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연예계 숨은 키워드 ‘여심(女心)’
OSEN 기자
발행 2009.12.21 08: 47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2009년이 저물어간다. 다사다난했던 일들로 숨가쁘게 달려온 연예계도 한 해의 마무리에 한창이다. 영화 드라마 가요 예능 등 각 분야 별로 결산과 분석이 한창이다. 전반적으로 2008년 경제 위기와 맞물려 연예계 전반에 드리웠던 침체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을 모으고 활기를 되찾기 위해 애썼던 한 해로 분위기를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 한 해를 대표할 많은 히트 상품들이 각 분야에서 나왔다. 그런데 히트작들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공통된 흐름이 눈에 띈다. 바로 ‘여심(女心)’의 영향력이 절대적이 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컨텐츠들이 대성공을 거두고 중립적인 컨텐츠라도 여성이 관심을 가져줄 경우 크게 성공을 거두는 일이 공식화됐다. 반면 남성 취향의 컨텐츠들은 거의 쓴 맛을 봐야 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특히 드라마와 가요 쪽에서 크게 두드러졌다. 먼저 드라마를 살펴보면 여성 시청자가 주 타깃인 드라마들이 연간 시청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꽃보다 남자’ ‘내조의 여왕’ ‘아내의 유혹’ ‘찬란한 유산’ 등 여성들이 선호할 만한 테마나 요소를 갖춘 드라마들이 빅히트를 기록했다. 반면 남자들이 선호할 만한 액션 대작, 또는 스포츠 드라마는 어정쩡한 성적을 올리거나 아예 참패를 당했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 ‘태양을 삼켜라’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거뒀고 ‘드림’ ‘외인구단’ ‘ 등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액션 대작이나 스포츠 드라마는 아니였지만 ‘남자이야기’나 ‘열혈장사꾼’같은 남성 테마의 드라마들도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거의 유일한 액션 대작인 ‘아이리스’도 장르는 남성적이었지만 성공의 동력은 ‘여심’이 힘을 실었음을 놓치면 안 된다. 시청률조사에 따르면 아이리스의 가장 주 시청층은 40대 여성이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오랜 만에 돌아온 이병헌의 매력과 멜로가 드라마 성공의 주 요인이었던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선 굵게 ‘정치’를 다룬 ‘선덕여왕’도 테마는 남성적이지만 ‘여심’이 인기를 주도했다. 가장 중요한 두 주인공을 여성으로 내세우며 여성 시청자층을 노렸던 이 드라마는 의도 대로 30대, 40대, 50대 여성이 주 시청자 층 1, 2, 3위를 차지했다. 과거에도 드라마는 여성 시청자층이 중요했다. 하지만 2009년 들어서는 ‘여심’의 영향력이 점점 더 절대화돼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요계도 ‘여심’에 의해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남성 솔로나 아이돌을 제치고 가요계를 지배해 본 적이 없었던 여가수들이 걸그룹의 형태로 가요계를 석권하는 절대 이변이 일어나게 된 데는 여자 가수를 좋아하는 여성팬층의 등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의 걸그룹 열풍은 가요계에서 멀어졌던 30, 40대 아저씨 부대의 등장에 더해 10대부터 30대까지 걸그룹의 팬이 된 여성들의 힘이 합쳐져 이뤄진 것이다. 1990년대 말 S.E.S 핑클 등이 이끌었던 1차 걸그룹 전성시대에는 걸그룹이 남성 아이돌을 넘어설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여성팬들은 걸그룹을 좋아하는 경우가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반면 남성들이 선호하던 가요 장르들은 점점 더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노래방에서 남성들의 애창곡으로 오랜 동안 자리잡아왔던 록 스타일의 발라드는 몇 해전부터 인기를 잃어왔는데 올해 들어서는 아예 자취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사실 문화 산업의 다른 영역에서는 여성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 지는 꽤 됐다.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특히 20, 30대 여성들이 소비와 참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문화 산업을 이끌어 왔다. 서적 판매량이나 뮤지컬, 기타 공연이나 전시에 있어 ‘여심’을 잡아야 하는 일이 모든 마케팅의 근본이 됐다. 이제 대중 문화에서도 ‘여심’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고 있다. 연예계 종사자들 역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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