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의 허벅킹 대회, 논란이 되는 이유 [OSEN=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허벅지는 죄가 없었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하지만 최근 들어 허벅지는 선정성의 뉘앙스를 갖게 되었다. 이른바 '꿀벅지 논쟁'이 그 진원지. 언뜻 아름다운 허벅지를 뜻하는 용어처럼 느껴지지만, 이미 그걸 사용하는 이들의 머릿속에는 성적 뉘앙스가 들어가 있다. 그 어원이 어디에서 왔건 언어는 사용하는 자들에 의해 변화되는 것이므로, 이 꿀벅지라는 신조어는 이미 성적 의미를 피해갈 수는 없다. 이 신조어가 어떤 의미를 뉘앙스로 갖고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이런 노골적인 뉘앙스를 가진 용어가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환경일 것이다. 언어란 때와 장소를 골라가며 사용되기 마련인데, 이런 용어의 공공연한 사용은 마치 이제 선정적인 의미가 깃든, 혹은 성적인 의미가 내포된 말도 어디서나 회자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섹시함이 하나의 성공 코드가 되어버린 시대에 자기 몸을 성적인 대상으로 그려내는 것이 어디 신조어뿐일까. 우리는 아이돌 그룹의 과감한 춤과 퍼포먼스 속에서 성적인 육체의 전시를 당연한 듯 목도하고 있다. 이 은어처럼 회자되다 사라졌어야 할 꿀벅지가 특정 연예인들과 만나면서 표면화된 것은 육체의 상품화가 가장 첨예하게 된 곳이 바로 이 연예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꿀벅지라 지칭되는 당사자는 그것이 그다지 기분 나쁘게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여성들은 다르다. 그것이 여성 전체를 성적 상품으로 비하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신조어에 대해 여성단체가 발끈한 것은 그 근원을 들여다보면 용어 자체의 의미에 대한 것보다도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공공연히 상품화하는 작금의 연예계에 대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연예 뉴스에서 '꿀벅지 논란'을 다루는 방식은 그 논란에 초점이 맞춰지기 보다는 꿀벅지라는 화제에 더 맞춰져 있다. 그러니 '스타킹'에서 최고의 건강한 허벅지를 뽑는다는 이른바 '허벅킹 대회'라는 기획 속에 꿀벅지라는 용어가 갖는 선정적인 화제성이 염두에 없었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게 아니라면 왜 갑자기 '스타킹'이 뜬금없이 허벅지를 소재로 '허벅킹 대회'라는 기획을 했겠는가. 꿀벅지, 초콜릿 복근처럼 최근 들어 우리의 인체는 이제 점점 더 조각조각 나뉘어져 상품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것이 과거에는 얼짱이나 몸짱처럼 얼굴이거나 몸이거나 이렇게 뭉뚱그려지곤 했지만, 이제는 어느 한 부위를 국소적으로 지시하는 구체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일반적인 이야기지만 이처럼 부분화되는 몸이란 전인적인 몸에서 멀어짐으로써 소외된다. 즉 특정 목적을 위한 대상으로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허벅지는 죄가 없다. 하지만 허벅지에 특정한 뉘앙스가 부가된 채 그 부분만 강조되고, 또 용어 자체가 허벅지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스타킹'의 허벅킹 대회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