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야구 월드컵과 선수자원의 아쉬움
OSEN 기자
발행 2009.09.08 09: 47

제38회 야구 월드컵이 오는 9일부터 27일까지 유럽 대륙 7개국에서 펼쳐집니다.
이 대회는 국제야구대회 중 최고봉인 세계야구선수권대회로 2001년부터 야구월드컵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올림픽에 버금가는 주요 대회입니다. 한국은 지난 1982년 서울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고 쿠바가 총 25번,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각각 3차례씩 타이틀을 차지한 경력이 있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9월 5일 출국해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캐나다, 스웨덴, 네덜란드 안티에스 등과 예선 C조에 편성돼 1차 라운드를 치릅니다.
쿠바, 미국, 일본, 대만 등 22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스웨덴을 비롯해 체코 프라하,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레젠스부르크,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등 5개국 도시에서 1차 리그가 열리고 16강 2차 라운드는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에서, 4강과 최종 결선은 이탈리아에서 거행됩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하계 올림픽 참가가 좌절된 야구이지만 국제야구연맹은(IBAF)는 이번 대회를 그동안 야구 소외지로 알려졌던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확장해 개최하는 등 야구 세계화에 역점을 맞추고 참가국도 종전보다 많은 22개국으로 늘려 야구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 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이란 놀라운 성적으로 금메달을 따낸 한국야구는 국제적으로 새로운 야구 강국으로 떠올랐습니다.
미국이나 쿠바야구와 달리 선수단의 강한 단결력을 앞세워 빠른 발을 이용한 과감한 주루플레이와 상황 변화에 따른 기민한 작전 구사, 스몰볼과 더불어 거포가 포진한 팀 운영이 세계 야구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을 위한 대표 선수단 구성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낳습니다. 대한야구협회가 주관해 선발한 대표팀은 대학야구 선수 10명에 경력이 짧은 프로 선수 8명과 상무-경찰청 6명 등 24명으로 짜여졌고 그나마도 출전할만한 멤버가 상당수 빠져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아마를 관리하는 대한야구협회가 주관하면서 프로를 통괄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KBO는 선수단 구성에 처음부터 주도권이 배제 됐기 때문인지 프로 선수들이 정규 시즌에 참가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유원상(한화 투수) 등 소수의 장래성 있는 선수만 참가 시켰습니다.
코칭 스태프도 투수 코치 윤학길(히어로즈 2군 감독)을 빼곤 감독(김학용 동국대 감독)과 코치 2명(천보성 한양대 감독, 정기조 중앙대 감독)이 대학 지도자로 구성돼 최근의 국제대회 경험이 미흡한 감을 줍니다.
또 고려대와 연세대 선수들은 9월 11일 열리는 연고전에 출전한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제외돼 대학 선수 구성도 헛점이 생겼습니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네덜란드에서 거행된 제36회 대회 때 최대성(롯데)이 눈부신 투구를 하며 일본을 격파하고 쿠바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제37회 대만 대회 때에 이승호(LG) 황두성 송신영 조용훈(이상 현대) 이정민(상무) 장원준 배장호(이상 롯데) 진야곱(성남고-두산) 정찬헌(광주일고-LG), 현재윤(삼성) 송산(기아) 황재균(현대) 정보명(롯데), 손시헌 박기남(이상 상무) 유재웅(두산), 김주찬 이승화(이상 롯데) 최형우(경찰청) 나지완(단국대-기아) 등 프로 유망주들이 대거 출전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대회는 프로 전력이 대폭 약화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세계야구대회가 모처럼 야구 불모지였던 유럽 대륙 7개국에서 개최돼 한국야구를 한층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소극적으로 소홀히 대응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2년 전 대회는 프로 시즌이 끝난 11월에 열려 우수 선수들을 비교적 많이 파견할 수 있었던데 비해 이번은 시즌 중 거행돼 프로에서 좋은 선수를 보낼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지만 프로팀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고 프로쪽의 적극적인 자세가 부족해 더 좋은 선수를 보강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미국, 캐나다, 베네수엘라 등은 이번 대회에 마이너리그 트리플 A급 선수들로 구성해 지난 해 베이징 올림픽 출전팀과 비슷한 수준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고 쿠바는 베이징 올림픽 준우승과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그친 한을 풀기 위해 정예 멤버를 파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가 야구월드컵에 좋은 팀을 파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야구하는 초,중, 고 학생팀이 줄어들고 야구하는 어린이와 성인들이 뛰고 즐길 야구장이 태부족인데다 인적 자원이 고갈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주의 각국 대표팀은 야구하는 선수와 팀이 많은 가운데 우수 멤버를 가려낼 수 있고 일본은 학생야구와 실업(사회인야구)의 선수와 팀 수가 엄청나게 많은데다 프로 못지않은 재능있는 선수들을 충분히 선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제대로 팀을 운영하는 실업야구 없이 프로 8개팀과 수준 차이가 현격하게 나는 학생야구에만 의존하는 여건으로 인해 수준 높은 월드컵에 우수선수를 출전 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야구 인기는 지난 3년동안 눈부셨습니다.
2006년 WBC 4강→2007 정규 시즌 11년만에 관중 400만 명 이상 입장→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2008 시즌 역대 두 번째 관중 500만 명 돌파→2009년 WBC 준우승→2009 시즌 역대 최다 관중 입장 확실시 등으로 국제대회 성적과 비례해 팬들의 야구 사랑도 뜨거워졌습니다.
KBO와 대한야구협회는 이 같은 야구 붐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의 협조를 보다 많이 얻어내는데 주력해 야구 선수와 팀 수를 늘릴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야 국제사회와 세계 스포츠계에서 ‘고교야구팀이 50여개에 불과한데도 대단한 성적을 올리는 한국야구’라는 입방아와 척박한 풍토를 가진 나라로 인식됐던 그동안 한국의 이미지를 야구를 즐길 줄 알고 풍요로운 분위기가 넘치는 곳으로 개선 시킬 수 있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2008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쿠바를 3-2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홪정지은 한국 대표선수들이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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