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MBC TV ‘일밤’의 한 코너인 ‘오빠밴드’가 파일럿에서 벗어나 정규 코너로 정착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오빠밴드’는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진 ‘일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새롭게 시도했던 여러 코너들 중 하나다. 아직 확실한 시청률 제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코너 자체는 시청률을 떠나서 살펴봐도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프로그램이다. 신동엽 탁재훈 등 유명 연예인들이 학창시절 열중하다가 손을 놓은 지 오래된 악기를 다시 잡고 밴드를 완성시켜가는 과정을 담은 ‘오빠밴드’는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공익성을 이면에 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적으로 극도로 메말라 있는 한국의 중년 남성들에게 스스로 참여하는 문화 생활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중년들, 특히 남성들은, 좀 극단적으로 정의하자면, 삶의 긴장을 푸는데 술 이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는, 극히 불행한 계층이다. 최근 들어 운동에 열중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 그나마 긍정적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삭막한 삶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간간이 전시회나 공연장을 찾거나 혹은 동호회나 강좌를 찾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극소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자신의 일도 철저하면서 악기나 그림 혹은 춤 같은 문화적 취미거리를 평생 향유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해외의 사례들이 부러움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아스니오홀’이라는 토크쇼에 나와 멋지게 색소폰 연주를 들려준 일이 당선에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가 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같은 사례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문화적 취미 거리를 평생 향유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분명 행복한 삶을 산다. 그러한 취미를 통해 감성을 자극 받고 풍부한 감정을 느끼면서 사는 삶은 보다 풍요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오빠밴드’는 이런 문화 향유의 불모지대가 돼버린 한국에 문화적 참여 욕구를 자극한다. 한국의 중년들 중 학창 시절 밴드에 참여해본 사람들만 따지면 소수겠지만 통기타를 잡아 본 사람들은 상당한 수가 존재한다. 당시 청년 문화가 통기타 전성시대였기 때문이다. ‘오빠밴드’는 이런 이들에게 다시 기타를 잡아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나아가 다른 악기까지 이 기회에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오빠밴드’는 좋은 평가를 받아야 될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오빠밴드’는 시청률까지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시청자가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 참여 욕구를 자극 받았으면 해서 그렇다. 그런데 ‘오빠밴드’가 현재 진행 상으로는 시청률을 힘있게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제작진이나 출연진의 능력과는 상관 없이 이 코너의 본질적인 구성 때문이다. ‘오빠밴드’는 어떤 면에서 과거 2002년부터 ‘일밤’의 또 한 번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대단한 도전’과 닮아 있다. ‘오빠밴드’가 문화적 참여 욕구를 자극한다면 ‘대단한 도전’은 생활 체육에의 참가 욕구를 건드렸던 코너이다. 특히 ‘대단한 도전’은 시청률도 잡고 이전까지 몸관리에 소흘했던 한국이 현재의 생활 체육 열풍의 시대가 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하기도 했다. ‘오빠밴드’와 ‘대단한 도전’ 사이에는 차이점도 있다. ‘대단한 도전’의 높은 인기는 스포츠라는 소재덕이 컸다. 매회 도전 과제와 그 결과가, 버무려진 웃음과 함께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쳐 눈으로 바로 확인되는 스포츠적인 특징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반면 ‘오빠밴드’는 음악이 소재이고 음악은 스포츠와 다르게 TV 매체상으로 모호한 특성이 있다. 음악은 훈련 받은 사람이 아니면 매회 성취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느낄 수 없는데 대개의 대중들은 스포츠와 달리 이를 잘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오빠밴드’는 ‘대단한 도전’에 비해 밋밋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오빠밴드’ 측에서는 게릴라 콘서트처럼 눈에 보이는 성취를 가능하게 하는 아이템에 대한 시도 얘기가 나오는 모양이다. ‘오빠밴드’가 ‘대단한 도전’처럼 ‘일밤’도 살리고 공익에도 기여하는 코너로 남을 수 있을지는 결국제작진에 달렸다. 음악은 변화나 발전, 성취를 눈으로 보여주기 쉽지 않은 아이템인 것은 분명하기에 제작진의 더 많은 고민과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빠밴드’가 그 해답을 찾아 음악 예능의 ‘대단한 도전’이 되길 바란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