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구단이 지난 해처럼 구름 관중이 찾아 반가와 하지만 속마음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팀 성적이 작년보다 떨어져 걱정인데 팀 성적은 어쩔 수 없다해도 부산 사직구장의 ‘만원 관중 징크스’가 한층 심해졌고 많은 돈을 들여 좌석를 보수했으나 수입은 도리어 줄어들어 답답해 하고 있는 것입니다.
롯데는 지난 해 사직과 마산구장의 홈 관중이 8개 구단 통틀어 사상 최다인 138만 명(경기당 2만 1900명)이 입장했고 만원 관중을 21회나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6월 15일 현재 작년에 비해 약간 못 미치지만 8개 구단 중 최다로 경기당 평균 관중이 1만 9000명이 입장했고 사직구장엔 5차례 팬들이 꽉 들어찼습니다.
‘부산 갈매기’ 성원에 답하기 위해 롯데 구단은 지난 봄 관람석 보수 공사를 벌여 내야석 중 1만 3000석을 추가로 지정 좌석제로 개수했습니다. 본래 사직구장은 3만명을 수용하는 규모였으나 좌석을 넓히느라 현재는 2만 8500석으로 1500석이 줄어들었습니다. 지정 좌석을 늘리고 롯데 박물관 등을 건립하느라 총 20억 원 가량이 들어갔습니다.
상당 액수를 투자한 구단은 올해부터 내야 지정석 경우는 입장료를 지난 해 7000원에서 1만 원 정도로 인상할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산시의회에서 “경제가 심각한 불황인데 입장료를 올리면 시민에게 부담을 준다”며 반대해 작년과 같은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사직구장은 부산시 소유의 시립운동장으로 롯데는 사용료를 내고 구장을 쓰고 있습니다.
좌석이 줄어들어 입장 수입이 적어진 롯데 구단은 더군다나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구장 내 매장 수익금도 감소되고 있어 곤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관람객 수는 지난 해에 비해 그다지 줄지 않았지만 지정 좌석제로 인해 구장 내 매장을 이용하는 팬들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지정 좌석이 많지 않았던 작년까지만해도 사직구장은 흥미로운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한 팬들이 새벽부터 매표소 앞에서 장사진을 친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구장 출입문을 열면 줄을 섰던 수많은 관람객들이 좋은 좌석을 차지하느라 100m를 달리기 하듯 서로 앞 다퉈 뛰어가는 모습이 대단했습니다.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구장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팬들이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바람에 구장 내 매장은 물론 구장 주변 상가와 노점상들이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지정 좌석제가 대폭 확대 되면서 입장권을 구입한 관람객들은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에 느긋하게 찾아오는 여유를 누리게 됐습니다. 이 통에 구장 부근 상가와 노점상들의 판매고는 대폭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또 지정 좌석권을 구입한 팬들은 대부분 자신의 집이나 집 근처 상가에서 관전하며 먹고 마실 물품을 미리 마련하고 들어와 주변 상인들과 구장 내 매장의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관람객들이 먹고 마실 물건을 자신의 집 부근에서 구입한다면 크게 볼 때 부산 경제 살리기는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논리도 맞을 수 있으나 어쨌든 1990년대 이후 10여년만에 살맛이 나게 됐다는 사직구장 주변 상인 수천 명은 울상입니다.
롯데 구단은 “지정 좌석제를 확대하면서 이런 사회적 현상이 생길 줄은 몰랐다. 우리 구단도 구장 내 매장 수익이 감소돼 고민이다”면서도 “그러나 지정 좌석제는 어차피 프로야구에서는 반드시 실시해야 할 과제이고 나아갈 길이다”고 말합니다.
구단 관계자는 또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관람객이 외부에서 음식물을 구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데 우리는 관행상 그렇게 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관중들이 좋아하는 음식물을 다양하게 만들어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할 방침이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대호 햄버거’ ‘강민호 치킨’ ‘홍성흔 삼각 김밥’ ‘가르시아 햄버거’ 등을 구장 안팎에서 판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자한만큼 좋은 성적이 반드시 나지 않는다’는 대표적 스포츠 종목이 야구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투자한만큼 번다’는 경제 논리가 통하지 않게 된 롯데 구단은 사직구장이 만원이 되면 으레적으로 “또 지는 것 아니야?”라는 또다른 근심을 하게 됐습니다.
사상 최다 관중을 끌어들인 작년에도 롯데는 ‘만원 관중 징크스’로 애를 태웠는데 올해도 5차례 만원을 이룬 날 성적이 1승4패으로 입장객이 꽉 들어차는 날이면 구단 사람들은 입을 조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4일 개막일 날 히어로즈에 3-2로 신승을 거둔 것을 제외하면 5월 5일 SK전서 0-4로 영봉 당했고 5월 17일 한화전 더블헤더 때도 연패했으며 6월 13일 히어로즈한테는 0-7로 또 영봉패 했습니다.
지난 해도 시즌 중반까지는 만원 관중이 입장한 날의 팀 승률은 2할대에 머물다가 후반들어 만회해 10승11패로 살아났는데 올해도 홈구장에서 팀 성적이 점차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관중이 꽉 들어찬 사직구장의 낮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