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유재하 기일, 갈수록 ‘추억’이 돼 가는 발라드 장르
OSEN 기자
발행 2009.11.02 08: 52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가요사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인 11월 1일이 또 돌아왔다.
김현식과 유재하. 후대에 지대한 음악적 영향을 끼친 두 전설의 싱어송라이터가 하필이면 4년의 차이를 둔 같은 날, 안타깝게 요절한 11월 1일은 존재감이 다른 어떤 날보다도 무겁게 느껴진다. 단순한 가요계 동료가 아니라 둘 사이에 음악적 인연의 끈도 존재했던 터라 11월 1일의 비극성은 더욱 증폭된다.
김현식은 한국적인 서정을 록과 블루스에 기반한 발라드로, 유재하는 작곡가 이영훈과 함께 클래식을 도입한 ‘팝 발라드’, 속칭 ‘고급’ 발라드로 1990년대 이후 널리 사랑 받은 한국 가요 발라드의 전형이 구축되는데 기둥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다.
그런데 이런 레전드들에 대한 추모 열기가 최근 들어 급속히 줄어든 느낌이다. 올해를 봐도 두 가수를 추모하기 위한 몇몇 행사들에 대한 소개 기사 정도가 눈에 띄고 두 가수 기일에 대한 회고나 분석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2000년대 중반까지 10월말부터 쏟아지던 이 두 가수에 대한 기사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물론 한동안 친했던 둘이 같은 날 세상을 떠난 사실이 ‘11월의 괴담’ 류의 무속적 차원에서 접근한 가십성 기사로 수없이 소비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들에 대한 회고글들이 줄어든 것일 수도 있다.
한편으론 김현식과 유재하를 기억하는 세대가 세월이 흐르면서 가요 주소비층에서 이제는 밀려나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전반적으로 이 두 가수의 ‘장르’였던 발라드가 쇠퇴하면서 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사라져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발라드는 이제 가요에서 변방의 장르가 돼 가고 있다. 여전히 1년에 전체 발표 곡 중 40% 넘는 곡이 발라드지만 히트곡은 과거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올해만 해도 가을 초입에 잠깐 박효신과 이승기가 차트 정상을 차지한 것을 빼면 이렇다 할 발라드 빅히트곡을 찾을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발라드인지 애매모호한 미드 템포 발라드가 한국 가요계를 휩쓴 이후 생겨났다. 미드 템포 발라드의 유행이 힘을 잃으면서 이를 대체할 발라드 장르는 아직 뚜렷이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 그 빈 자리를 댄스 음악들이 차지해 버리면서 발라드는 점점 힘을 잃어갔다.
그러다 보니 김현식 같은 처절한 절창(絶唱)도, 유재하처럼 세련된 발라드 싱어송라이터도 만나기 힘들어졌다. 노래로 삶의 고난함과 사랑의 아픔을 위안 받던 그런 시대는 이미 끝나버린 분위기다.
현재 발라드에 대한 욕구를 가진, 노래의 감수성을 필요로 하는 음악팬들은 인디 쪽에서 최근 활발히 등장, 주류 가요계를 넘보고 있는 담백한 밴드나 포크 발라드 쪽으로 관심을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이들의 음악이 아직 주류 가요계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음악에서 발라드를 주류 음악의 메이저 장르로 복귀시킬 희망의 싹을 찾아야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클래식 작법과 편곡으로 노래를 들고 나왔던 유재하나, 블루지한 연주와 창법을 선보인 김현식 모두, 출발점에서는 ‘음악이 이상하다’라는 소리를 듣는, 현재의 인디와 별로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또 다른 새로운 시도가 발라드를 살려낸다는 것이 꼭 황당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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