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김제동이 ‘토크 콘서트’를 시작했다. ‘김제동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KBS ‘스타 골든벨’을 잘 이끌어가다 납득할 수 있는 이유도 없이 프로그램을 떠나야 했던 김제동은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는 연예인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찾아낸 길이 ‘토크 콘서트’다. 소극장에서 팬들을 상대로 토크 공연을 펼치는 활동 방식은 다소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첫 공연 한 달 분의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그의 활동에 많은 대중들이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과거 전 국민 대상의 공중파 방송 인기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던 모습과 비교하면 그러하다. 하지만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택한 궁여지책이 아니라 향후 한국 예능의 새로운 비전이 될 수 있는 빛나는 도전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어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이다. 단순 비교하기에는 사안이 좀 다르지만 과거 컬투(당시 컬트 트리플)가 공중파 개그 프로그램에서 안 받아줘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며 쌓은 내공이 개그 콘서트의 시대가 오자 공중파 방송에서 서로 모셔가려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게 된 반전이 김제동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 없다.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는 묘하게도 현재 한국 예능에서 부족한 부분들이 총체적으로 시도되는 컨텐츠다. 우선 토크쇼 방식이다. 한 때 예능의 중요한 분파를 차지했던 토크쇼는 최근 들어 ‘무릎팍 도사’외에는 이렇다 할 히트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스탠드업 코미디 방식을 더했다. 종종 ‘개그 콘서트’같은 코미디를 스탠드업 코미디라고 하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은 설명이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원래 혼자서 말로만 웃기는 코미디를 말한다. 공연자가 가장 웃기기가 어려운 방식이라 미국에서는 코미디의 최정점으로 취급된다. ‘개그 콘서트’는 슬랩스틱이나 상황극도 가미돼 있고 기본적으로 각 콩트가 집단 출연자로 진행된다.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는 혼자 말로만 진행하는 정통 스탠드업 코미디다. 개그맨 김형곤의 사망 이후 명맥이 끊어졌던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이런 ‘토크 콘서트’의 운영 방식은 현재 리얼 버라이어티 한 쪽으로만 치우쳐 있는 한국 예능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인기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대중들이 언제 실증을 낼지도 모르는 것이고 예능의 트렌드도 돌고 돌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은 문화적 취향이 발달할수록 다양성을 원하게 된다. 예능도 마찬가지다. 버라이어티와 토크쇼와 스탠드업 코미디 모두가 골고루 요구되는 환경이 한국 예능에도 언젠가는 올 지 모른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는 쌍방향의 컨텐츠다. 공연자와 관객이 끊임 없이 소통하는 방식이다. 김제동은 특히 소통에 있어서는 최강의 진행자다. 각종 크고 작은 행사 현장에서 앞에 앉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진행하는 방식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고 웃음을 유발하는 개그 스타일도 공감에 기초한다. 오히려 지금까지 방송을 진행할 때는 방송 자체가 가진 한계인 일방통행적 성격 때문에 이런 강점이 다 발휘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방송도 쌍방향 소통을 고민하고 있다. 모든 미디어의 시대적 화두가 쌍방향성이 됐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중들은 갈수록 파편화되는 사회에서 정서적 차원에서 교감과 소통을 원하고 있고 라이프 스타일 측면에서도 쌍방향성을 기본으로 하는 인터넷이 삶의 모든 부분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토크 콘서트’가 대중들의 뜨겁고 지속적인 반응을 얻고 전국 투어를 거듭하게 된다면 이 형식의 프로그램과 김제동을 공중파 방송에서 모셔가게 되는 금의환향의 날이 올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김제동은 한국 예능의 편협성을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한 예능의 개척자가 될 것이다. 세상 일, 어찌될지 모르는 것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비의 콘서트에서 사회를 보는 김제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