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 6집, ‘명품 MC’ 유재석을 닮은 앨범
OSEN 기자
발행 2009.10.18 08: 20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리쌍이 예능의 ‘광대’에서 가요계의 ‘발레리노’로 돌아왔다. 멤버 길이 예능계의 새 얼굴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가수 복귀 후 내놓는 새 앨범을 통해 발레리노처럼 아름다움을 음악을 통해 전하고 있다. 리쌍은 이번 활동을 통해 타이틀곡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를 명실 상부한 1위에 올려 놓음으로써 에픽하이 이래 처음으로 예능이 좋은 음악을 알리는데 도움을 주는, 뮤지션과 예능의 ‘행복한 만남’을 이뤄냈다. 리쌍은 타이틀곡의 성공과 함께 이번 6집 ‘Hexagonal’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6집은 정상을 달리는 판매량에서만이 아니라 음반을 만든 작업 방식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리쌍의 이번 앨범은 좀 엉뚱한 연상이겠지만 유재석의 진행 방식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유재석의 개그처럼 현재의 주류 ‘대중’ 가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을 선보였다. 물론 길이 유재석의 ‘유라인’으로 예능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서 유재석의 진행 스타일에 착안해 음악 작업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스킷에 ‘재석이형’이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리쌍은 ‘공동 작업’을 이번 앨범의 원형질로 삼았는데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파트너를 돋보이게 만드는’ 음악 작업 방식이 유재석의 진행 스타일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리쌍의 이번 앨범은 장기하 이적 루시드폴 캐스커 윤도현 김바다 말로 등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서 최고로 평가 받는 뮤지션들이 초호화 피처링진을 이뤄 참여한 것으로 홍보됐다. 이런 식으로 다채로운 장르의 뮤지션들을 한 정규 앨범 안에 묶어 내는 경우는 피쳐링이 많은 힙합은 물론 일반 대중 가요 가수들에게서도 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를 피처링이라 부르는 것은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의상의 설명인 것 같다. 곡의 일부를 돕는 피처링과는 달리 리쌍의 이번 앨범 참여자들은 직접 작곡을 하고 자신들의 음악색을 확실히 곡에 새겨 넣었다. 리쌍의 앨범인데 어떤 곡에서는 리쌍의 ‘지분’이 공동 작업을 한 아티스트보다 더 적어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도 리쌍은 참가 아티스트의 진한 음악적 개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도 잘 배합해내는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은 리쌍이 원래 좋은 멜로디, 좋은 보컬을 핵심으로 음악을 만들어오면서 쌓인 내공 덕분으로 보인다. 리쌍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이런 방식을 최대한 외부로 확장해 가요계에 내로라하는 ‘멜로디 메이커+개성실력파 보컬’들을 초대해 이번 앨범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는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멜로디가 지닌 대중성과 참여 가수들의 음악성이 합쳐져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의 가요’로 꼽고 싶은 장기하와의 ‘우리 지금 만나’(이 곡은 한국 가요에서 사라져 아쉬운 해학과 현실감, 대중적 멜로디와 그루브가 공존하면서 대중 가요로는 최고의 성취를 이룬 노래라고 생각한다. 특히 개리의 랩 중 ‘엄마를 어떻게 걸어?’하는 부분에서는 누구나 ‘뿜을 수’ 밖에 없다), ‘Carousel’(이적), ‘부서진 동네’(루시드폴), ‘Journey’(캐스커), ‘Run’(YB), Dying Freedom’(김바다) 등 모두 그렇다. 한편 리쌍은 음반에 원래 자신들만의 음악 스타일로 채워진 ‘리쌍스런’ 곡들도 잊지 않았다. 유재석이 다른 출연자를 살려주는 것을 주로 하면서 간간이 자신만의 개인기로도 웃음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리쌍의 앞선 음악들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게 만든 ‘우울한 서정’을 이번 앨범에서는 ‘일터’ ‘To 리쌍’ ‘내몸은 너를 지웠다’같은 곡에 담아 냈다. ‘영혼의 파트너’ 정인과 함께 한 타이틀곡은 이전보다 우울함의 무게가 가벼워졌고 ‘Canvas’처럼 일렉트로니카 분위기의 최신 트렌드도 시도하면서 새로움도 고민한 흔적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리쌍의 새 앨범은 리쌍의 이전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나 골수 힙합 마니아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작품일 수 있다. 하지만 예능에 출연한 길을 보면서 리쌍의 음악을 궁금해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알려질 필요가 있는 뮤지션들의 좋은 음악을 자신들의 음악과 잘 버무려 소개해 준 리쌍의 프로듀싱 능력이 극대화된 이번 음반은 대중들에게 유재석이 최고의 MC이듯 대중들이 손이 가 닿는 음반들 중 최고의 음반이라 평가하고 싶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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