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김응룡 사장, “WBC 대표팀, 본선 진출만 해도 괜찮다”
OSEN 기자
발행 2009.02.17 08: 00

“우승하길 원하십니까?”
“3년 전처럼 4강을 바라십니까?”
“4강 이상은 아니더라도 일본만큼은 이겼으면 좋겠습니까?”
“아니면 대만을 제치고 본선에 진출하면 되겠습니까?”
“지역 예선에서 탈락하더라도 다만 세대교체된 대표팀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괜찮겠습니까?”
오는 3월에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의 마음고생이 심합니다. 최고 유격수 박진만이 어깨 통증으로 출전하기 어렵게 된데다 마무리 투수 김병현이 하와이 대표팀 훈련이 시작된 16일 발목 부상과 여권 분실을 이유로 참가하기 어렵다고 통보해와 결국 엔트리에서 제외 시켰습니다.
“아마 본인도 황당한 일을 겪은 것 같아 불참을 알려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처구니 없는 사유이고 내가 더 황당하다.”
“대표팀을 맡고 지난 4개월간 너무 힘들고 속상한 일이 많았다.”
“경기 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일찌감치 이승엽, 박찬호 등 대들보격이던 해외파가 사퇴한데다 이종범, 이병규, 김동주, 박재홍, 홍성흔, 진갑용 등 굵직한 멤버들이 빠지고 유격수 백업 요원 박기혁마저 갈비뼈 통증을 호소하고, 임창용도 최근 허리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하겠다고 알려와 난감하게 됐습니다.
이런 사정을 전해 들은 대표팀 사령탑의 원조 김응룡 삼성 사장은 “대표팀이 어렵게 돼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예전에 니카라과 슈퍼월드컵대회에서 우승할 때나 시드니 올림픽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따낼 때도 몇 몇 주전선수들 부상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대체 요원들이 비교적 잘해 주어 어려움을 이겨냈다. 이번에도 기대 이상 잘해주는 선수가 나올 것이다”며 대표팀의 분발을 촉구했습니다.
김 사장은 또 “우리가 지난 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기에, 3년 전 WBC 대회서 4강에 올랐기 때문에 이번 대표팀은 부담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풍부한 야구 인적 자원을 갖춘 나라가 아닌 상황에서 세대교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도 무어라 탓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면서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지나친 부담감은 떨쳐버리라고 당부했습니다.
김 사장은 이어 “일본 예선에서 대만을 제치고 본선에 나가는 정도면 되지 않겠어?”라고 개인적인 희망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역 예선에서 우리가 일본전에서 질 경우를 가정하면 패자부활전이 적용되는 이번 대회 규정 때문에 대만을 두 번 계속 꺾어야 하므로 쉽지가 않습니다. 대만이 미국과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불참해 전력이 약화됐다해도 도깨비 같은 팀으로 상당히 껄끄럽습니다.
지난 해 아시아 시리즈에서 한국시리즈 우승팀 SK가 일본 챔피언 세이부를 이기고도 대만의 챔피언 퉁이 라이온즈에 황당한 패배를 당해 3위에 그친 전례를 잘 참작해 대비해야 합니다.
프로야구 27년 사상 이번처럼 대표팀 구성에 말이 많고 불참 선수들이 늘어난 사례는 처음입니다. 야구인들도 그래서 이번 WBC 대회 성과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지만 세대교체된 대표팀의 달라진 모습에 관심이 큽니다.
우려 섞인 시선이 많은 가운데 야구인들은 특히 이번에 달라진 중심타선인 1982년생 동갑내기들인 추신수(클리블랜드),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 트리오가 얼마나 국제대회에서 통할 수 있을 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 베이징 올림픽에서 기동력 야구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이용규(기아), 정근우(SK), 이종욱(두산), 고영민(두산)의 ‘발야구’가 다시 한번 국제대회를 휘저어 놓을 지가 관심사입니다.
그리고 윤석민(23. KIA), 류현진(22. 한화), 김광현(21. SK) 등 20대 초반의 선발 멤버들이 앞으로 미국이나 일본 프로의 확실한 스카우트 대상에 오를만큼 잘 던지느냐가 초점입니다.
김병현을 엔트리에서 제외 시킨 후 “오늘부터 합동훈련인데 이제는 더 이상 속상할 일이 생기지 않겠지”라고 그나마 자신감을 내비친 김인식 감독과 새로운 모습의 대표팀에겐 팬들의 따뜻한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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