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간판 타자 박용택(30)의 질주가 눈부시다.
박용택은 7월 30일 현재 타율(.368. 2위는 롯데 홍성흔 .358)과 최다안타 부문에서 당당히 1위(112개. 공동 1위 SK 정근우)에 올라 있다. 30일에 주춤하긴 했으나 29일 잠실 삼성전에서 4타수 4안타를 몰아쳐 최다안타 부문에서 김현수(21. 두산 베어스)를 앞지르는데 성공, 1개차로 맨 앞에 나섰다. 각종 기록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득점권 타율이다. 박용택은 4할3푼1리로 타격 순위에 올라 있는 타자들 중 유일하게 4할대를 기록했다. 그의 팀 기여도를 실감할 수 있는 기록이다.
2003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던 박용택은 작년에는 고작 2개로 고개를 떨궜지만 올해는 13개의 아치를 그려내 개인통산 100홈런 고지에도 4개차로 다가서 있다. 박용택은 2002년 데뷔 이후 2007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으나 지난 해 4개 모자란 96개로 100안타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100안타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6월30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톱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시즌 10호 도루를 성공시키며 8년 연속 두 자릿 수 도루에도 성공했다.
박용택은 또 장타율과 득점 부문에서도 선두를 넘보고 있다. 장타율은 5할9푼2리로 2위(1위 LG 페타지니 .616), 득점은 62점으로 5위(1위 SK 정근우 67점)를 달리고 있다.
시즌 개막 전에 입은 늑골 부상으로 한 달 가량 결장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기록 쌓기 행진은 자못 놀랍다. 수비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펜스 플레이가 돋보인다.
박용택은 “타율과 최다안타뿐만 아니라 모든 타이틀에 대해 욕심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홈런왕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일단 팀이 좀더 치고 올라가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다. 1번 타자로서 출루를 많이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절제된 자세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타율과 최다안타 부문은 2008시즌 김현수가 독차지했던 타이틀이다. 올해는 박용택이 일단 강력한 후보였던 김현수를 뒤로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최다안타 선두자리를 놓고 김현수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박용택은 김현수가 공개적으로 최다안타 2연패 도전의지를 천명한데 대해 “(김)현수는 아주 좋은 타자”라고 칭찬을 던지면서도 “나도 최다안타 타이틀을 갖고 싶다.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좋은 점도 많은 만큼, 최선을 다해 경쟁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박용택의 첫 타이틀 도전은 그의 이름 값에 견주어본다면, 때늦은 느낌이 든다. 새로운 도전이지만, 그 동안 그에게 걸렸던 기대치를 떠올린다면, 그리 낯설지도 않다.
2002년 LG에 입단한 이후 박용택은 2004년에 유일하게 타율 3할에 턱걸이했다. 나머지 해에는 모두 2할대에 머물러 그의 도약을 기다리는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올해야말로 박용택이 팬들의 타이틀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아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컸던 박용택으로선 지난해는 시련과 좌절로 지샌 한 해였다. 입단 후 꾸준히 올랐던 연봉도 작년 시즌 부진으로 인해 올해 처음으로 깎이는 아픔을 겪었다. (1억 8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박용택은 “지난 해는 부상과 부진으로 아주 힘든 해였다. 마음 고생도 많았다”고 되돌아보면서 “하지만 지난 해의 힘든 경험이 남은 선수생활에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또한 훗날 지도자 생활을 하게 된다면 지난해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담담하게 술회했다.
LG 구단 주위에서는 그의 변신을 두고 우선 마음의 변화를 꼽는 이들이 많다. 더우기 2010년 시즌 후 자유계약(FA) 신분이 되는 그로선 올해와 내년에 성적을 바짝 올려야할 필요성이 커진 것도 그의 호성적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자세한 설명은 피했지만, 박용택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자신감과 성취동기를 자극하는 내외부적인 요인, 그리고 기술의 변화가 그의 도약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병규가 주니치 드래곤즈로 떠나간 지금 박용택은 LG 타선의 핵이자 상징적인 존재이다.
기자들에게 ‘LG의 박용택’으로 남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 박용택은 “이 시점에서 내년 시즌 이후의 FA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 내년 시즌에도 잘 한다면, 구단에서도 내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 줄 것이라 믿는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을 했다.
타자들 가운데 올 시즌 들어 성적이 급신장한 대표 주자들은 나지완(24)과 김상현(29. 이상 KIA 타이거즈), 박정권(28. SK 와이번스), 최형우(26. 삼성 라이온즈) 등을 꼽을 수 있다. 박용택은 단연 으뜸이다.
‘괄목상대(刮目相待)’, 눈을 비비고 다시본다는 말은 바로 박용택의 경우에 딱 들어맞는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7월 6일 잠실 구장에서 벌어졌던 SK 와이번스전에 좌익수로 나선 5회 초 2사 1루 에서 박재홍의 홈런타구를 잡으려다 펜스에 허리춤이 걸려 있다.
7월 5일 잠실 구장에서 열렸던 두산 베어스전 도중 박용택이 얼음 주머니를 머리 위에 올려 놓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