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이처럼 격전이 치러진 적이 있나 싶다. 공중파 방송의 수목 미니시리즈 얘기다. 수많은 팬을 확보한 배우 혹은 작가의 드라마들이 이처럼 동시간대에 돌아가며 맞붙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청률 면에서만 놓고 보면 일단 KBS 2TV의 ‘아이리스’가 30% 초 중반대를 오가며 독주 체제를 굳힌 듯 하다. 하지만 아직 모든 승부의 결과가 나왔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아이리스’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 과거 한 번 도달하면 대세가 돼 좀처럼 꺾이지 않는 고 시청률을 기록하다가 하락과 함께 역전을 기록한 사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차태현 성유리의 ‘황태자의 첫 사랑’이 20%대의 시청률에 올라서고도 비 송혜교의 ‘풀하우스’에 잡힌 적이 있다. 최근에는 30%를 넘어 굳히기가 끝났다고 생각됐던 송승헌의 ‘에덴의 동쪽’이 ‘꽃보다 남자’ 돌풍에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준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일단 ‘아이리스’는 1, 2차 수목 미니 대전의 승자가 됐다. 오랜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이병헌의 강렬한 매력과 막대한 투자로 가능해진 블록버스터급 볼거리가 먼저 방송을 시작한 홍자매 작가의 ‘미남이시네요’를 시청률에서 확실히 누르고 1차 대전을 마무리했다. 이어 이준기의 코믹 연기 변신이 관심을 모은 ‘히어로’마저 확실하게 누르고 2차 대전도 승전 중인 상황이다. ‘불패’를 자랑하던 홍자매 작가와 이준기를 연파한 ‘아이리스’는 더 이상 적수가 없어 보이는 분위기지만 오는 2일 첫방송을 시작하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이하 ‘크리스마스’)의 도전을 받아내는 3차 대전을 치러야 한다. ‘대전’이라 명명할 만 한 것이 ‘크리스마스’는 ‘발리에서 생긴 일’의 최윤석 PD, 한예슬 고수의 복귀작이라는 점도 관심을 모으지만 역시 작가가 지닌 힘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의 이경희 작가는 시청률과 작품성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은 잇따라 내놓은 몇 안 되는 작가다. ‘꼭지’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 모두 그러했다. 원빈(꼭지) 비(상두야 학교가자)처럼 배우가 아니었던 연예인(혹은 가수)을 배우로 만들거나 소지섭 임수정(미사) 장혁 공효진(고맙습니다)처럼 확고한 주연급이 아니었던 배우 또는 침체기에 있었던 배우들을 살려내는 힘을 지닐 정도인 매력적이고 강렬한 캐릭터가 우선 이 작가 드라마에서는 강점이다. 드라마마다 쏟아지는 명대사도 이 작가의 팬을 열광시키는 요소다. 특히 슬픔과 관련해 독하면서도 아름다운 상황 설정, 입양 에이즈 등 사회 문제에 대한 인본주의적인 관심 등은 다른 드라마 작가에게서는 쉽게 보기 힘든 이 작가 만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런 이 작가의 작품은 ‘아이리스’와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있어 좋은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에서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을 원하는 시청자들은 ‘크리스마스’로, 화려한 볼거리와 톱스타들의 매력을 중시하는 이들은 ‘아이리스’로 방향을 잡을 듯하다. 이미 시청률 면에서 확고히 자리 잡은 ‘아이리스’와의 경쟁이 ‘크리스마스’는 힘겨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상두야 학교가자’로 50% 시청률을 달리는 ‘대장금’과 맞붙어 시청률은 10% 선에서 머물렀어도 평가에 있어서만은 ‘대장금’에 아쉬울 것 없는 높은 점수를 받은 적이 있어 ‘아이리스’와의 대결에 부담을 느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아이리스’ 그 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아이리스’가 3주 정도 밖에 방송분이 남지 않은 상태여서 ‘아이리스’ 종영 후 수목 미니시리즈 시간대의 다음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방송 시작과 함께 이준기의 ‘히어로’와도 경쟁을 해야 된다. ‘아이리스’는 시청률에서 넘어서지 못한다 하더라도 ‘히어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 종영 후‘아이리스’의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이 작가의 작품에서는 시청률 보다 이번에는 어떤 독하면서 아름다운 슬픈 사랑 이야기를 사람 냄새 물씬 나는 화법으로 들려줄 지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맞는 일인 듯 싶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