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발 없는 말]‘풍요속의 빈곤’, 가물가물해진 의미 있는 기록들
OSEN 기자
발행 2009.08.14 10: 54

아무래도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해야겠다. 올 시즌 유례 드문 홈런 풍년가가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의미 있는 기록 달성은 점차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우선 ‘호타 준족’의 상징인 30(홈런)-30(도루) 기록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올해 경기수가 133게임으로 늘어났지만 역대 7차례 기록된 30-30 달성이 여전히 어려운 형국이다. 30-30은 고사하고 20-20 달성자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직 팀별로 30게임 가량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섣불리 기록 달성 여부를 점치기는 쉽지 않지만 8월 13일 현재 20-20에 근접한 타자는 외국인 선수 더그 클락(33. 히어로즈)이다. 21홈런 17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그는 20-20고지에 도루 3개만을 남겨놓고 있다. 클락은 2008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20-20(22홈런-25도루)을 달성한 바 있어 2년 연속 20-20을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20-20을 바라보고 있는 타자들은 클락 외에 황재균(22. 히어로즈), 박용택(30. LG 트윈스)이 줄을 서 있다. 황재균은 도루는 24개로 기준선을 통과했으나 홈런이 15개로 5개를 더 쳐내야한다. 박용택은 15홈런-12도루로 아직 거리가 있긴 하지만 사정권에서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타자들은 한쪽이 넘치면 다른쪽은 훨씬 모자라는 수치여서 달성 가능성이 낮다. 20-20기록은 1989년에 김성한이 해태에서 프로야구 최초로 기록(26홈런-32도루)했다. 김재현(34. SK 와이번스)은 신일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1994년에 21홈런-21도루를 작성, 최연소 기록(18세 11개월 5일)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 프로야구사에서 30홈런-30도루는 모두 7차례 나왔는데, 박재홍(36. SK)이 현대 시절에 혼자서 3차례(1996년 최초 달성-1998년, 2000년)나 기록했고, 이종범(1997년), 홍현우, 이병규, 데이비스(이상 1999년) 등이 한차례씩 달성했다. 이종범은 해태 시절인 1997년에 3할-30홈런-30도루(.324-30홈런-64도루)를 한국 프로야구사에 처음으로 아로새긴 인물이기도 하다. ‘호타 준족’의 상징인 30-30은 보기 어렵게 된 대신 홈런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13일 현재 8개구단에서 기록한 홈런은 409게임에서 808개이다. 이는 경기당 1.98개꼴로 홈런 호황을 누렸던 1999년의 경기당 2.41개(528게임, 1274개)나 2000년의 2.13개꼴(532게임, 1132개)에는 약간 못미치는 수치이지만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간 총 팀홈런수가 1000개는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두산(97개), 롯데(94개)외에 나머지 6개구단이 이미 팀 홈런 100개를 넘긴 상태여서 사상 처음으로 8개구단 모두 세 자릿수 팀 홈런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된다. 반면 타자들의 드센 공세 속에 투수들의 기록은 가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투수로선 꿈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0점대 평균자책점’은 물건너 갔고, 20승 투수가 배출되기도 힘든 상황이다. SK의 쌍두마차 김광현(21)과 송은범(25)이 나란히 12승을 기록하고 있으나 김광현은 뜻밖의 부상으로 전선에서 이탈했고, 송은범도 남은 경기에서 6, 7게임 등판을 감안한다면 20승 고지가 멀어보인다. 토종 투수 20승은 1999년 정민태(당시 현대 유니콘스. 20승) 이후 10년째 가물가물하고, 외국인 선수로는 리오스가 2007년 두산 베어스에서 22승을 기록한 바 있다. 평균자책점은 1점대 조차 우리 시야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1998년 정명원(당시 현대)이 1.86을 기록한 이래 강산이 한 번 바뀔 세월이 흘러는데도 여전히 달성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도 1위의 기록이 2점대 후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0점대 평균자책점은 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해태 시절인 1986년(0.99), 1987년(0.89), 1993년(0.78) 3차례에 걸쳐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이후 아예 자취를 감췄다. 타자들의 등쌀에 투수들이 배겨나지 못하고 있는 추세가 평균자책점의 기록변천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200탈삼진 달성도 올해는 쉽지 않게 됐다. 현재 탈삼진 1위를 달리고 있는 류현진(22. 한화)이 137개를 빼냈지만 200고지에는 거리가 있다. 류현진은 2006년에 200탈삼진 고지(204개)에 올랐던 경험이 있다. 참고로 200탈삼진은 1983년 재일동포 장명부(작고)가 처음으로 기록(220개)했고, 선동렬이 3차례(1986, 1988, 1991년), 최동원이 두 차례(1984, 1986년), 김시진(1985년)과 주형광, 정민철(이상 1996년), 에르난데스(2001년) 등이 각각 한 차례씩 이름을 올렸다. 막바지로 접어든 올해 한국 프로야구판에서 어떤 기록이 달성될 지 지켜보자. 홍윤표 OSEN 대표기자 류현진. 20-20에 근접해 있는 클락(오른쪽)과 황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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