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판에서 팀 성적만을 놓고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전문가들도 미처 예상하지못했던 롯데의 추락과 LG의 비상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어서 섣부른 진단은 금물이지만 4월을 지나 5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는 이즈음, 벌써 SK의 독주 태세 속에 1위 SK와 맨꼴찌 롯데의 승차가 9.5게임에 이른다. 롯데가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계속 이런 흐름으로 흘러가다가는 올 시즌을 망치기 십상이다. 야구인들은 흔히 프로야구판이 살아나려면 영남의 롯데, 호남의 KIA, 서울의 LG 구단의 성적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3팀이 열성팬을 그만큼 많이 거느리고 있다는 뜻이다. LG와 두산의 동반 강세는 근년 들어 보기드문 현상이다. 한 지붕 두 가족식으로 잠실 구장을 갈마들며 쓰고 있는 양팀 가운데 LG가 올 시즌을 앞두고 과감한 투자와 펜스를 조정하는 모험을 시도한 것이 어느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듯하다. 5월 8일 현재 LG는 6연승을 올리며 2위로 도약했다. 1위 SK와는 3게임차. 줄곧 상위권에 포진해 있던 두산은 이번 주중 LG와의 3연전을 모조리 내주고 3위 삼성에 승차 없이 4위로 한 계단 내려 앉긴 했지만 여전히 강자의 이미지를 되새기고 있다. 서울 두 구단의 강세는 ‘준비와 투자’, 그리고 ‘오너의 야구 사랑’이라는 화두로 풀어볼 수 있다. 두 팀은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2군 구장을 보유하고 있고, 모그룹 오너들의 야구사랑이 대단하다는 것을 공통점으로 들 수 있다. 두산은 강병철 전 히어로즈 2군 감독이 칭찬했듯이 2군 시스템을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꾸려가고 있는 구단이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경기도 이천에 훈련 구장을 마련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 1월에 일찌감치 이천에 자리잡고 있던 OB 맥주 공장 내에 전용 연습구장을 마련, 토대를 닦았다. 두산은 OB 맥주를 매각함에 따라 더 이상 이천 구장을 사용할 수 없게되자 이번에는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산수유 마을 옆에 2군 전용구장 베어스필드를 만들었다. 2005년 12월 12일에 준공된 베어스필드는 총 면적 1만 3500평의 부지에 클럽하우스(숙소, 식당, 웨이트장)와 실내연습장, 천연 잔디구장, 내야 연습장, 투수 연습장을 설치했다. 구장 규격은 좌우 100m, 중앙 123m, 펜스높이 2.45m로 정규 경기를 치러도 손색이 없다. LG 역시 경기도 구리시에 구장이 들어 있는 챔피언스파크와 선수단 숙소인 챔피언스클럽을 만들었다. 1990년 야구단 창단 후 축구장 1면을 야구장으로 변경했고 1991년 7월에 야구장(1면), 축구장(3면), 맨땅구장(1면)을 준공했다. 2002년에는 관리동을 신축하고 맨땅구장을 잔디축구장으로 바꾸기도 했다. 우리나라 야구단은 모기업 총수의 관심을 먹고 자라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LG 그룹 구본무 회장과 두산 그룹 박용곤 명예회장의 행보는 언제나 눈길을 끌어왔다. LG와 두산 구단의 초대 구단주인 구 회장과 박 명예회장의 각별한 야구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는 터. LG 그룹이 야구단 운영에 뛰어든 것은 1990년부터. 그 해 1월18일, 인기구단이었던 MBC 청룡을 인수해 18년 동안 야구단을 이끌어오면서 구 회장은 매년 ‘단목행사’를 열어 선수단을 직접 챙기고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단목행사’는 구 회장의 생가이자 외가가 있는 경남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에서 지내는 우승 기원 행사를 일컫는다. 이 단목행사가 2000년 ‘선수협 파동’ 이후 시나브로 사라졌다. 항간에선 구 회장이 야구단에 대한 관심이 식어 행사를 열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구 회장은 2006년 시즌을 앞두고 당시 이순철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식사를 같이한 데 이어 2007년에도 시즌 전 김재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을 이례적으로 한남동 자택으로 불러 격려하는 자리도 가졌다. LG는 현재 구본준 LG 상사 부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LG 홈 게임의 절반 가량을 구장에서 직접 관전했다. 2006년에 이어 작년 시즌 충격적인 최하위 전락의 뼈아픈 경험을 보약 삼아 이진영, 정성훈 두 FA 선수를 영입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중이다. LG 구단이 성적과 관중, 두 마리 토끼를 쫓아 ‘의미 있는 상승과 성과’를 이루어낸 것은 그 동안 늘 지적돼 왔던 근성과 끈기의 부족이 FA 두 선수의 가세로 치열한 팀내 경쟁 체제로 탈바꿈하면서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성덕 LG 사장의 원격 지휘 방침, 즉 “팀 플레이 위주의 희생정신, 설사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도 선수단 변화에 큰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 사장은 올 시즌 전 LG 트윈스 임원동호회를 통해 ‘팀 플레이 상’도 마련했다. 이 상은 특히 개인 성적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적인 플레이를 한 선수를 성정, 주간단위로 시상하는 상으로 ‘희생’에 방점을 찍은 것이 눈길을 끈다. LG 그룹 임원진의 이같은 선수 포상책은 상금을 떠나 그룹 직원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산 김진 사장은 얼 마 전 “우리 구단은 2000년대 초부터 3년 뒤를 내다보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 왔다. 이제 그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고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두산 구단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은 잠실 구장 홈경기가 열릴 때마다 단 한 게임도 빼놓지 않고 관전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박정원 신임 구단주가 김경문 감독에게 새 승용차를 장만해주고 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준비한 구단은 낭패를 보지 않는다. SK 구단이 2000년에 창단한 이후 지속적인 투자가 디딤돌이 돼 마침내 창단 8년만인 2007시즌 첫 정상에 섰고 2008년에도 한국시리즈를 제패 했듯이 프로구단으로선 ‘투자는 배반하지 않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올해 LG와 두산 두 구단을 통해서 새삼 확인하고 있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LG 구단의 구리시 챔피언스 파크 두산 구단의 이천시 베어스 파크 지난 1월 8일 LG 선수단 신년하례식 때 구본준 구단주가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박정원 두산 신임 구단주가 3월 31일 잠실 구장을 방문, 선수단을 격려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