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진이 예능의 덫을 피하는 방법
OSEN 기자
발행 2009.03.09 07: 41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예능이 요술봉 같은 시절이다. 대중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던 올드 스타들을 되살려내고 히트곡을 내놓기 힘든 불황의 시대에 인기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 가수들은 연달아 히트곡을 만들어내게 한다. 인기 예능의 고정 출연자들은 대박 드라마의 주연 배우 부럽지 않은 관심과 부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예능은 한편으론 영화 ‘타짜’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면 ‘예쁜 칼’이다. 재기와 성공이라는 달콤함을 주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자신을 다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예능이다. 그래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들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상례였다.
신비주의로 자신에 대한 팬들의 갈증을 높이기 위한 의도도 있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칫 코믹한 이미지가 고착되면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힘들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본업에 해가 되지 않고 온전하게 도움만 되는 경우는 코믹 영화 전문배우와 댄스 가수들뿐이다. 코믹 배우야 당연히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홍보하는 측면에서, 댄스 가수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유쾌함이 음악의 흥겨움과 연결될 수 있는 측면이 있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나머지 연예인들은 예능 프로그램이 독이 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발라드 가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면 대중들은 그의 노래 분위기에 잘 젖어 들지 못한다. 윤종신의 경우 최근 앨범이 발라드 앨범으로는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음반 판매량이 2만 장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은 판매량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예능에서의 높은 인기에 비교해보면 판매량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코믹이 아닌, 정극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경우도 예능의 칼날에 다치는 경우가 꽤 있다.
한동안 코믹한 영화에 출연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자랑했던 신현준은 드라마 ‘카인과 아벨’에서 오랜만에 ‘진지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예전 ‘은행나무 침대’ 시절 황장군의 강렬한 눈빛이 되살아난 듯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각종 연예 게시판에는 ‘(과거 예능 활동의) 코믹한 이미지가 안 잊혀져 몰입이 어렵다’는 의견도 상당수 올라와 있어 고민이 될 듯하다.
아마도 예능 출연으로 인한 코믹한 이미지를 단번에 잘 극복한 경우는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범수일 듯 싶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좋은 연기로 코믹 이미지 극복을 어렵지 않게 해냈지만 이범수의 사례가 모든 배우에게 적용되기는 힘들다. 여전히 배우들은, 발라드 가수들은 예능 출연을 놓고 고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패밀리가 떴다’의 엽기 발랄한 박예진이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을 통해 성공적으로 ‘진지한’ 배우로 복귀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박예진 역시 좋은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방영 초기에는 ‘몰입이 어렵다’는 시청자 불만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이런 불만은 거의 사라졌다.
박예진의 성공 사례에는 특징이 있다. 우선 배역이 굉장히 강렬하고 독한 캐릭터다. 이는 이범수의 경우와도 유사하다. 여기에 박예진이 비교적 손쉽게 ‘몰입의 어려움’ 문제를 벗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관점 돌리기’가 작용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방영 초기 ‘예능 이미지로 몰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들은 꽤 많았다. 그런데 이런 의견은 점점 ‘최윤희라는 배역이 (너무 극단적인 인물이라) 현실적인가’라는 쪽으로 옮겨 갔다. 인물의 현실성에 대한 논란이 박예진의 예능 이미지로 쏠릴 수 있는 관심을 가져가 버린 것이다. 결국 이런 문제제기도 회가 거듭되면서 사라지고 현재 박예진은 아주 안정된 시청자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예능의 덫을 피하려면 배우는 기본적으로 연기력이, 가수는 가창력과 감정적 호소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하지만 갖출 것을 갖추더라도 예능의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때 박예진의 사례를 참고해 ‘예능 출신’이라는 사실로 쏠리는 대중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면 예능에서 독을 제거하고 달콤함만을 맛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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