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LG 내분,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OSEN 기자
발행 2009.08.11 08: 00

LG 트윈스 포수 조인성(34)과 선발투수 심수창(28)이 지난 8월 6일 잠실 홈경기 KIA전에서 마운드에서 언쟁을 벌인 사건은 두 선수의 2군행으로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트윈스가 서울의 인기있는 프로구단으로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마당에 불미스런 모습이 드러났고 오래전부터 팀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것이 노출됐기에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그날 사건 과정과 어떤 문제점이 있는 지 짚어 보겠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나
1-6으로 뒤진 4회초 LG는 무사 1, 3루의 위기를 맞아 김용수 투수코치가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로 올라갔고 포수 조인성도 따라 올라갔습니다. 그 때 조인성이 심수창에게 뭔가를 말했고, 심수창은 불만에 가득찬 얼굴로 조인성을 똑바로 쳐다 봤습니다.
주장인 조인성은 심수창에게 커브를 힘있게 던지지 못한 점을 질책했고 심수창은 “내가 뭘 잘못 했냐”며 손목이 아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던졌다고 반발했습니다. 심수창은 또 1회 높게 던진 폭투로 먼저 실점을 내준 상황에 대해서 포수가 잡을 수 있는 것 아니었느냐고 항변했습니다.
둘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지자 김용수 코치가 말렸지만 심수창은 볼멘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걸어갔습니다. 조인성은 어처구니없다며 심수창의 뒷모습을 노려봤습니다.
다음 날 조인성은 “거친 욕을 섞어 말한 것은 내 잘못이지만, 당연히 선배로서 해야 될 얘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팀도 어려운 상황이라 더 집중해서, 열심히 해보자는 말이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이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 구단과 팬들께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심수창은 “지금은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2군에서 조용히 운동하겠다”면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김재박 감독과 정진호 수석코치, 김용수 투수코치는 무얼했나
실제 두 선수는 1회초 3실점하고 나서 덕아웃에서 눈에 드러나는 신경전을 펼쳤다고 합니다. 상대팀 KIA 선수들이 맞은 편 덕아웃에서 바라보니 이닝이 끝날 때마다 두 선수가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를 제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김재박 감독은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나 “(조)인성이와 (심)수창이가 볼 배합이나 사인이 잘 안 맞아서 얘기를 나누는 줄 알았다”며 “선배로서 후배에게 잘 던지라고 말할 수 있는데 (심)수창이가 안 되는데 자꾸 옆에서 뭐라고 하니까 불만이 폭발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사태가 그 지경까지 발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배터리간에 단순한 의견 교환으로 알았다는 말인데 어딘가 매니저(관리책임자-감독) 답지 못한 표현입니다.
감독은 경기장 흐름 파악에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면 정진호 수석코치나 김용수 투수코치는 덕아웃에서 두 선수 옆에 붙어 있었기에 더 빨리 두 선수의 심각한 불협화음을 알아차렸을텐데 제대로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은 책임이 있는 듯 합니다.
평소의 조인성과 심수창 관계가 어땠기에
조인성은 34살로 프로 12년째이며 심수창은 28살로 프로 6년째여서 나이나 경력에서 6년 차이가 납니다.
국내 야구에서 이 정도 차이면 상당한 선후배 사이이고 후배는 깍듯이 선배를 대접해야 하고 선배 말이라면 일단 받아들이면서 대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심수창이 이날 노골적으로 반발한 것입니다.
두 선수 모두 팀의 주전이고 중견으로 만인이 보는 앞에서 언쟁을 벌인 것은 개인적으로 창피한 일이고 팀으로는 치부를 드러낸 것입니다. 중견 선수들의 이런 모습에 후배들 심정은 참담했을 것이고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에겐 어떻게 보였겠습니까.
한편으로는 조인성이 평소에 심수창과 어떤 관계였는 지, 어떻게 후배를 관리했기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는 지 의문이고 트윈스의 선후배 사이는 전부가 이런 식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김재박 감독, 이번 일이 대단한 일이 아닌가
LG 코칭스태프는 두 선수에게 벌금 100만 원씩을 부과했고 구단은 두 선수를 2군으로 내려보냈습니다.
김재박 감독은 다음 날 기자들을 만나 “이승엽도 2군에 가는데 조인성이 2군 가는 게 뭐 대단한 일인가?” 라며 웃음으로 넘기려 했습니다. 또 “사실 이런 일은 어느 팀에나 있다. 단지 그 게 카메라에 잡혔을 뿐”이라면 사태를 단순화 시켰습니다.
그러나 “팀의 연패에도 한결같이 응원하는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대놓고 다투는 모습에 실망했다”, “팀이 뭉쳐도 힘들 판에 내분까지 일어나니 기가 막히다” 는 주변의 쓴소리와 차가운 반응은 구단 이미지에 상당한 먹칠을 한 것입니다.
김재박 감독이 나서서 “이번 일은 내가 부덕한 탓이다” 라고 밝히고 선수단 장악에 직접 나서는 자세를 보였으면 어땠을까요.
‘승리 제조기’라는 소리를 들은 김영덕 감독은 빙그레를 맡은 1991년 개막전 승리 후 개인 통산 500승을 1승 남기고 8연패의 수렁에 빠지자 삭발을 하고 “연패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선수단을 독려했습니다. 그 후 장종훈과 한용덕, 이정훈 등이 분전한 빙그레는 12게임에서 10승1무1패로 살아나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습니다.
하극상 전철을 밟은 LG?
사실 그동안 LG는 전신인 MBC 시절부터 선수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다른 팀에 비해 자주 부각됐습니다. ‘서울 깍쟁이’답게 약삭빠르고 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선수들이 많아 팀웍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구단에 비해 비교적 풍족한 연봉을 받으며 먹고 마시고 노는데는 뛰어나다는 험담을 들어왔습니다.
아랫 사람이 윗 사람에게 대들거나 없애려 한다는 하극상, 야구계에서는 초유의 사건이 전신 MBC 청룡 시절에 일어났습니다.
1989년 청룡은 새 사령탑으로 빙그레를 지휘했던 배성서 감독을 앉혔는데 부임 초기부터 정삼흠 투수가 훈련 방식에 대해 감독과 불화를 일으키고 선수들이 이탈했습니다.
팀이 6월에 7연패에 빠지자 올스타전 직후 고참 신언호 등이 선수들을 비밀리에 모아 감독 불신임안 투표를 하는 미증유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김재박 감독은 당시 팀의 고참 간판선수로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표로 선수들이 감독 불신임을 결의했고 결과는 곧바로 구단 사장에게 보고되는 등 내홍을 겪다가 결국 그해 11월 배 감독은 해임됐고, 선수들이 원했던 백인천 감독이 부임했습니다.
MBC는 프로 출범 때부터 빠른 시일내 민간 기업에 구단을 넘긴다고 약속했는데 선수들의 집단 반발 사태가 발생하고 팀이 2년 연속 바닥에서 둘째로 떨어지자 구단 매각을 논의한 끝에 다음 해 초 서둘러 럭키금성(LG)에 넘겼습니다.
이번의 조인성-심수창의 말다툼 사건은 두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LG 구단에 획기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보입니다.
대책 중 하나로 주변에서는 계약 기간이 올해로 끝나는 김재박 감독 후임에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려는 구단의 움직임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령탑 교체만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LG는 선수단의 체질 개선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국내 최고의 텃밭을 소유한 구단다운 전통을 쌓을 때가 됐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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