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EPL에서 뛰고 싶다"는 기성용의 축구가 부러운 야구
OSEN 기자
발행 2009.02.24 09: 28

프로축구 K-리그의 혜성으로 떠오른 기성용(20)이 얼마 전 “되도록 빨리 해외 리그를 경험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습니다. FC 서울에서 지난 2006년부터 뛴 MF 기성용은 계약기간이 내년까지인데 서울 구단도 그의 해외 진출에 대해 적극적입니다. 축구에서는 구단과 맺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제도)로 풀려 구단간의 거래액인 이적료를 받을 수 없으나 만일 기성용을 계약 기간 중에 원하는 해외팀이 있다면 이적료를 챙길 수 있어 FC 서울이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프로야구에서는 FA 자격을 얻으려면 9시즌을 뛰어야 하고, 그 이전에 해외에 나가려면 7시즌이 지난 후에야 구단 동의 아래 가능해 전성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기성용의 해외 진출 포부를 들으니 축구가 부럽습니다. 먼저 짧은 시일 내에 본인만 잘하면 선수면 누구나 원하는 축구 선진국에 가서 뛸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축구계의 규정이 앞서가는 행정 체제로 평가됩니다. 전향적인 규정 덕분에 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6명째 선수가 진출할 수 있었고 세계 각지에 한국 선수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축구가 야구에 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기본 여건, 인프라가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이 스포츠 종목 중 가장 많은 208개국(실제 축구연맹 가입수는 216개)인데 반해 야구는 국제야구연맹(IBAF) 회원국이 125개국으로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프로리그를 제대로 운영하는 나라는 20여개국이 안돼 국제간 교류에서 열세를 면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야구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이 자국의 메이저리그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리그 소속, 최고의 선수를 풀어주지 않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퇴출되는 바람에 국제스포츠로서 위상이 형편없습니다. 국내에서 축구와 야구의 여건 차이는 더욱 큽니다. 국내 프로축구는 구단이 15개가 있고 3부리그로 운영돼 선수들이 뛸 곳이 많은데 반해 야구는 프로 구단이 8개에 불과하고 2부리그만 운영하고 있어 선수들이 갈 곳이 부족합니다. 축구와 야구의 학원 팀수도 초등학교 341개 : 108개, 중학교 211개 : 79개, 고교 139개 : 56개이며 어린이 클럽팀은 143개 : 17개로 축구가 3배 가량 많고 정부의 지원도 현격한 차이여서 우수선수들이 배출할 터전이 탄탄합니다. 야구는 옛날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일찌감치 1977년 니카라과 슈퍼월드컵대회 우승,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란 기적 같은 성과를 거두며 국내에서는 최고 인기 종목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으나 주변 여건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공간을 넓게 차지한다’ ‘학교 운동장에서 하기는 위험하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각가지 이유에다가 이제는 ‘취직할 곳이 없어서’라는 절박한 사정으로 야구는 기피 종목이 됐습니다. 야구보다 많은 구단을 보유한 축구도 사실상 취업문은 넓지 않다고 축구계에서는 걱정을 하고 있지만 야구는 그 사정이 훨씬 심각합니다. 어려운 현실정이지만 야구가 그래도 발전하려면 선수들의 해외 진출 기회를 더 빨리, 더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현재 축구는 3년이나 6년 안에 해외 길이 열리면 통상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잘 하는 선수가 몽땅(?) 해외로 나가면 국내 리그는 재미가 없어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단기간, 일시적으로 나타날 과도기 현상일 것입니다. 몇 년 후 돌아와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벌어오기도 하지만 어떤 종목의 선수들이건 꿈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 한번 나서는 것입니다. 야구는 한국인이 유난히 잘 할 수 있는 종목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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