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레너드 코페트와 왕정치의 사이
OSEN 기자
발행 2009.03.06 07: 26

용사들이 돌아온다. 검게 그을린 얼굴로, 저마다 각오를 굳게 다지고, 시즌 개막을 벼른다. 올해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3월14일)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전지훈련을 떠났던 8개구단 선수들이 이번 주말에 귀국한다. 이제 각 구단은 시범경기를 통해 주전들을 가려내고, 라인업 구상과 구성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해매다 수십명의 새내기들이 혹독한 담금질 과정을 거쳐 1군에 자리를 잡거나 2군에 떨어져 기약없는 1군 바라보기를 시작해야하는 시기가 다가 왔다는 뜻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집계, 발표한 2009년 프로야구 8개 구단의 소속선수 내역에 따르면 선수단의 전체 인원은 기존선수 395명에 신인선수 66명과 외국인선수 16명을 보태 477명이며, 코치 95명, 감독 8명 등 총 580명이다. 신인의 비율은 14%가량이지만, 1군 집입의 장벽은 높고 높아서 그들 가운데 몇명이나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때마침 새로운 야구 인생길에 들어선 이들을 위해 소중한 자양분이 될만한 명저가 재출간 됐다. 레너드 코페트(1925~2003년)가 지은 야구입문서인 가 다시 나왔다. 이 책은 비단 야구선수 뿐만 아니라 야구팬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읽어볼만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레너드 코페트는 1925년 모스크바 태생으로 미국으로 이민해 뉴욕에 거주하면서 베이브 루스를 보고 야구에 대한 꿈을 키웠던 인물이다. 등에서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그는 이 책을 1967년에 첫 출간했고, 1990년에 개정판을 냈다.
우리나라에는 1993년 이종남 기자(2006년 작고)가 LG 트윈스 구단의 도움을 받아 번역을 해서 첫 선을 보였고 1999년에 재출간했다. 그동안 절판됐던 이 책이 다시 야구팬들 앞에 나선 것이다.
기자 출신으로 1992년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너드 코페트는 이 책을 집필하게된 취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문이나 방송보다 야구의 핵심을 좀더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막연히 알고 있던 야구의 속성을 좀더 실감 나게 짚어볼 수 있게 한다.
-야구를 좀더 진지하게 보고, 선수의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그리고 야구에 해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조차 전혀 관심이 미치지 못했던 면을 새롭게 인식한다.
-마지막으로, 좀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으로 얘기를 풀어나간다.
레너드 코페트가 말했듯이 이 책은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기술서적이 아니라 야구의 모든 단면을 있는 그대로 ‘뒤짚어보고 돌이켜보는’ 데 있다.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아무리 우수한 선수나 감독일지라도 완성을 향해 가는 예술가로 보였다. 모름지기 야구인이라면, 특히 프로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 야구선수라면 반드시 읽어볼 필요가 있는 야구의 고전에 다름 아닌 책이 바로 이다.
야구기자로 한 평생을 살았던 고 이종남 기자는 1999년 개정판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 책은 일반적인 야구 기술서적이나 역사서, 또는 일화 모음과 달리 야구의 본질을 심도 있게 파헤치면서 독자들에게 야구를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각도와 범위를 키워주는 야구철학을 담고 있다’고 기술했다. 프로야구 선수의 필독서로 권장할만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울러 일본 프로야구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왕정치(일본명 오사다하루. 68. 소프트뱅크 호크스 구단 회장)이 새내기 선수들에게 설파한 ‘야구의 기술론’ 또한 선수들이 귀담아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 있어서 일본 신문에 실린 내용을 종합해서 들려드린다.
일본프로야구기구(NPB)는 지난 3월2일 프로야구신인연수회를 가졌다. 12개구단 87명의 신인을 앞에 두고 오사다하루가 특별 강사로 나서 새카만 후배들에게 금과옥조가 될만한 조언을 던졌다.
오사다하루가 풀어서 설명한 내용은 주로 ‘타격의 기술’에 관한 것이다.
요약하자면,
‘①빠른 공을 치는 것이 가장 낫다. 미국이 아니라 세계 어디라도 가장 빠른 공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타격의 원점이다.
②게임이나 연습 후에 실전처럼 배트를 휘둘러라. 하루에 100개면 일년에 3만6500개를 치는 셈이 된다.
③실투를 어떻게 놓치지 않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④몸쪽 공은 양겨드랑이를 최대한 웅크리고 쳐라.
⑤홈런의 쾌감을 찾아라. 볼의 한가운데를 방망이가 관통한다는 이미지를 그려라.
⑥결코 지지않겠다는 기를 길러라. 타자는 양손으로 (방망이를) 휘두른다. 아무리 휘둘러도 괜찮다. 야수가 잡을 수 없다는 기백으로 쳐라.
⑦언제나 초조해하지 말고 평상심으로 하라.
⑧1년이라도 길게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라.
⑨초구를 노려라-의외로 초구는 홈런을 치기 쉽다. 초구에는 치기 쉬운 볼이 들어오는 수가 많다. 첫 스트라이크가 타자로서는 유리하다. 두 번째 스트라이크 이후는 투수의 페이스다.
⑩볼을 치지 않는 기술을 닦아라.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야구 기술을 익혀야 한다. 잘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선수는 기술이 없다는 증거라는 것’등이다.
‘낯선 신세계’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새내기 타자들이 곱씹어봐야할 대목이 많는 경험담이다. 프로야구 생애통산 868홈런을 날렸던 오사다하루는 강력한 홈런타자였지만 현역 때 34.5인치짜리 짧은 배트를 썼다고 한다. 누구보다도 많은 스윙연습을 했다고 자부하는 그는 “짧은 배트가 휘두르기 좋다. 크게 휘두를 필요 없이 방망이 중심에 정확히 맞히면 된다”는, 언뜻 평범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타격론을 펼쳤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좀 더 짧게 쥐고 쳐야한다는 그의 자세는 무턱대고 크게 휘두르는 습관이 몸에 밴 선수들에게는 참고가 될 듯하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새로 출간된 레너트 코페트의 저서 의 겉표지.
왕정치가 3월5일 도쿄돔구장에서 시작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는 모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