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가수 구준엽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예인의 기자회견으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강한 ‘분노’가 표출되는 자리가 됐다. 구준엽은 몇 년간에 걸쳐 걸핏하면 마약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확실한 증거나 신빙성 있는 진술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이미 두 차례 검사를 받아 왔고 매번 무혐의가 확인됐는데도 이번에도 역시 마약과 관련해 경찰이 찾아오는 일이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마약 반응 검사가 모두 음성이 나왔는데도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마약쟁이’로 소문이 나는 현실에 특히 분개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9일 MBC 가요 프로그램 ‘음악중심’에는 ‘No Drug’이라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나와 기자회견 중 밝힌 자신의 생각을 무대에서도 다시 드러냈다. 구준엽이 널리 알리고 싶었던 ‘No Drug’의 의미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No Drug’은 ‘마약을 하지 말자’는 권유의 의미가 담긴 캠페인 용어다. 하지만 구준엽 티셔츠의 ‘No drug’은 일부 원래 의미가 담겨있을지는 몰라도 정황상 그보다 다양한 항의의 의미가 담겨 있는 듯했다. 구준엽은 기자회견에서 강한 분노를 표출했지만 그 분노의 대상을 명확히 특정 짓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지도는 높지만 권력은 별로 없고 대중이 갖는 이미지에 연예 활동의 생사여탈권이 달린 연예인이 ‘싸움’에 나서기 힘든, 경찰 언론 대중 모두가 분노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선 마약과 관련해서는 연예인을 용의선상에 올려 놓는데 사전 수사의 철저함과 신중함이 느껴지지 않는 경찰의 수사 방식에 대한 원망이 다가온다. 그 다음으로는 인권 보호를 위해 형법에도 금지돼 있는 ‘피의 사실 공표’가 너무도 쉽게 이뤄지는 현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가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이번에 구준엽이 기자회견까지 열게 된 데에는 구준엽이 수사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 실명으로 보도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취재진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혐의 사실이 수사팀의 테두리를 벗어나 취재진에 알려지면 기사화가 되든 아니든 그 사실이 밖으로 퍼져 나가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장하기 힘들다. 혐의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확정범과 동일시하는 대중들의 인식에도 원망이 느껴진다. 구준엽은 기자회견에서 ‘마약 검사에 무혐의를 입증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당당히 임했지만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약 투약자로 소문이 돌아 검사를 받은 사실이 후회된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구준엽이 기자회견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것처럼 이번 사례는 결국 연예인의 인권과 관련된 문제다. 연예인이 공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문제라고 평하는 이들도 있지만 연예인은 공인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에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인권과 관련된 일에 민감할 수도 있다. 구준엽의 이번 기자회견과 ‘No Drug’ 티셔츠 시위는 단순히 한 연예인의 결백을 알리는 차원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라 연예인의 인권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보는 기회가 돼야 할 듯하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기자회견을 자청해 결백과 억울함을 주장한 구준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