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균의 인사이더]‘후크송’이라는 말이 어느덧 가요계 성공 공식의 대세가 됐다. 짧고 강렬한 가사와 멜로디를 반복해 대중의 귀를 중독시킨다. 이 중독은 음악 소비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끊임 없이 리플레이하게 만들고 곡은 차트에서 계속 상승한다. 이런 ‘후크송’ 공식은 이전에도 종종 있어왔지만 음원의 시대가 된 후 원더걸스의 ‘Tell Me’와 빅뱅의 ‘거짓말’을 시작으로 최근 소녀시대의 ‘gee’까지 지난 2년간 수없이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그러다 보니 ‘후크송’ 방식의 곡 작업에 강한 프로듀서들이 곡 의뢰를 독차지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크송’ 유행은 일정 부분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불황이 심화된 이후 타개책을 못 찾던 가요계에 대형 히트곡을 낼 수 있는 길을 찾아주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음악팬들도 중독돼 들을 수 있는 곡이 있는 상황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후크송’ 유행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영혼을 울릴 수 있는 보컬 능력과 보이스 컬러를 가진 가수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제작자들이 게을리하게 될 우려가 있다. 모든 대중 음악 산업의 출발점은 가수인대 그 재목을 찾아내는 데 쏟을 정성을 외면하고 ‘후크송’이라는 곡 작업으로 승부를 걸면 된다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을 가요계에 만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비킴이 지난 달 중순 발표한 ‘사랑, 그 놈’은 ‘후크송’ 공식의 범람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사랑, 그 놈’은 ‘후크송’ 공식과는 거리가 먼 곡이다. ‘후크송 공식’은 주로 댄스 음악 분야에서 쓰이는데 ‘사랑, 그 놈’은 발라드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스트리밍 사이트를 비롯해 각종 음악 관련 사이트에서 이 곡에 대한 평을 담은 게시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중독’이다. ‘이 곡에 중독돼 계속 듣게 된다’는 글이 그 어떤 ‘후크송’ 보다도 많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차트에서도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다른 대박 히트곡이 순식간에 차트 정상에 오르는 것에 비해서는 눈에 잘 안 띄었지만 현재 각종 차트에서 톱10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상승세가 급격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사랑, 그 놈’의 중독성은 고전적인 가요계 성공 법칙에 충실한 결과물이다. 바비킴의 단 번에 귀를 사로잡는 보이스 컬러, 심금을 울리는 보컬 능력-더 이상 올라설 자리가 없어 보였던 바비킴의 특급 보컬 능력은 ‘사랑, 그 놈’에서 세련되고 편안하게 한 단계 더 올라서는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작사, 작곡가 박선주의 매력적인 선율과 가사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히트곡이라면 ‘후크송’ 법칙을 따르지 않더라도, 장르가 댄스이든 발라드이든 거의 모두 중독성이 있었다. ‘사랑, 그 놈’에서 바비킴이 만들어낸 중독성과 같은 이유였다. 좋은 노래는 수백 번 듣게 되고 수없이 흥얼거리게 되는 곡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후크송’ 집착을 버리고 근본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요도 산업이다. 히트 상품의 성공 법칙이 시장을 장악하고 주도하는 것은 거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대중 음악은 산업이면서 예술이기도 하다.
예술이라는 것은 시장의 법칙만 따르면 어떤 결핍이 발생한다. 일시적인 유행의 법칙에서 벗어난 본질적인 것들도 공생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후크송’을 통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애쓰는 만큼 가요의 본질인, 좋은 음색과 가창력을 가진 가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병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