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계기로 살펴 본 스타 열혈팬들의 방송계 진출
OSEN 기자
발행 2009.04.14 16: 45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지난 8일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가 흥미로운 상황을 활용해 웃음을 선사했다. 출연자 신혜성의 열성팬이 이 프로그램의 작가였는데 공동 출연자인 신혜성의 친구 이지훈은 깎아(?) 내리고 신혜성을 떠받드는 작가의 진행 대본으로 인해 큰 웃음을 제공했다. 설정만 놓고 보면 이지훈이 피해를 보는 프로그램인 듯하지만 실상은 작가가 두 사람 모두를 빛나게 해주는 이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신혜성이야 당연히 작가가 ‘팬’으로서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와 에피소드로 돋보이게 됐고 이지훈도 망가뜨리는 듯 했지만 웃음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이날의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자리매김됐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작가가, 출연하는 스타의 팬이라는 상황을 웃음의 기제로 사용한 ‘라디오스타’의 제작진의 감각도 돋보인다. ‘방송은 늘 (출연자에 대해) 공평해야 한다’는 기계적 중립의 원칙을 역으로 비틀어 출연자와 제작진의 거리감을 제거한 데서 오는 ‘친근함’과 ‘큰 웃음’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냈다. 이렇다고 해서 이날 ‘라디오스타’를 보고 편파적인 방송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만약 팬인 작가가 신혜성에게 홍보의 기회를 더 많이 주기 위해 그 동안 수없이 ‘라디오스타’에 출연시켰다면, 신혜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어떤 왜곡을 했다면, 사적인 감정이 들어간 불공정 방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과장을 통한 웃음만 있었을 뿐이다. 작가가, PD가, 혹은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된 주요 스태프가 특정 스타의 열성팬이라 해도 그 프로그램이 어떤 스타를 위해 특혜성 기회를 제공하기는 힘들다. 프로그램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스태프가 됐지만 좋아하는 스타가 없는, 객관적으로 공정할 수 밖에 없는 경우보다, 어떤 스타의 열성팬이었거나 여전히 팬인 스태프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일단 이번 ‘라디오스타’만 봐도 그렇다. 작가가 열성팬이다 보니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스타에 대한 심도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나오기 힘든 스타 개인에 대한 이야기로 색다른 웃음을 끌어냈다. 이렇게 스타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에 접근해 본 경험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다른 스타가 출연자가 되더라도 그 능력을 발휘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뛰어난 음악성을 가진 가수를 발굴해 내고 알려 가요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음악적으로 뛰어나지만 홍보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해 자신의 좋은 음악을 알리는데 소극적인 가수들 중 그런 사례가 종종 있다. 그들의 팬이었다가 방송 프로그램의 스태프가 된 이들이 나머지 스태프들에게 추천해 결국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런 경우로 드렁큰타이거를 들 수 있다. 지금은 한국 힙합의 대부가 됐지만 과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 홍보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방송국과 언론사에 스태프나 기자로 진출한 팬들이 음악을 알리기 위해 함께 일하는 다른 스태프에게 음악을 추천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했다.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JK는 “음악에는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데 성격상 홍보에는 좀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초창기 팬들 중에 방송국 작가나 PD, 스태프, 기자가 돼 있는 분들이 있다. 이들이 우리 음악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고마운 분들이 행여 부끄러운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음악을 더 잘 만들려고 늘 긴장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장기하나 브로콜리너마저 등 인디 음악의 스타들도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들 중 인디 음악에 관심이 많은 작가들의 추천으로 방송을 자주 타게 됐다. 이후 이 가수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는데 팬인 작가들이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방송은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기울어져 보이는 듯한 방송 제작 참여자의 팬심이, 기계적인 중립에 매달리는 경우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좋은 음악, 좋은 방송 컨텐츠가 대중들에게 소개될 소중한 통로를 만드는 경우에는 그러하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신혜성과 이지훈이 출연한 ‘라디오 스타’ 녹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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