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박효신과 이승기가 해냈다. 박효신은 신곡 ‘사랑한 후에’로 엠넷차트 1위에, 이승기는 ‘우리 헤어지자’로 멜론차트 1위에 올랐다. 나머지 차트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정상을 다투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인 에픽하이의 신곡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을 하고 있지만 가을 초입에 둘은 진정한 ‘단 하나의 정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듯하다. 박효신과 이승기의 이번 활동은 닮은 점이 많다. 곡 발표와 동시에 차트 1위를 거머쥐었고 걸그룹과 아이돌이 양분하던 음원 차트 시장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들 것 같던 발라드 1위 곡을 만들어냈다.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는 발라드 1위곡은 지난 겨울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 이후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발라드는 한 여름을 제외하면 발표되는 곡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많이 시도되고 있다. 그리고 차트 톱10에도 꽤 여러 곡이 오른다. 하지만 SG워너비를 필두로 가요계를 휩쓸었던 미드 템포 발라드가 2년 전부터 유행이 저물어가면서 덩달아 발라드도 힘을 잃었다. 발라드 1위곡은 갈수록 드물어져 갔다. 올해는 이번 박효신과 이승기가 복귀할 때까지 빅히트곡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댄스-걸그룹-아이돌 지배의 편향적인 가요계가 지속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한 후에’와 ‘우리 헤어지자’의 가요계 정상 경쟁은 발라드의 부흥을 위한 확실한 교두보를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박효신과 이승기의 1위는 한국 발라드의 지형도가 다시 ‘정통 발라드’로 복귀했음을 확인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R&B에 기반한 미드 템포 발라드가 사라진 이후 한국 발라드는 잠시 길을 잃었다. 이런 와중에 백지영이 ‘총맞은 것처럼’으로 정상을 차지하면서 ‘정통 발라드’의 부활이 암시됐다. 뒤이어 올해 들어서자 간간이 ‘정통 발라드’ 계열의 ‘중박’ 히트곡이 나오다가 이번 박효신과 이승기가 ‘정통 발라드’ 곡으로 가요계를 석권하면서 발라드는 당분간 ‘정통 발라드’가 유행하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정통 발라드’는 ‘한국형 발라드’라고도 부르는, 1980년대 정립된 가요 발라드의 기본 형태다. 이문세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작곡가 이영훈에 의해 확립된 ‘정통 발라드’는 기타나 피아노 같은 어쿠스틱한 느낌의 악기 소리로 도입부를 잔잔하게 이끌다가 절정부에서 오케스트레이션 혹은 밴드와 함께 마이너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형태로 간략히 정의할 수 있다. ‘총맞은 것처럼’과 이번의 ‘사랑한 후에’ ‘우리 헤어지자’는 모두 피아노 반주에 읊조리는 듯한 창법으로 시작해 절정부에 감정을 고조시키는 비슷한 구성을 갖고 있다. 특히 박효신은 소몰이 R&B 창법의 대표주자였지만 ‘눈의 꽃’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기교와 과도한 힘을 빼고 ‘정통 발라드’에 어울리는 담백한 창법을 보여주고 있다. ‘정통 발라드’의 부활은 가요계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발라드의 세부 분파들 중에 ‘정통 발라드’가 가장 넓은 층의 대중에게 사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30대 중반 이상은 익숙하지 않았던 R&B 발라드와 달리 ‘정통 발라드’는 50대까지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형식이다. ‘정통 발라드’의 유행은 소외돼 있던 중년층 세대들을 가요계로 품어 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 박효신과 이승기의 활약으로 올해 가을은 모처럼 제대로 된 ‘발라드의 계절’이 될 수 있을 지도 기대해 본다. 언젠가부터 댄스가 1년 내내 강세를 보이면서 ‘봄 여름=댄스, 가을 겨울=발라드’라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가을을 여는 시점에 발라드 빅히트곡이 두 곡 나온 만큼 더 많은 발라드 명곡들이 뒤를 이어 올 가을을 진정한 발라드의 계절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