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일본야구대표팀의 제 1라운드(아지아 지역 예선) 선발 로테이션의 윤곽이 드러났다.
일본 매스컴의 보도를 종합하면, 하라 다쓰노리(51) 감독이 1차전 다르빗슈 유(23. 니혼햄 파이터스), 2차전 마쓰자카 다이스케(28. 보스턴 레드삭스), 3차전 이와쿠마 히사시(28. 라쿠텐 이글스)로 내정해 놓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번 WBC 1라운드의 초점을 한국에 집중시켜놓고 있다. 2006년에 벌어진 1회 WBC 때 한국에 두 차례나 패한 호된 경험을 겪었던 그네들로서는 당연하다고 하겠다. 비록 이상한 대회 룰 덕분에 기사회생, 우승을 일궈내긴 했지만, 일본은 당시의 뼈저린 패배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2008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두 차례나 쓴 맛을 본 일본이 한국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것 또한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일본의 이같은 분위기는 매스컴의 논조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는 지난 2월17일치 가십기사를 통해 ‘일본에 낭보-김병현, 여권분실로 대표팀 탈락’이라는 제목을 달아 김병현의 불참을 반기고 있다. 그 기사에는 한국의 잠수함형 우완투수 김병현(30)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54승(60패) 86세이브를 마크했고, 2006년 WBC 준결승에서는 일본의 후쿠도메에게 홈런을 얻어맞았다고 적시하면서 한국팀의 반응을 전했다.
일본의 훈련은 오로지 한국을 2차전 맞상대로 예상하고 가상 훈련을 벌이고 있다. 어차피 예선 1차전 상대인 중국은 당연히 이길 것으로 보고 2차전에서 한국-대만전의 승자를 한국으로 상정, 2006년의 두 차례 수모를 되갚겠다는 의지를 북돋우고 있는 것이다.
지바 롯데 마린스의 에이스인 언더핸드드로형 와타나베 슌스케(33) 같은 투수는 아예 이대호(27. 롯데 자이언츠)를 가상 타자로 삼아 130개의 공을 던지는 훈련도 하고 있다.
일본 매스컴도 아주 노골적이다. 는 WBC를 앞두고 시작한 기획기사 ‘WBC 연패에 7가지 키워드’ 연재물 1회분에서 한국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국책(國策)과의 싸움’으로 규정하고 마치 한국이 거국적으로 이번 대회를 지원하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베이징 올림픽 패배를 반성재료 삼아 ‘아시아 1위(국제야구연맹(IBAF)이 매긴 세계랭킹을 지칭함. 한국은 3위, 일본은 4위) 자리를 넘겨준 한국에 일본을 침몰시켰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에 이길 수 있을까가 중요한 테마의 하나’라고 정리했다.
마스자카는 1회 대회 때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던,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은 일본대표팀의 핵심 투수이다. 한국대표팀과의 대결에서는 지난 2000년 프로선수들이 최초로 출전했던 시드니 올림픽 예선과 3위 결정전에 선발로 등판했으나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1차리그에서 선발로 나와 1회에 4실점(연장 10회 끝에 한국이 7-6으로 승리)했고, 3위 결정전에서는 이승엽에게 결승타를 얻어맞았다(한국 3-1승).
마쓰자카는 2월19일치 를 통해 기요하라와의 대담에서 “나는 올림픽(2000년 시드니)부터 한번도 한국에 이긴 적이 없다. 역시 일본도 국제대회에서는 이기지 못했다”면서 “(한국은)최고 라이벌이자 강적”이라고 표현했다.
마스자카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일본이 위에 있지만 한국은 병역면제를 해준다든가, 동기부여가 (일본과) 다르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승엽이 출전하지 않는 것이 크다. 이승엽은 한국의 정신적인 지주이고 그가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같다”고 평했다.
그야 어쨋든, 한국대표팀으로선, 마쓰자카를 꺾지 않고선 순탄하게 2라운드로 나갈 수가 없다. 1차전에서 대만에 이기고 2차전에서 일본에 진다면, 다시 대만과 마지막 남은 2라운드 진출권을 다투게 되는데, 선뜻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전 선발이 내정된 마쓰자카를 반드시 무너뜨려야 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마쓰자카는 이번 대회에서 ‘속공’으로 승부를 걸 작정이다. 타자를 상대로 볼카운트 1-1로 상정해놓고 초구에는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잡고 3구 이내에 결판을 낸다는 속전속결 작전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마쓰자카는 지난 18일 미야자키 선마린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라이브타격에 등판, 15타자를 상대로 41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 제한이라는 WBC 룰을 염두에두고 시험한 투구로 3구 이내에 범타로 유도한 타자가 8명이었고, 초구 스트라이크는 9번이었다. 빠른 볼 카운트에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쓴 것이다.
마쓰자카는 작년 메이저리그에서 29게임에 선발 등판, 18승 3패를 거두는 동안 총 투구수 2904개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1762개로 그 비율이 61%였다. 그만큼 스트라이크를 잡는 비율이 높다는 얘기다.
1회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에도 투수의 투구수 제한, 연투 제한이 적용되고 거기에 더해 승부치기
(타이 브레이커=Tie-breaker)가 처음으로 도입된다. 이미 베이징 올림픽에서 선을 보였던(당시 연장 11회부터) 승부치기는 이번대회에서는 13회부터 실시한다.
투구수 제한은 제 1라운드 70개, 2라운드 85개, 준결승, 결승은 100개로 설정돼 있다. 각팀은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불펜진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야구는 멘탈게임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프로가 참가한다고 하더라도 국가대항전의 성격이 짙은 국제대회는 선수들의 정신적인 자세와 심리적인 면이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이미 이겨본 경험이 있는 마쓰자카의 허점, 이를테면 다혈질을 감안한 주루플레이 등으로 파고든다면 의외의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