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영화와 배우] [‘트레인스포팅’ 그 후 12년]
90년대 방황하는 청춘이었다면, ‘트레인스포팅’(96’)을 기억할 것이다. 이완 맥그리거가 있었고 방황하는 청춘이 있었으며, 가슴이 터질것같이 끊임없이 앞으로 달려나가는 젊음이 있었던 영화였던 ‘트레인스포팅’(96’)을 만들었던 대니 보일이 이번에는 영국이 아닌 인도로 배경을 옮겼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트레인스포팅’(96’)이 제작돼 97년 초 개봉된 지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대니 보일도 그때보다는 훨씬 여유있어졌고 부드러워졌다. 영화는 인도 뭄바이라는 도시의 슬럼가로 카메라를 가져간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같다. 버려진 이들이 펼치는 새로운 삶에대한 도전 혹은 발버둥정도이다. 다만, ‘트레인스포팅’(96’)에서 마약이었던 매개체가 ‘슬럼덕 밀리어네어’(08’)에서는 퀴즈쇼로 바뀌었을 뿐이다.
12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대니 보일의 화두는 여전히 미래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도전하는 방황하는 젊음이다.
[기회의 땅 인도]
물론 원작 자체가 인도를 배경으로 쓰여진 것이라고는 해도, 흥행이나 대중성을 생각해야될 영화 제작자와 대니 보일이 그대로 인도에서 촬영을 감행했다는 사실은 꽤나 의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니 보일은 인도 뭄바이의 슬럼가에서 사는 아이들을 직접 영화에 캐스팅하기 까지 한다. 물론 그 아이들은 연기 경험이 일천한 평범한 빈민가의 아이들이었다.
영화는 인생의 기회란 것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더 좋은 삶으로 만들어내기위해 노력하는 젊음이 영화의 모토이다. 그리고 영화는 영화 안에서의 인생의 기회를 넘어서서 실제 빈민가에 살고있는 아이들에게 인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영화에 출연한 빈민가 출신 아이들에게 영화 제작사와 대니 보일은 출연비 대신 평생 교육비 제공을 약속했다. 원한다면 가고싶은 학교는 어디든 갈 수 있고, 하고싶은 공부는 뭐든 할 수 있다. 영화의 내용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분명 이 영화도 뭄바이에 사는 빈민가 아이들에게 기회의 손을 내밀었다. 영화에 그치지 않는 영화 그게 ‘슬럼덕 밀리어네어’(08’)다.
[찬사의 연속]
지난 베니스 국제 영화제를 통해서 첫 선을보인 ‘슬럼덕 밀리어네어’(08’)는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곳 저곳의 영화제나 시상식의 단골 손님이다. 영화는 영화제나 시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던 감독 대니 보일에게 수많은 감독상을 안겨주고 있다.
올해 최대의 라이벌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08’)와 현재까지 4번의 맞대결을 펼쳐서 4번다 승리를 거두었다. 이제 남은 상은 단 하나, 오스카 뿐이다. ‘슬럼덕 밀리어네어’(08’)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08’)는 각각 10개 부분과 13개 부분에 후보로 올라있다. 그리고 감독, 작품상, 각색, 촬영, 음악, 편집 등 많은 부분에서 두 영화는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08’)와 ‘슬럼덕 밀리어네어’(08’)의 승자는 2월 22일 밝혀지게 될 것이다.
[글 : 이승용 해외영화 블로거]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