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LG, 이병규의 영입이 미칠 영향은
OSEN 기자
발행 2009.12.07 11: 22

LG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전 주니치 드래곤즈 이병규(35)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문득 이병규가 2006시즌을 마치고 LG를 떠나 주니치로 갈 당시 LG 구단과 어떻게 헤어졌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과연 이병규의 영입이 LG에 어떤 전력 변화를 가져 올 것인가? 나아가 팀 분위기에 얼마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보영향을 미칠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종범이 2009시즌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는 분위기가 LG에 섣부른 기대를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병규는 호타준족의 대표적인 타자이다. ‘컨택(contact) 히터’이면서도 중장거리포를 겸비했다. 그러나 무게 있는 중심 타선이 구성돼 있다면 ‘테이블 세터’로 활용하는 것이 팀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어떤 몸 상태인지 불분명하기는 하다. 우리말로 ‘밥상을 차리다’를 영어로 옮기면 ‘셋 더 테이블(set the table)’이다. 야구에도 이런 표현이 있다. 공격 이닝을 시작할 때 누상에 진루하거나 주자를 득점 가능 위치인 ‘스코어링 포지션(scoring position, 2루 이상)’으로 진루시켰을 때 쓴다. 이런 임무를 맡은 선수는 ‘테이블-세터(table-setter)’라고 한다. 말 그대로 ‘밥상을 차리는 선수’로 자신이 진루하거나 주자를 다음 베이스로 진루시켜 득점 기회를 만드는 노릇을 한다. 팀 타순에 가장 먼저 나오는 리드오프 배터(leadoff batter)와 그 뒤를 받치는 타자를 의미하며 1번과 2번 타자가 그들이다. 어떻게 보면 이병규는 외야수, 1루수, 지명타자를 모두 맡을 수 있고, 타순도 1번부터 어떤 순번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플레이어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확실한 특징이 없다는 것이 감독을 고민하게 만들 수 있다. 구단 프런트가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감독과 현장 코칭스태프는 경쟁 선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포지션 중복이나 선수 자원이 넘쳐 나 선수들 사이에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요소에 집착해 한편으로는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거나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팀 전체의 선수 구성과 그림은 구단 프런트가 그려줘야 하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 메이저리그가 단장(GM) 중심으로 선수단을 구성하는 이유이다. LG는 지난 해 우타자 김상현을 KIA에 내줬다. 그의 잠재력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상현은 올 시즌 KIA에서 36홈런, 127타점, 141안타로 3할1푼5리의 고 타율을 기록했다. 물론 LG 공격에 좌타 슬러거 페타지니가 기여했다고는 하나 팀 성적은 참담하게 끝났다. 좌타자 이병규는 LG의 넘치는 좌타 라인에 또 넘치는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병규가 2006시즌을 마치고 주니치로 간 것과 같은 시기 메이저리그에서 좌타 외야수 후안 피에르의 LA 다저스 이적 상황이 너무도 흡사하다. LA 다저스는 파워를 겸비한 알폰소 소리아노를 잡으러 나서 마지막 후보 3팀까지는 남아 있다가 결국 시카고 컵스에 손을 들었다. 그리고 2003년 이후 4년 연속 162게임 전 경기에 출장하는 체력과 스피드를 갖추었으나 외야수로서 어깨는 시원찮은 좌타자 중견수 후안 피에르(당시 29세)를 영입했다. 피에르는 2006시즌 204안타와 58도루를 기록한 컵스의 1번 타자 출신이었다. 그러나 야구에서는 역시 파워 히터의 몸값이 최고이다. 소리아노가 8년에 평균 연봉 170억 원(이하 당시 환율, 1700만 달러), 총액 1360억 원(1억3600만 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200안타 이상을 친 피에르는 5년에 평균 연봉 88억 원(880만 달러), 총액 440억 원(4400만 달러)으로 절반 값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후안 피에르는 전형적인 ‘테이블-세터’이다. 볼넷을 많이 얻어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많이 진루하는 것이 최고인 ‘테이블-세터’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지는 않았으나 정상급으로는 인정받을 만했다. 다저스는 후안 피에르와 장기 계약을 맺어 기존의 라파엘 퍼칼에 16년 베테랑 케니 로프턴 등 3명 이상의 테이블 세터를 보유하게 됐다. 밥상을 차릴 선수들만 더 많아진 것이다. 그런데 LA 다저스가 그해 뉴욕 메츠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 1승도 못하고 3연패로 주저앉았을 때 밥상을 못차렸는가. 분명히 아니었다. 차린 밥상을 적시타로 맛있게 먹어 치울 클러치, 파워 히터가 없었다. LA 다저스에서 2006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고참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시즌 후 다저스가 싫다고 떠난 제이 디 드루로 각각 20개였다. 다저스는 팀 홈런에서 내셔널리그 최하위를 겨우 면한 정도였다. 그나마 20개의 홈런을 친 ‘짝퉁’ 파워 히터, 드루가 느닷없이 자유 계약 시장으로 뛰쳐나간 덕을 가르시아파라가 봤다. 가르시아파라는 2년 총액 185억 원(1850만 달러)에 계약했고, 아내인 축구 스타 출신 미아 햄이 LA에서 쌍둥이를 출산하게 됐다. 시즌 후 LA 다저스의 네드 콜레티 단장은 아무리 파워 히터가 급해도 샌프란시스코에서 FA가 된 ‘스테로이드 히터’ 배리 본즈는 영입할 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뒤 “1, 2번에서 후안 피에르와 라파엘 퍼칼이 계속 기회를 만들면 팀 공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공치사를 했다. “피에르와 가르시아파라는 인간성도 좋은 선수들”이라는 칭찬도 곁들였는데 인간성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 투수 브래드 페니는 왜 감쌌는지 모를 일이었다. 콜레티 단장은 “팀이 스피드와 투수력을 갖추고, 수비가 투수력을 뒷받침해주면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꼭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결국 네드 콜레티 단장은 소신 없이 경영진 주머니 사정만 고려하면서 우왕좌왕했고 다음 해인 2007시즌 후반 LA 다저스는 고참 제프 켄트와 젊은 선수들의 분란이 일어나는 등 홍역을 치르며 82승80패로 승률 5할을 겨우 넘기는데 그쳤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였다. 2007시즌 후에는 뒤늦게 느닷없이 중심타선을 보강한다고 나서 앤드류 존스를 2년간 3600만 달러에 잡았다가 돈만 날리고 말았다. 결국 LA 다저스는 2007시즌 실패를 거울 삼아 시즌 후 뉴욕 양키스 출신의 명장, 조 토리 감독을 영입해 팀을 재구성하고 2008시즌 지구 우승부터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 배경에는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말썽을 피우기는 했으나 우타자 거포 외야수 매니 라미레스의 가세와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반면 후안 피에르는 거액의 몸값애도 불구하고 외야 주전으로 뛰지도 못하고 있다. 필자가 LA 다저스의 과거를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은 현재 LG의 상황과 너무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단지 선수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LG는 큰 그림을 그려 놓은 대로 그에 어울리는 전력 보강과 선수단 구성을 할 필요가 있다.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MLB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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