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7일부터 5전 3선승제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에 마운드의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한국시리즈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합니다. 김성근 SK 감독은 지난 9월 말 페넌트레이스를 2위로 마치고 올해 팀 내에서 가장 공헌이 많은 선수가 누구냐고 묻자 “마운드에서는 송은범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후반기 들어 팀이 힘들 때는 전병두가 기대 이상 잘해 주었고 이승호도 아주 잘 던져주었죠”라고 말했습니다. SK가 지지난 해와 지난 해 연속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은 상하위 없이 전체 선수들이 쉼없이 달린 ‘토털 베이스볼’과 김 감독의 철저한 ‘데이터 야구’ 덕분이지만 투수 출신 김 감독의 마운드 용병술의 힘이 지대했습니다. 2007년은 레이번과 로마노 두 외국인 투수가 원투 펀치로 앞장 섰고, 채병룡이 토종 투수 중에서는 기대 이상의 최고의 피칭을 했습니다. 윤길현, 송은범, 김원형 등이 자기 몫을 했으며 정대현은 평균자책점 0점대의 철옹성을 과시하며 최고의 마무리로 인정 받았습니다. 신인 김광현은 예상을 밑도는 부진으로 3승에 그쳤으나 막상 한국시리즈에서는 최고투수인 두산의 리오스와 맞대결 끝에 이기면서 팀이 2패 후 4연승을 거두는데 공신으로 떠올랐습니다. 작년엔 김광현이 눈부신 투구로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고 고참 김원형이 기대 이상으로 역투해 선수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주었으며 채병룡은 여전히 안정된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여기에 정우람, 송은범, 이승호 등이 견실한 모습을 보이며 팀 평균자책점이 3.22로 다른 팀에 비해 압도적으로 탄탄한 마운드를 구축해 난공불락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2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자랑했던 채병룡이 지난 6월 25일 기아전에서 던지고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손상 등 3군데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고 정대현이 무릎 통증 등 잔부상으로 빠지며 삐거덕대기 시작했습니다. 수술까지 고려했던 채병룡은 석 달 가량이 지난 9월 19일 복귀해 두 경기에 나섰으나 1~2이닝만 시험삼아 던졌습니다. 1선발 김광현은 잘 던지다가 8월 2일 두산전에서 김현수의 타구에 왼손등뼈를 다쳐 시즌을 접어야 했습니다. 한때는 회복이 빨라 플레이오프에는 출장할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김 감독은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다고 판단해 이번에 제외 시킨 것입니다. 팀내 최다승을 구가하던 송은범은 시즌 막판 어깨 부상이 발견됐고 전병두는 기아 시절부터 갖고 있던 어깨 부상이 재발돼 결국 SK는 쌍벽을 이루던 우완과 좌완 정상급 투수마저 출전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난감하고 막막한 처지에 놓인 김성근 감독은 추석 연휴에도 합동훈련을 강행했는데 “추석날이지만 훈련 일정을 짜다보니 어쩔 수 없이 연습을 벌였다”면서 “힘든 상황이지만 어떻게든지 해나가야 하지 않겠나.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겠다”고 의연함을 보이면서도 예년과 달리 힘들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그는 김광현이나 전병두, 송은범 등이 도저히 출전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 “주사를 맞히면서 하면 되겠지만 내년에도 뛰어야 할 선수이기 때문에 뺐다”고 밝혔습니다. 난국 타개책에 대해서 김성근 감독은 “빈자리를 메꾸어 줄 선수가 나타나면 고맙지만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공격진은 다행히 괜찮아 기대를 걸어본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타격은 경기를 열하루나 하지 않아 감각이 무디어지지 않았나 걱정도 되지만 4일 하는 것을 보니 전반적으로 괜찮더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정근우가 좋았고 박정권, 박재상 등이 시즌 때처럼 활박한 모습이었으며 올해 기대가 컸던 김강민은 나쁘진 않은데 스스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박재홍, 이호준, 김재현, 나주환, 최정 등은 틀림없이 자기 능력을 십분 발휘할 것이라고 믿음을 나타냈습니다. 결국 마운드 대결에서 SK는 최고투수로 인정받고 있는 글로버와 경험많은 가토쿠라, 전반기에 혜성처럼 떠오른 고효준이 선발 몫을 얼마나 잘해 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여기에 이승호-정우람-윤길현-김원형-이한진 등 팀 특유의 벌떼계투가 종전보다 위력을 발휘해야 ‘삼세 번 아닌가! SK에 세 번씩 당할 수는 없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는 두산과 맞설 수 있습니다. 1984년 OB 베어스부터 태평양-삼성-쌍방울-LG-SK 감독을 역임하며 포스트시즌에 팀을 빠짐없이 출전 시킨 경력이 있는 김성근 감독에게 이번처럼 주전투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제외된 사례는 처음입니다. 김성근 감독의 경기 운영이 이번에는 어떻게 번쩍일 지 궁금합니다. ‘야신’의 명성이 이번만큼은 스러질까요? 천일평 OSEN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