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뚝심이 경이롭습니다.
다른 팀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두산은 주전의 절반이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반환점을 돈 2009 정규 시즌에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4일 선두로 올라선 다음 잠깐씩 SK에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으나 최악의 상태에서도 무섭게 뚝심을 발휘하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지난 6월 18일 KIA전과 19~21일 SK전에서 팀내 최고 수준의 투수들이 잇따라 얻어맞아 그로기가 된 상태에서도 21일 더블헤더 2차전에서 살아났다는 점입니다.
롯데와 3연전을 앞두고 22일 오후 부산으로 내려간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 잘해 주어 천만다행이다. 코치들이 힘든 상황에서 선수들 지도와 파악을 잘해 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선수와 코치들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김 감독은 또 “어느 팀이나 부상 선수가 있지만 우리는 주전급들이 너무 많이 다쳐 걱정이다. 오늘도 최준석이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으로 빠졌다”면서 “이달 유월은 팀 승률 5할 정도(22일 현재 10승8패)로 맞추고 7월은 위기로 보는데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기 전까지 견뎌냈으면 좋겠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랜만에 선발로 잘 던진 이재우를 계속 선발로 기용할 계획이고 잘 던지던 김상현은 문제점을 찾아 고쳐 나갈 생각이다”고 밝혔습니다.
두산에서 부상으로 제대로 출장하지 못하고 있는 주전 선수는 마무리 전문에서 올해 선발로 바꾼 정재훈이 어깨 부상으로 빠져 있고 주전 포수로 올라선 최승환은 5월 17일 삼성전에서 홈으로 뛰어들던 선수와 부딪혀 왼쪽 무릎 인대 손상으로 치료 중입니다.
주포 김동주는 왼팔꿈치 부상이 심해 자주 결장하고 공수주 3박자를 갖춘 1번타자 이종욱은 6월 2일 수비 도중 2루수 김재호와 충돌, 턱관절 골절을 당해 두 달 가량 치료해야 하며, 2루수 고영민은 5월 10일 한화전에서 1루로 뛰다가 오른발목 인대를 다쳐 최근에야 2군 경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해 말 홍성흔이 롯데로 떠나고 이혜천이 일본으로 가면서 커다란 공백이 생긴 두산은 올해 지난 5월 5일~7일 LG와 라이벌 3연전에서 내리 지는 등 4연패에 빠져 4위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홈에서 한화를 맞아 3연승을 거두고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렸습니다.
그리고 5월 22~24일 문학 원정 경기서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한이 맺힌 SK를 상대로 3연승을 올려 705일만에 팀 성적 선두에 올라서는 반달곰의 저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부실한 전력 때문인지, 아니면 2년만에 선두 도약으로 팀 분위기가 해이해져서인지 다음 날 만난 하위권 히어로즈에 3게임 연속 패하는 수모를 당하고 1위 자리를 SK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에도 대전 원정 경기에서 한화를 만나 3연승을 거두고 선두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1~2위 자리를 반복해 오르내린 두산은 지난 18일부터 21일 더블헤더 첫 게임까지 3연패를 당해 5월 초 4연패보다 더 빨간 불이 켜진 듯 했습니다. 비교적 잘 던지던 투수들이 연거푸 카운터 펀치를 맞은 것입니다.
18일 KIA전에서는 세데뇨를 선발로 내세우고 3회부터 고창성을 3회부터 구원 시키면서 2-0으로 리드했는데 괜찮던 고창성이 주자 2명을 6회에 내보내자 최고의 구원 전문 이재우를 투입했으나 김선빈에게 적시 3루타를 맞아 한 점으로 쫓겼습니다.
이어 내보낸 임태훈은 최희섭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동점을 만들어 주고 물러났습니다. 9승1패1세이브로 다승 선두에 나섰던 임태훈이 최희섭에게 몸쪽 공 대신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한 것입니다. 뒤이어 나온 3년차 신예 이용찬이 나지완에게 또다시 결승 적시타를 내준 것은 (1패)15세이브로 최고 마무리로 인식되던 그가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려준 순간이었습니다. 2-4패.
19일 SK전에는 올해 5승무패로 돌풍을 일으킨 프로 2년째의 홍상삼이 선발로 나섰으나 2회 투아웃까지 5안타, 3볼넷, 4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4-8패.
비로 인해 하루를 쉬고 21일 더블헤더로 열린 SK와 1차전에서는 지난 해 중간 구원이었다가 올해 선발로 바꾸고 3승2패, 평균자책점 3.02의 준수한 성적을 올린 김상현이 선발로 등판했지만 2이닝에 6안타, 1볼넷, 6자책점이란 참담한 기록을 남기고 초반에 강판했습니다. 3-8패.
선발진이 무너져 더블헤더 2차전은 내세울 선발투수가 없자 윤석환 투수코치는 김경문 감독에게 중간 전문 이재우를 추천했습니다. 2006~2007년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 이재우로서는 선발 등판이 1754일만이라고 두산 기록팀이 알려주더군요.
사흘 전 좋지 못한 내용을 보였던 이재우는 타격감이 살아났던 SK 타선을 맞아 역투를 펼쳤고 2-1로 앞선 박빙의 상황에서 3회말 수비 때 좌익수 김현수가 담장 상단을 때리는 박재홍의 라인 드라이브를 몸을 날려 잡아주어 1차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4회초에 김현수가 만루 홈런을 날려 주는 최고의 도우미로 나선 덕에 5이닝 2실점의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두산은 이후 금민철-고창성-김명제-이용찬 등이 무실점으로 원기를 회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따냈습니다. 11-2승.
봉중근(LG)이나 김광현(SK), 류현진(한화)와 같은 에이스가 없고 뚜렷한 외국인 선수도 없는데다 방망이는 거포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빠진 탓에 홈런이 가장 적은 두산입니다.
22일 현재 올 시즌 절반 가량인 64경기를 치르면서 38승24패2무승부, 승률 5할9푼4리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두산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7월을 버텨낸다면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물론 8년만의 우승을 낙관할만합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김경문 감독과 두산 지킴이 김현수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