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삼켜라’가 삼켜야할 세 가지
OSEN 기자
발행 2009.07.09 10: 56

‘태양을 삼켜라’가 넘어섰으면 하는 것들 [OSEN=정덕현의 네모난 세상]‘태양을 삼켜라’는 ‘올인’을 함께 했던 유철용 감독과 최완규 작가의 야심작이다. 스페셜 방송을 통해 보여진 것처럼 이 드라마가 갖는 스케일은 우리네 드라마가 늘 보여왔던 소소함을 벗어난다. 아프리카, 라스베이거스, 제주도를 넘나드는 공간과, 그 공간 위를 물들이는 액션의 향연은 우리 드라마에서는 좀체 보이지 않았던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는 블록버스터 드라마의 계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이 모두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태왕사신기’는 그 거대한 스케일과 볼거리로 블록버스터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지만 시청률은 블록버스터급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극은 그 디테일한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영상을 통해 우리 드라마로서는 해내기 어려운 어떤 지점을 넘어설 수 있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로비스트’의 경우, 스스로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주창했지만 그다지 대중들의 호응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거대한 스케일에 비해 섬세한 대본이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영상은 스토리와 겉돌기 시작했고, 따라서 겉멋만 잔뜩 든 영상의 나열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웠다. 결국 ‘로비스트’는 완성도에서도 시청률에서도 참패했다. 직접 대본을 쓴 것은 아니지만 대본 작업에 참여한 최완규로서는 비싼 값을 치른 셈이 되었다. 하지만 ‘로비스트’의 실패는 단지 엉성한 스토리가 만들어낸 완성도의 실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남성층을 겨냥한 드라마가 우리네 드라마 풍토에서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여성 시청층을 끌고 갈 수 있는 스토리가 있어야 하며, 또 남성 중심적 사고관을 드러내거나 마초적인 남성들이 끌고 가는 이야기는 배제되어야 그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작금의 드라마 시장에서도 이런 경향은 여전하다. ‘자명고’의 침몰과 ‘친구’의 부진, ‘2009 외인구단’의 참패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대작 불패의 신화는 깨진 지 오래다. 게다가 ‘2009 외인구단’과 ‘친구’의 부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남성층을 겨냥한 마초적인 드라마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친구’가 영화와는 달리, 젊은 시절 남녀 간의 향수어린 멜로에 집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태양을 삼켜라’는 이 모든 위험요소들을 그대로 갖고 있다. 최완규 작가는 왜 ‘주몽’ 이후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첫 번째 위험요소다. ‘로비스트’의 실패 이후, ‘식객’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것은 원작이 아니라 각색이었기에 논외로 봐야한다. 게다가 최완규 작가는 에이스토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작품을 모두 스스로 소화하지는 않고 있다. 어쩌면 이 부분이 그간의 최완규 작가의 부진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태양을 삼켜라’에서는 초창기에 그랬던 것처럼 좀 더 최완규의 손길이 느껴지기를 기대한다. 두 번째 위험요소는 대작드라마에 대한 압박이다. 스케일이 크고 선이 굵은 대작드라마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는 작은 디테일을 놓친다는 점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스케일만 보는 볼거리용은 될 수 없다. 이것은 볼거리로서의 블록버스터가 가능한 영화와는 장르적으로 다른 데서 기인한다. 영화가 그만큼 볼거리만으로도 압도되는 장르인 반면, 드라마는 매체적 특성상 아기자기한 스토리들이 꾸려나가는 장르다. 좀 더 세밀한 스토리가 가해진다면 스케일이 주는 볼거리와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스케일은 오히려 드라마를 무너뜨리는 무게로만 작용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위험요소는 ‘태양을 삼켜라’가 여성층을 겨냥한 멜로 라인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 봤을 때, 남성층에 소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액션과 멜로의 교집합을 만들어 시청층을 넓히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태양을 삼켜라’는 이처럼 꽤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드라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기대가 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대작이나 남성극이 갖는 한계는 어쩌면 우리네 드라마가 갖는 한계로 지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완규 작가 같은 거목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태양을 삼켜라’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이 위험요소들을 꿀꺽 삼켜버리고 우리네 드라마의 외연을 넓히기를 기대하는 마음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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