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미-일보다 앞서 비디오 판독 확대하라
OSEN 기자
발행 2009.06.02 08: 54

프로야구에서 올해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습니다. 홈런 여부 판정에만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좀더 확대해 홈에서 일어나는 주자의 판정 등 중요한 순간까지 비디오 판독을 활용하자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칼럼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회는 홈에 뛰어드는 주자의 판정을 잇따라 그르친 김성철 심판에 대해 10경기 출장정지의 징계를 내렸는데 심판 자체 교육 시간이 줄어들어 시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올린 바 있습니다.
‘아웃, 세이프’는 심판의 고유 권한이라는 통념에 따라 이제까지 이 부문에 대해 심판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징계까지 내린 적은 없었으나 심판위원회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사실 홈에서 주자의 판정을 놓고 논란을 일으킨 것은 김성철 심판 한 사람만이 아닙니다. 그만큼 홈 대시는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플레이이고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 힘든 실정입니다.
심판 경력 14년을 넘긴 강광회(41) 씨도 지난 5월 24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KIA전에서 2회초 1사 2, 3루 때 1루 땅볼이 나오자 홈으로 뛰어든 히어로즈의 이숭용을 아웃으로 판정해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1루수 최희섭이 타구를 잡아 곧바로 홈으로 송구하고 3루에 있던 이숭용은 슬라이딩을 하며 홈에 파고 들었는데 홈 터치보다는 포수의 태그가 빨랐다고 판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나 TV 중계 화면으로는 이숭용의 홈 터치가 분명히 빨랐습니다.
당시 양팀은 점수 없이 0-0인 상황이었기에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면 히어로즈가 다득점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만 이 이닝에서 히어로즈가 점수를 따내지 못하자 사기가 오른 KIA는 3회부터 대량 득점에 성공해 8-1로 대승, 홈에서 판정 하나가 경기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합니다.
강광회 심판은 작년 5월 13일 마산구장에서 거행된 삼성-롯데전에서도 3회말 1사 후 1루주자 롯데의 손광민이 홈에 슬라이딩을 하는 순간 세이프를 선언했는데 TV 느린 그림에는 명백하게 삼성 포수의 태그가 빨랐습니다.
당시 강광회 심판은 1루심을 맡아보다가 박기혁의 2루타 때 구심이 어쩔 수 없이 3루로 옮겨 가자 홈 커버를 하는 상황이어서 1루에서 홈으로 달려가 삼성 포수의 등 뒤에서 상황을 보느라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심의 바로 눈 앞에서 일어나는 홈에 뛰어드는 주자에 대한 판정도 간혹 실수가 나올 수 있는데다 심판이 위치 선정을 잘못한 경우 판정은 오심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더구나 홈에서 판정의 잘잘못 여부는 승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 판독은 2008년 8월 29일부터 정식으로 도입됐고 우리와 일본은 올 시즌부터 메이저리그처럼 홈런 판정 여부에만 비디오 판독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7일 광주 SK-KIA전에서 와이번스의 박정권이 처음으로 비디오 판독에 의해 홈런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양준혁(삼성)은 4월 16일 대구구장에서 개인 통산 최다 홈런기록인 341호를 친 것으로 알고 2루를 돌다가 심판이 2루타로 인정한다고 해 선동렬 삼성 감독이 비디오 판정으로 요청한 결과 2루타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5월 15일 잠실에서 두산전에서는 3루타인줄 알고 3루에 멈추었다가 비디오 판정 결과 343호 홈런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이처럼 홈런 여부도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서 양쪽 선수단이나 관중 등 보는 이들 모두가 판독 결과에 왈가왈부 없이 수긍하는 풍토가 됐습니다.
물론 기계에 의한 판독이 정확하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나옵니다.
5월 22일 광주 히어로즈-KIA전에서 7회초 강병식이 대타로 나와 오른쪽 폴대를 넘어가는 커다란 타구를 날리자 강광회 구심은 파울을 선언했고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습니다.
4명의 심판과 감독관이 모여서 느린 그림을 살폈으나 폴대 위를 넘어가는 타구 방향이 애매해 명백한 결론은 찾지 못하고 당초 구심의 판정대로 파울로 결정됐습니다. 비디오 판독이 만능 해결사는 아닌 경우도 있으나 김시진 감독은 판독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자 더 이상 어필없이 경기를 진행 시켰습니다.
‘심판의 판정도 경기의 일부’라고 고집하던 보수적인 미국은 홈런이 점수와 직결된 것이고 비디오 판독을 통해 비교적 정확한 판정을 내리면 양팀이나 팬 모두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새로운 제도에 대한 논란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홈에 뛰어드는 주자에 대한 판정도 홈런과 마찬가지로 점수와 직결되는 사안이고 비디오 판독으로 비교적 용이하게 가려질 수 있습니다.
‘심판의 실수도 경기의 한 부문’이라고 넘어갈 수 있으나 한 사람의 실수가 한 팀의 선수단과 수많은 팬들에게 아픔을 주고 공정치 않은 판정이 슬그머니 넘어가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할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심판들도 잘못된 판정이 곧바로 고쳐진다면 정신적으로 홀가분해지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모든 애매한 상황에 대해서 비디오 판독을 요구한다면 경기 시간이 마냥 늘어나 지루해지고 보는 사람들의 짜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프로풋볼처럼 팀당 한 경기에 2번 이내로 제한해 실시하면 어떨까요?
야구에서 새로운 제도 도입이나 규정은 항상 미국에서 먼저 시행한 다음 일본과 우리에게 전해졌으나 비디오 판독 확대는 우리가 일찌감치 실시하는 것이 하나도 문제될 것이 없고 많은 세계 야구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만한 앞서가는 결단이 될 것입니다.
OSEN 편집인
5월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양준혁이 당겨친 타구가 오른쪽 담장을 넘어 노란 선 위 응원단상을 맞고 떨어졌다. 3루까지 정신없지 뛰어간 양준혁이 홈런이라고 주장하자 추평호 구심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고 하고 있다. 결국 이 타구는 담장을 넘어간 것으로 밝혀지며 우월 솔로 홈런(개인통산 343호 홈런)으로 기록 됐다.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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