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선데이’ 새 코너 ‘남자의 자격’, ‘남성형 예능’의 돌파구 찾기
OSEN 기자
발행 2009.04.06 07: 13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1박2일’로 유명한 KBS 일요 예능 ‘해피선데이’가 새로운 코너를 선보였다. ‘남자의 자격’에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코너는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 그대로 남자들의 얘기로 남자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남성형 예능’ 프로그램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남녀 구별이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최근 예능은 여성성이 강화된 ‘여성형 예능’이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 ‘남자의 자격’의 등장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관심을 갖게 만든다. 예능 프로그램의 ‘여성화’는 최근에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패밀리가 떴다’ ‘1박2일’ ‘무한도전’ ‘해피투게더’ ‘우리 결혼했어요’ ‘세바퀴’ ‘놀러와’ 등이 모두 여성성을 발견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여성형 예능’이라는 것은 남성들도 좋아할 부분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성이 강한 요소들이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의미한다. ‘여성형 예능’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사안들을 주 테마로 자주 삼는 경우다. ‘세바퀴’나 ‘우리 결혼했어요’가 대표적이다. 비중 있는 여성 MC를 배치해 여성의 관점에서도 토크를 풀어 나가는 프로그램(세바퀴, 해피투게더, 놀러와)도 ‘여성형 예능’의 성향이 강한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MC들이 전부 남성들로 구성돼 있다고 하더라도 ‘여성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관심이 많은 패션이나 요리, 먹거리 등이 자주 소재로 등장하는 ‘무한도전’과 ‘1박2일’이 그렇다. MC가 남성 위주로 구성돼 있다고 하더라도 ‘누나’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돌 또는 아이돌에 준하는 멤버들이 비중 있는 구성원을 차지하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대성)나 ‘1박2일’(이승기 은지원 MC몽) 등도 여성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인기 프로그램들 중에 확실한 ‘남성형 예능’은 독설이 난무하는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 코너 외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그리고 ‘여성형 예능’이 대세가 돼 가는 최근의 분위기 속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남성형 예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진 프로그램으로는 ‘불량아빠클럽’과 ‘라인업’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의 자격’은 모처럼 등장한 전형적인 ‘남성형 예능’이다. 제목부터 남성형의 느낌을 강하게 풍긴 이 코너는 이경규를 포함한 멤버 구성(김국진 김태원 이윤석 김성민 이정진 윤형빈)부터가 여성 시청자보다는 남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첫 회의 ‘두 번 결혼’을 준비한다는 테마에서는 다소 여성성도 보였지만 두 번째 테마였던 ‘금연’에서는 완전히 남성적 관점에서 프로그램이 전개됐다.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남자의 자격’이 ‘남성형 예능’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불량아빠클럽’이 종영됐을 때 아쉬움을 표시했던 적지 않은 시청자 집단이 존재했었다. 이들은 ‘우리(남자)들이 공감하고 재미있게 볼 프로그램이 얼마 없는데 없어져서 안타깝다’는 의견을 강하게 표시했지만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니 프로그램 폐지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시청률을 좌우하는 채널 선택권은 물론 음원 영화 공연 등 문화 상품 전반에 걸쳐 압도적인 구매력을 자랑하는 여성들의 컨텐츠 사업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은 점점 더 확고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갈수록 부족해지는 ‘남성 맞춤 예능’도 시청자의 프로그램 선택권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성공작을 내면서 좀더 늘어날 필요도 있다. ‘남자의 자격’ 제작진과 출연진은 ‘여성성’이 가득한 예능계에서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낳기를 기대해 본다. ‘학원물은 이제 안 된다’는 드라마 업계의 인식 때문에 방송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던 ‘꽃보다 남자’가 막상 방송되자 근래 보기 드문 신드롬을 일으키며 고정관념을 뒤바꿔 놓았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서 도전해 볼 만한 일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