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무한도전’의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음원이 발표되자마자 가요 차트를 쓰나미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각종 온라인 차트 1위부터 10위까지에 대부분의 곡들이 올라갔고 음반 판매량도 초도 3만 장을 넘어 5만 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요계(가수 또는 제작자)가 씁쓸해하고 있다’는 분석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전문 가수들은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 좋은 곡을 들고 나와도 순위에서 제 평가를 못 받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단기간에 만든 예능 프로그램의 기획 앨범이 손쉽게 차트를 장악해버리는 현실에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좀더 나아가 ‘무한도전’의 이번 음반 발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듯한 글들도 있다. 사실 ‘무한도전’은 좋은 일하고 그만큼 칭찬을 못 받고 있는 형국이다. 불황인 가요계에 대한 관심도 제고하고 수익금으로 선행도 하고 재미도 전달하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1석3조의 웰메이드 기획이 본의 아니게 박수만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먼저 ‘무한도전’의 이번 음악적 결과물들이 시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될 것 같다. ‘무한도전’은 음악적인 면에서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다. 누가 봐도 뮤지션으로 인정 받고 있는 가수들과 검증 받은 히트 작곡가들을 참가시켰다. 그러니까 나중에 수익금으로 선행을 하기 위한 음반을 발표할 때 돈을 내고 음악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음악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본다. 물론 ‘듀엣가요제’를 위해 만들어진 곡들은 이를 만든 참가 가수들이 자신들의 공식 음악 활동에서 선보이는 음악에 비해 좀 가볍기는 하다. 하지만 이 곡들은 예능 프로그램을 위한 곡들이다. 진지하고 치밀하게 음악성을 꽉꽉 눌러 담은 곡을 예능 프로그램에 내보내기에는 너무 무거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곡들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할 수도 없다. 타이거JK가 만들고 윤미래가 참여한 ‘Let’s Dance’, 에픽하이의 ‘바비큐’ 윤밴의 ‘난 멋있어’ 노브레인의 ‘더위 먹은 갈매기’에서는 이 뮤지션들의 음악적 역량이 중간중간 빛나고 있다. 히트 작곡가 이트라이브의 ‘냉면’, 안영민의 ‘세뇨리타’도 가요에서 대중적인 감각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쯤에서 가요계의 절대 공식이 하나 떠오른다. ‘아무리 가요계가 홍보와 마케팅의 시대가 됐다고 하더라도 곡이 좋지 않으면 홍보와 마케팅만으로 히트곡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무한도전’이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곡이 좋지 않았으면 이처럼 차트를 휩쓰는 일은 잃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문제의 초점은 ‘무한도전’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무한도전’과 가요계의 관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무엇일까. 한 2년 전쯤 본 칼럼을 통해 ‘개그송을 못 이기는 인기 가수들’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삽입되는 것만으로 상당한 수준의 인기를 끄는 곡들에 대한 기존 가요계의 허탈감을 다룬 글인데 언뜻 보면 그 글과 이번 ‘무한도전’에 관계돼 나오는 부정적 견해의 글들이 일견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명확히 다른 부분이 있다. ‘개그송을 못 이기는 인기 가수들’이라는 글은 예능 프로그램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가수들간의 경쟁이 그 프로그램 출연자와 출연 기회가 없는 가수들 사이에서 불공정한 부분이 발생한다는 취지에서 쓴 글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현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예능 프로그램의 막강한 가요 홍보력이 여러 가수들에게 공정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찾아 보는데 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좀더 나아가 한정된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가수들이 대중들에게 곡을 잘 전달할 수 있는 홍보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 지도 고민해볼 부분이다. 문제의 본질은 여기까지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할 일을 했고 좋은 일 했다. ‘무한도전’의 차트 장악은 가요계에 있어 그저 하나의 유쾌한 돌발 이벤트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무한도전'의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에서 팀을 이뤄 대상을 받은 유재석과 JK 라이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