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리의 TV 시시콜콜]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방송 작가라는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되묻는 질문은 99%가 “연예인 얘기 해주세요”, “연예인 oo은 어때?” 등등 연예인에 관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방송 한 번 같이 했다고 해서 연예인과 쉬이 소위 ‘친구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기껏해야 몇 시간 남짓한 시간, ‘함께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100% 알기란 누구나 다 그렇듯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말이다. 배신감을 느낀 경우는 더러 있다. 분명 신인 때 같은 프로그램을 할 때는 어떻게든 한 컷이라도 더 나와보려고 애쓰던 그분들께서 나중에는 너무 힘들다며 분량 좀 줄여달라고 투덜대거나 또 작가들에게 커피도 직접 타주며 갖은 애교를 부리던 그분들께서 ‘뜬’ 뒤로는 작가들을 대기실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고 뭐 이런 정도의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직접 당해본 경우에는 TV에 그가 나오기만 해도 이가 부득부득 갈리긴 한다.) 그런가 하면, 뜨기 전과 뜬 후, TV 속 모습과 TV 밖 모습이 정말 한결같은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방송작가로 생활한 지 채 몇 년 되지도 않았을 때에,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던 적이 있다. 함께 일하는 작가 선배를 찾는 전화였는데, 전화를 건 상대방의 목소리는 심상치 않았다. 아니, 억양부터 모든 것이 범상치 않았다고 해야 맞겠다. 그가 찾는 작가 선배가 자리에 없으니 들어오시는대로 연락드리라고 전하겠다 하자, 너무나 발랄한 톤으로 “네 누님, 그럼 이만 뿅!” 하고 전화를 끊던 그의 정체는 갓 방송에 발을 들여놓은 노홍철. 그로부터 며칠 뒤,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 MC 후보였던 그가 미팅을 위해 사무실로 직접 찾아왔다. 미팅을 끝낸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을 우연히 지켜봤는데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이 흐르는 복도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그는 가볍게 목례를 건네고는 입으로 “뿅!” 외치고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그는 각종 오락프로그램을 섭렵하며 멀쩡하지 않은 듯 현란한 말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스타가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오래 사랑받는 스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 사랑받는 스타들의 공통점은 ‘한결같다’는데 있다. 누구에게나 깍듯이 인사를 전한다는 최고의 MC 유재석처럼, 그리고 누구에게나 유쾌한 노홍철처럼 말이다. [방송작가] hakuei8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