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먹거리로 ‘3월의 만찬’ 선보인 가요계
OSEN 기자
발행 2009.03.23 07: 47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한국 가요계가 1990년대 후반 대형 기획사들 주도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이후 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은 편중화 현상이었다. 다양하고 풍성하게 음악이 발표되는 것이 아니라 히트하는 음악 스타일 쪽으로 쏠림 현상이 심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음원의 시대에 들어서서도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 3월말 상황은 좀 예외적이다. 차트의 상위권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다채로움이 발견된다. 전반적인 기조는 여성 그룹 음악의 강세가, 차트 정상을 이어 받은 소녀시대에서 다비치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전에 비해 다양한 형태의 음악과 가수를 만날 수 있다. 멜론 엠넷 벅스 도시락 등 여러 음원 차트가 존재하지만 공통적으로 차트 톱10에 올라 있는 곡 중에 다비치와 소녀시대 외에 슈퍼주니어 ‘쏘리쏘리’, 임창정의 ‘오랜만이야’와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 휘성의 ‘imsomnia’, 카라의 ‘허니’ 등은 공통적으로 대부분의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외에 차트에 따라 반쪽(화요비), 프리스타일(마음으로 하는 말), 이은미(헤어지는 중입니다), 2AM(친구의 고백), 신혜성(왜 전화했어), SS501(애인만들기), 이승철(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김종국(행복병), 플라이투더스카이(구속) 등이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먼저 가수를 살펴보면 거의 모든 형태의 가수 구성이 다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솔로 남성/여성, 솔로 댄스/발라드, 남성 그룹, 여성 그룹, 남녀 듀오가 있고 특히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혼성 그룹(에이트)까지 차트 상위권에 있다. 가수들의 연차도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다. 2AM이나 카라처럼 신인에 가까운 가수부터 청년기로 넘어가는 다비치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그리고 기성 가수가 된 휘성 화요비 플라이투더스카이 등이 포진하고 있고 최근 가요 차트 최상위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고참 가수들도 이승철 이은미 임창정 등 셋이나 눈에 띈다. 장르상으로는 여전히 ‘후크송’ 스타일(유로 혹은 힙합)의 댄스 곡들이 주류를 이뤄 다소 쏠림 현상이 느껴진다. 하지만 R&B나 힙합 곡들이 함께 눈에 띄고 특히 한동안 차트 상위권에서 보기 힘든 정통 한국형 발라드 세 곡(이승철 이은미 임창정)이 동시에 톱10에 올라와 있어 장르간의 심한 불균형이 다소 해소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르 구분은 아니지만 ‘One More Time’을 제외하면 좀처럼 히트곡이 안 나오는 영미팝 번안곡(휘성)과 역시 최근 들어 ‘꽃보다남자’가 등장하기 전에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O.S.T 수록곡(SS501)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차트는 비교적 구색을 갖추고 있다. 물론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인디 음악, 또는 주류의 록 포크 등의 장르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다양성을 갖춘 차트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 가요 시장에서 이런 장르들까지 음원 차트 톱10에서 한꺼번에 만나기를 바라는 것은 좀 과한 욕심인 듯싶다. 이은미를 톱10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2009년 3월말의 음원 차트는 이전의 고질적인 쏠림 현상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가요의 다양화가 정착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희망을 걸어볼 만한 작은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된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은미 화요비 휘성 카라 다비치 임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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