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라는 것은 마치 경이에 가득찬 마법의 무기와 같다.” 메이저리그 개인통산 타율 1위( .367) 보유자인 타이 캅이 한 말이다. 방망이의 마술은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 김상현(29. KIA 타이거즈)이 보여주고 있는 방망이의 변신술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의 놀라운 변화는 아마도 한국 프로야구사의 하나의 기적 사례로 등록될 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8월 27일 현재, 100게임에 나섰던 김상현은 홈런(28개)과 타점(104점), 장타율(.604) 등 3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3관왕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김상현은 특히 8월 들어 홈런과 타점 쌓기에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1게임에 출장했던 김상현은 12홈런, 31타점을 몰아쳤다. 타점 쓸어담기에 가속도가 붙어 있다. 게임당 1.48개꼴로 타점을 생산해낸 김상현이 최근 추세를 이어간다면 시즌 최종 추정 타점은 135개가 된다. 이 수치는 팀 경기수 133게임보다 3개가 많은 것으로 팀 게임당 1타점 이상의 대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각종 지표는 희망적이다. 타점과 직결되는 득점권 타율(.400)은 최준석(26. 두산. .417), 박용택(30. LG. .413)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최근 6게임(8월21~27일)에선 4홈런, 8타점을 올렸다.
김상현은 지난 8월 26일 광주 한화전에서 3점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5타점을 몰아치며 KIA의 신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김상현은 그날 역대 4번째 최소경기(99게임) 100타점(99경기) 고지에 올라섰다.
김상현은 팀 역대 최다타점 기록 경신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1999년 해태(KIA 전신) 시절 홍현우가 올린 111타점이 팀 최고기록이다. 이승엽이 보유하고 있는 한시즌 개인 최다타점 기록(144점)을 경신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남은 21경기에서 30타점 생산은 가능할 수도 있다.
김상현은 그 경기 후 “오늘 경기로 홈런왕과 타점왕 욕심이 더욱 생긴다”고 타이틀 사냥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례적인 시즌 초 트레이드 이후 일약 최고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 김상현이 올린 성과는 시즌 MVP 후보로 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홈런, 타점과 더불어 장타율까지 덤으로 거머쥔다면 MVP 꿈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김상현은 7월 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시즌 11호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 시즌 4호째를 기록했다. 박재홍이 보유하고 있는 한시즌 개인통산 최다 만루홈런(현대 유니콘스 시절인 1999년에 작성)과 어깨를 나란히했던 김상현은 “만루홈런 신기록에도 도전하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유난히 주자가 가득 들어차 있는 상황에서 뱃심 좋은 타격을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의 도전 정신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김상현은 104타점 가운데 홈런으로만 절반 넘는 56타점을 기록했다. 점수별 홈런 분포를 보면 만루홈런 4, 3점짜리 5, 2점짜리 6, 솔로홈런 13개 등이다.
참고로 팀 게임수에 비례한 타점이 경기당 1개꼴 이상 쳐낸 선수는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이승엽(32. 요미우리 자이언츠)과 심정수(33. 삼성 라이온즈) 단 두 명 뿐이다.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무대로 이적하기 직전 시즌이었던 2003년에 144타점을 달성했다. 심정수도 같은 해 이승엽에 이어 142타점을 따냈다.
이승엽의 기록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한 시즌 개인 최다타점 기록으로 아직도 깨어지지 않고 있다. 이승엽은 그 해 아시아 최다인 56홈런 기록도 세웠다. 팀당 133게임 시절이었던 그 해, 이승엽은 131게임에 출장, 게임당 평균 1.1개꼴로 타점을 올렸다. 팀 게임수로 나눈다면 1.08개였다.
김상현의 현재 페이스는 이승엽의 게임당 타점 생산 능력에 버금가는 셈이다. 물론 한 시즌 최다 타점에서는 이승엽에 못미치겠지만 게임당 능력(현재 1.04)에서는 현재 페이스라면 이승엽 수준에 올라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일본 프로야구판에서는 팀당 130게임제였던 1985년에 현 주니치 드래곤즈 감독인 오치아이 히로미쓰(롯데 오리온스)가 퍼시픽리그에서 146타점을 올려 팀 게임당 1타점 문턱을 넘어선 바 있고, 135게임제였던 1999년에는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소속이었던 터피 로즈가 153타점을 올려 센트럴리그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세웠다. 2005년(팀당 146게임)에는 한신 타이거스의 이마오카 마코토가 팀 게임수보다 한개 많은 147타점을 올린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50년 이후 팀 게임수보다 많은 타점을 올린 타자는 매니 라미레스(보스턴 레드삭스)가 유일하다. 라미레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인 1999년에 158게임에 출장해 165타점을 기록, 팀 게임수인 162게임을 넘어섰다.
메이저리그의 명유격수 데릭 지터(35. 뉴욕 양키스)는 찬스에 유난히 강하다고 해서 ‘캡틴 클러치(Captain Clutch) ’라는 별명이 붙었다. 만루에서 오히려 두둑한 배포를 과시하며 방망이가 더욱 매섭게 돌아가는 김상현, 이제 그를 ‘캡틴 클러치’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겠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