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연승이냐, 13연승이냐, 아니면 18경기 무패가 맞나. SK 와이번스가 지난 9월 23일 문학 홈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승리를 거두면서 팀 17경기 연속 승리라는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전까지 팀 연속 승리 최다기록은 지난 1986년 삼성이 수립한 16연승이었습니다. 그동안 팀별 연승 기록은 빙그레 이글스가 92년의 14연승, 해태가 88년과 94년에 두차례 세운 12연승이며 SK 자체로는 2007년에 11연승이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SK의 이번 17연승이 대단한 기록이지만 지난 9월 16일 잠실에서 LG와 경기 때 2-2로 무승부를 기록한 사실이 연승에 포함돼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무승부가 끼어 있어도 연승 기록은 끊어지지 않는다고 SK가 14연승을 올렸을 때 유권 해석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인 3월 26일 KBO는 ‘지난해 실시했던 무제한 연장전은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했으며, 올해는 연장전을 12회까지 갖고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 무승부로 처리하기로 하였다. 다만 승률 계산시 전년까지는 무승부경기를 제외하고 승수를 경기수로 나누던 것을, 무승부를 포함한 전체 경기수로 나눠 무승부경기가 많은 팀이 불리하도록 했다.’고 발표한 것과는 모순이 됩니다. 8개 구단 단장들이 모임을 갖고 지난 해 무제한 경기로 인한 선수단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대신 각 팀이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무승부는 패전으로 처리하도록 승률 계산법을 사상 처음 도입한 것입니다. KBO는 "연장에 들어가면 무승부를 노리고 경기를 성의없이 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책"이라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세계에서 유례없는‘무승부=패전’방식이 시즌 내내 논란을 일으켰지만 일단 정한 규정이므로 이에 따라 팀 순위도 계산했습니다. 말썽 많은 새 규정인 이 규정을 적용하면 SK의 연승 기록은 분명히 13연승에 그쳐야 타당합니다. 그러나 KBO는 프로 출범 후 지난 27년동안 무승부가 끼었어도 연승에 포함했던 관례를 감안해 이번 SK 기록도 연승에 포함 시키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만일 SK의 연승 기록이 무승부가 포함됐다 하여 13연승으로 매기면 지난 27년동안 집계한 각종 기록을 모두 변경 내지 교정해야 하는 난처함이 따른다는 게 KBO 관계자의 이야기입니다. 삼성의 16연승 기록도 무승부가 포함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승률 계산은 무승부를 0.5로 계산하는 종합 승률제가 2004년까지 이어졌고 2005~2008년에는 무승부는 총 경기수에 넣지 않고 승리와 패전 숫자만 계산하는 단순 승률제를 시행했기에 무승부 경기를 연승 기록에 포함하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현행 승률 방식으로는 23일 현재 1위 기아가 승률 6할3리로 1위이고 SK는 5할9푼5리로 2위인데 작년까지 방식을 적용하면 달라집니다.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종합 승률제를 적용하면 현재 2위 SK는 131경기 78승 47패 6무승부로 승률이 6할1푼8리이고 1위 기아 역시 131경기 79승 48패 4무승부로 승률 6할1푼8리이어서 공동 1위가 됩니다. 만약에 최근 5년간 사용한 단순 승률제도로 계산하면 SK는 78승 47패로 승률이 6할2푼4리로 1위가 되고 기아는 79승 48패로 승률이 6할2푼2리로 2위에 기록됩니다. SK로서는 올해 처음 시행된 '무승부=패전' 방식 때문에 손해를 본 것입니다. 사실 SK의 이번 17경기 연승 기록은 대단한 기록입니다. 알짜 멤버들이 부상으로 빠진데다 연패를 하던 8월 하순에 괴력을 발휘하여 시즌 종반 17경기 연승을 거두었다는 것은 불가사의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새 규정을 만들었으면 새 규정대로 이번의 SK 연승은 13연승으로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악법도 법이다’라는 실정 논리에 따라야 합니다. 차라리 축구계에서 사용하는 방식처럼 ‘18경기 연속 무패’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야구 기록집에는 ‘2009 시즌 무승부=패전 규정에 따른’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이 적절할 듯 합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고 말썽많고 찜찜한 ‘무승부=패전’ 규정은 내년에는 반드시 폐지 시켜야 합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