는 수원으로 이전했다가 팀이 사라졌고 그 후신격인 히어로즈가 서울 목동구장을 홈구장으로 삼고 2008년 한 해를 버텨냈지만, 아직 서울 연고권 시비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안고 있는 해묵은 현안은 크게 나누어보면, 구장 현대화와 신규 구단 창설이다.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KBO 총재 선임 문제도 현안 해결의 끈과 맞닿아 있다고 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지금 시점에서‘힘 있는 총재와 열정 있는 총재, 그 어느 쪽이 프로야구계에 도움이 될 것이냐’하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과연 프로야구가 10개 구단으로 가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하는 부분은 논쟁의 여지를 남겨두겠다. 어쨋든 야구인들은 새로운 구단이 들어서야 아닌말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고 살판이 난다’고 믿고 있다. 한마디로 새 구단 창단이 야구인들의 염원인 것이다.
가정이지만, 만약 제9, 10구단이 들어선다면 그 연고지는 어디로 정해야할까. 현재 서울에 3개구단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선 후보지는 제2의 도시인 부산이 될 게 틀림없다. 부산은 야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으로 구단 한개를 더 만들어도 그 열기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야구인들은 믿고 있다. 동시에, 연고권을 내주는데 대해 완강한 거부의사를 갖고 있는 롯데 구단과의 관계 정리가 신생팀 창단의 열쇠가 될 것이다.
사실, 1990년대 중반 무렵에 KBO에 국내 굴지의 H 기업 등이 부산, 마산 지역을 연고권으로 한 팀 창단을 타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롯데 구단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창단이 실현되지 못했다. 새 팀 창단은 프로야구계가 풀어야할 핵심 과제인 셈인데, 앞으로 그 해법을 어떻게 찾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한가지 주목할만한 움직임은 있다.
KBO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의 하나인데, 빠른 기간 안에 관중 2만 5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구장을 갖추지 못한 도시는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의지와 능력이 없는 곳으로 간주하고, 구단을 철수시키겠다는 구상이 그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도시마다 프로야구단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한국의 프로야구 연고 도시들은 너무 구단 위에 군림하려고만 들고 구장 시설 개선 등에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KBO는 이같은 강한 충격 요법을 써서라도 무성의한 도시를 퇴출시키고 야구장 인프라 확충이라는 케케묵은 숙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퇴출 우선 대상은 대구, 대전, 광주 등의 도시가 될 것이다.
정작 가장 큰 난제는, 그런 숙제를 풀 수장(총재)이 언제쯤 나타날 것인가하는 점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까.
홍윤표 OSEN 대표기자
만원 사례를 이룬 부산 사직구장(위)과 서울 잠실구장의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