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이 학수고대하던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8개팀의 전력이 근접해 4강에 누가 올라갈 지 예측하기 힘들고 그보다는 누가 꼴찌로 떨어질 지 예상하기가 힘들다고 야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투수진이 탄탄해야 하고 강력한 공격력을 갖추어야 하지만 각팀DML 전력이 엇비슷한 상황에선 무엇보다 수비가 좋아야 합니다. 수비에서 실수 하나가 승부를 좌우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이 얼마 전 막을 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3회에 2루수 고영민이 아오키의 강한 라이너 타구를 떨어뜨리지 않고 받아 주었다면 먼저 실점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일본의 사기를 올려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은 누구나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일본의 여러 차례 득점 찬스를 우리가 세 차례나 더블플레이를 펼친 덕분에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수비가 좋았기 때문에 투수력이 막강했고 안타가 많았던 일본을 추격하고 연장전까지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본선 2라운드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패한 것도 1회말 2루수 이와무라와 유격수 가타오카 야쓰시의 실수 연발로 자멸하며 실점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준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는 뉴욕 양키스에서 연봉 1500만 달러(한화 약 200억 원)을 받는 우익수 어브레이유가 1회초 정근우의 평범한 플라이타구를 어처구니 없이 받았다 놓치는 해프닝을 벌이고 2루 송구도 제대로 못해 경기를 흐름을 완전히 한국의 압승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작년 8월 베이징 올림픽 4강전서 일본의 좌익수 사토가 플라이 타구를 잡았다 놓치며 한국에 승리를 헌납한 것과 비슷합니다. 팀내 최고 선수가 실책을 펼치자 투포수가 모두 악송구를 하는 등 에러 5개가 쏟아졌으니 대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은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메이저리그 최고 유격수로 공인 받은 데릭 지터가 악송구를 펼치는 바람에 추격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올림픽에서 3번이나 우승하고 1회 WBC 준우승의 강자 쿠바는 이번에 본선 A조 2라운드 4강 진출 결정전에서 실책으로 일본에 져 탈락했습니다. 0-0이던 4회초 2사 2, 3루 수비에서 오가사와라의 커다란 플라이를 잘 따라가던 중견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가 머리 위에서 잡았다 떨어뜨리며 2점을 내주는 바람에 고배를 마셨습니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도미니카 공화국은 D조 1라운드에서 네덜란드에 연거푸 지는 통에 탈락하는 최대 이변을 연출했는데 수비 에러가 결정적 요인이 됐습니다. 특히 두 번째 대결 때 연장 11회말 2-1로 결승점을 내주는 과정에서 1루수 윌리 아이바가 결정적 실책을 범하는 등 3개의 에러가 나왔습니다.
지난 3월29일 끝난 시범경기에서 롯데는 11승1패라는 역대 시범경기 최다승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눈길을 끈 부문은 12경기에서 수비 실책이 5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주었고 이에 따라 실점도 25점으로 가장 적은 점수만 내주었다는 점입니다. 롯데는 지난 해 수비 에러가 정규 시즌에서 92개로 실책 랭킹 3위를 기록할만큼 수비가 그다지 좋지 않았으나 올해는 상당히 수비력이 좋아진 모습을 보여 팀 성적 향상이 기대됩니다.
시범경기에서 2위를 차지한 LG도 에러가 6개로 좋은 수비력을 보여줘 올 시즌 성적에서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SK는 지난 해 수비 실책이 102개로 가장 많은 에러를 범하고도 우승했습니다.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가장 좋은 3.22를 기록해 많은 수비 에러를 상쇄할 수 있었지만 전력이 근접해진 올해는 수비 부문을 개선하지 않으면 힘든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