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 양준혁, 이승엽을 뛰어넘을 홈런타자는
OSEN 기자
발행 2009.05.12 08: 58

양준혁(40. 삼성 라이온즈)이 지난 5월 9일 개인 통산 341호 홈런을 터뜨려 국내 홈런 최다 기록을 세웠습니다. 장종훈(41. 한화 코치)이 지난 1987년부터 2005년까지 19년간 선수 시절 기록했던 340개 홈런을 양준혁은 1993년부터 이제까지 17시즌만에 경신한 것입니다.
한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33)은 지난 8일 주니치 드래곤즈전에서 올 시즌 7호 홈런을 쏘아 올려 일본에 건너 간 2004년 이후 130개의 아치를 그렸고 국내에서 9시즌 동안 기록한 324개를 합치면 한·일 통산 454개의 홈런을 날렸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개인 통산 최다 홈런은 배리 본즈가 22시즌에 걸쳐 기록한 762홈런이고, 현역 선수로는 켄 그리피 주니어(40. 시애틀)가 21시즌째 기록 중인 613홈런이 최다 기록입니다.
일본은 왕정치의 868홈런(22시즌)이 통산 1위, 노무라가 657개로 2위에 올라 있습니다. 현역 선수 중에는 터피 로즈(41. 오릭스)가 14 시즌에서 453홈런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한국계 가네모토(41. 金本知憲. 한신)는 18 시즌에서 429개로 현역 일본 선수 중 최다를 기록 중입니다.
국내 1위에 오른 양준혁은 그동안 한 시즌 홈런왕 타이틀은 한차례도 차지하지 못했지만 2인자의 자리를 꾸준하게 지킨 끝에 영광을 안았습니다. 그는 2003년에 33개의 아치를 그린 게 연간 최다였는데 지난 해는 8개에 그쳤고 올해는 2개를 넘겼습니다.
나이와 고질적으로 자주 발생할 우려가 있는 허벅지 근육통을 감안하면 앞으로 360개 내외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이승엽은 한·일 통산 550개 안팎의 홈런을 날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승엽이나 양준혁을 뛰어넘을 홈런타자는 국내 선수 중에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알아봅니다.
역대 국내 개인 통산 홈런 순위는 양준혁-장종훈에 이어 3위는 심정수(328개. 은퇴)이고 4위가 이승엽(324개)입니다. 현역 선수 중에는 박경완(37. SK. 295개. 이하 5월 11일 현재), 박재홍(36. SK. 279개) 송지만(36. 히어로즈. 263개)이 5~7위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동주(33. 두산. 219개)가 11위, 이호준(33. SK. 194개)이 14위, 김재현(34. SK. 184개)이 17위, 김태균(27. 한화. 174개)이 19위, 이범호(28. 한화. 144개)가 28위, 이대호(27. 롯데. 134개)가 31위에 올라 있습니다.
위의 선수 가운데 이승엽의 한·일 통산 예상치 500개 이상 홈런 기록을 깰 선수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지고 양준혁의 국내 기록은 경신할 타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타격 솜씨와 나이를 참작하면 27살로 가장 젊은 김태균과 이대호 두 명이 가장 유력합니다. 두 타자가 이승엽의 기록을 넘어서려면 앞으로 13년간 매년 평균 30개 이상씩 홈런을 터뜨려야 가능한데 두 선수의 추세로 봐서는 힘듭니다. 그러나 이들이 매년 20개 이상씩 홈런을 양산하면 양준혁의 대기록은 깨트릴 수 있습니다.
김태균과 이대호보다 많은 홈런을 날리고 있는 박경완과 박재홍, 김동주 등은 나이와 몸상태 등을 고려하면 300개를 넘기는 것으로 그칠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고 유망주인 김태균과 이대호, 둘 중에서는 특히 김태균이 양준혁의 대기록을 경신할 후보로 꼽힙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4번타자로 중용된 이후 장타력에 안정감이 붙기 시작한 김태균은 커다란 부상이 없으면 앞으로 10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매년 평균 20개 이상씩 홈런은 충분히 소화해낼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김태균은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이대호는 3년 후 FA 자격을 획득해 해외로 나갈 경우 국내 개인 통산 홈런 더비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두 타자가 해외로 나간다면 국내 1위 양준혁의 기록도 넘어설 선수가 나오기 힘들어집니다. 물론 이승엽이 일본에서 돌아와 2~3 시즌을 뛰면 국내 1위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승엽은 요미우리 계약 기간이 내년 말로 끝나지만 현재는 국내팀 복귀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아직도 미국 메이저리그 꿈을 버리지 않고 있고 나이 등으로 진출이 어려우면 일본에서 적어도 3년 정도는 더 좋은 활약을 한 뒤 일본 생활을 마치고 국내 지도자로 복귀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참고로 올 시즌 홈런 10개를 때려 1위에 올라 있는 최희섭(32. KIA)은 2002년 미국 시카고 컵스에서 시작해 2005년 LA 다저스 시절까지 4 시즌동안 40개의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에 국내에서 현재까지 3시즌 동안 23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어 한·미 통산 63개의 홈런을 날렸는데 현재 그의 여건을 참조하면 개인 통산 200개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희섭은 데뷔 당시 장종훈이나 이승엽 못지않은 거물타자가 나타났다고 기대를 모았으나 메이저리그에서 적응을 못하고 국내 복귀 후에도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올해부터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야구계는 이승엽이나 양준혁, 장종훈, 김태균, 이대호와 같은 대형 타자가 많이 나와 거포들의 장타력 경쟁을 보여 주길 바라지만 가뭄에 콩나기 격으로 드물어 아쉽습니다. 10여년 전에 비해 선수들의 체격과 덩치는 눈에 띄게 커졌어도 호쾌한 장타자는 거꾸로 줄어드는 느낌마저 주고 있습니다.
통산 홈런왕에 오른 후 양준혁의 소감이 야구계 실정을 잘 보여줍니다.
“요즘 선수들은 뭐랄까, 근성이 조금 결여된 느낌이다. 우린 어렸을 땐 죽기 살기로 야구했다. 야구선수는 자기만족에 빠지는 순간 퇴보한다. 자기발전을 꾀하고 계속 부딪혀보고 해야 한다. 주전 뛰는 걸로 만족하면 안 된다. 내가 (이)승엽이를 존경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 친구는 50홈런 치고도 항상 자기 계발을 하려 한다. 그래서 지금 그 자리에까지 가 있는 것이다. 야구는 끝이 없다. 열정이 필요하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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