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제17대 총재로 유영구(63)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추대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신상우 총재가 물러나면서 야구단 사장들은 간담회 후 유영구 이사장을 추대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간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함에 따라 2월 9일 정식 이사회를 열고 유영구 씨를 다시 추대한 것입니다.
유영구 이사장은 명지학원 이사장으로 교육계에서 덕망있는 인사로 정평이 났습니다. 야구계와는 1970년대 실업야구 시절부터 관심이 커 야구인들과 교류해 왔으며 1990년 창단한 LG 트윈스의 고문으로, 2003년에는 KBO 원로 고문단으로, 서울 돔구장 추진 위원장으로 깊은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야구인들과는 친분이 적어 이번의 사장단 모임에서는 전폭적인 찬성을 얻어내지 못해 이날 이사회는 4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힘들게 만장일치 추대를 끌어냈습니다.
따라서 유영구 내정자는 총재로 일하게 되면 가장 먼저 자신의 추대를 꺼렸던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이사회는 “이번 총재는 지지난번 박용오 총재처럼 무보수로 일하고 업무 추진비와 활동비(월 1000만 원 가량)만 받는 명예직 총재직으로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모았으며 유 이사장이 이를 받아들이고 야구계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오는 15일께 열리는 구단주 총회에서 최종 결정 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영구 이사장은 이날 저녁 어느 스포츠 전문지와 전화 통화에서 “야구계에서 일하는 것은 행복하다”며 총재직을 무난히 받아들일 뜻을 밝혔습니다.
유영구 이사장이 총재를 맡으면 프로야구 내 단합과 더불어 최근 새로 출범한 강승규(한나라당 의원) 회장의 대한야구협회가 아마야구인만으로 이끌고 가려는 이탈 조짐에 대해서도 야구계 대동단결을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할 지 관심이 갑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모임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유영구 이사장 이름이 거론된 한 달 전부터 반대 성명을 낸 것에 대해 해명이 필요합니다.
선수협은 유 이사장이 예전의 명지건설을 이끌면서 부도가 나고 검찰 수사가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 부문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나섰습니다.
유 이사장 측근은 “명지건설은 2년 전 대한전선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으나 검찰에서 최근 무혐의 처분으로 끝났다”고 밝히고 있으나 유영구 이사장이 총재에 오르면 이 문제부터 직접 밝혀야 선수 전체가 납득할 수 있습니다.
골치 아픈 과제를 여럿 떠 안게 된 유영구 이사장에 대해 그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친화력이 풍부하고 많은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온 분이기 때문에 힘든 문제라 하더라도 잘 처리할 것으로 본다”고 프로야구 수장이 된 것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유영구 이사장이 그동안 주로 교육계 인사로 활동했기에 “현장 경험이 부족하고 실무 추진력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에 대해서 어느 체육계 인사는 “물론 맞는 말이지만 유 이사장은 알려진 것보다 발이 넓다”면서 “경기고-연세대 출신으로 폭넓은 인맥이 있어 야구계 현안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야구계의 현재 가장 큰 과제는 ▲ 8개 구단 야구장을 팬들이 불편하지 않게 개선하고 지방 구장은 좀 더 크게 건설하고 ▲야구를 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프로에 가지 못하더라도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실업야구팀을 10개 이상 만들고 ▲돔구장을 건립해야 하고 ▲누구나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성하도록 만들며 ▲프로야구단을 현재 8개 구단에서 10개 내지 12개 구단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소망입니다.
프로야구 27년동안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총재를 많이 맡았으나 실제 야구계 문제를 속시원하게 풀어 준 인물은 없었습니다. 유영구 이사장이 새로 총재가 된다해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대다수 야구인들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야구와 깊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유 이사장이 그동안 실무 추진력이 부족했다해도 평소의 대인 관계와 친화력, 합리적인 운영 방식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면 말 많던 프로야구 총재에 적임자로 3년 후 평가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유 이사장은 명지학원장 외에 한국국가기록연구원과 한국문화유산신탁의 이사장이자 연암문고를 만든 주인공으로 문고를 총괄하는 분야에서 활동한 점이 주목할 만 합니다.
야구는 육상, 수영을 뛰어넘는 기록경기인데도 프로야구는 20년 넘게 기록 부문에서는 취약했습니다. 기록 관리를 중시하는 그가 메이저리그의 10분의 1도 안됐던 우리 야구 기록 부문을 상당히 개선하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유 이사장은 ‘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루이사)협회’ 회장을 맡아온 게 눈에 띕니다. 전신성 난치병 홍반성 낭창병인 루푸스를 앓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의 대표로서 알려지지 않은 봉사활동을 한 경력이 돋보입니다.
또 ‘21세기 스포츠포럼’의 윤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스포츠 윤리강령 및 실천 규범안을 만들고 경기에서의 불공정 행위와 금품 스캔들 등을 추방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높이기 위한 운동을 주도한 경력이 프로스포츠계에서는 절실하게 필요한 싯점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명지학원 제공
KBO 이사회 모습. 그 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던 KBO 총재직의 빈자리가 진통 끝에 유영구 이사장으로 낙착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