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2010년 프로야구 우승팀이 되기 위한 선수 구성법
OSEN 기자
발행 2010.01.04 09: 38

새해 2010년 한국프로야구에서 우승하려면 어떤 요소가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할까? 안타깝게도 그 결정 변수는 엉뚱한 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이다. 김인식 전 한화 이글스 감독(현 한화 구단 고문)에게 지난 연말, 새해 2010 시즌 전망을 다소 성급한 것을 인정한다는 양해를 구하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김인식 감독은 필자가 예상치 못한 전제를 한 뒤 답변을 했다. 그 전제는 ‘각 팀이 확보한 용병 선수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KIA가 2009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2명의 용병 투수들의 맹 활약을 발판으로 이뤄냈음을 고려하면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그리고 김인식 감독은 용병 선수들의 기량은 전 년도 성적에 상관없이 뚜껑을 또 열어 봐야 하며 한국프로야구에 첫 발을 디디는 선수의 경우에는 초반에 부진하더라도 감독이 꾸준히 기회를 줘 스스로 적응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2010시즌 한국프로야구는 전년도 우승팀 KIA, SK, 두산, 삼성이 4강권에서 치열하게 순위 다툼을 할 것으로 본다. 이어서 롯데와 LG가 4강의 다크호스이고 한화는 7위, 선수 층이 바닥 난 히어로즈는 최하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변 가능성이 있다면 KIA가 우승 후유증을 앓을 수 있고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라는 점도 팀 전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뉴욕 양키스, 일본 프로야구는 역시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강력한 우승 후보이다. 지난 2006시즌 개막 직후 메이저리그의 모 단장이 우승팀을 전망하면서 매우 특이한 주장을 펼친 적이 있어 소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절반은 맞고 절반이 틀렸다. 당시에도 뉴욕 양키스는 최고 전력을 자랑하는 우승 후보 1순위였는데 모 단장은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흥미로운 근거를 바탕으로 제기했다. 과연 그의 이론이 2010년 새해 메이저리그는 물론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챔피언 팀에도 적용될지 궁금하다. 그는 우승팀이 되고 싶으면 주전 선수들의 연령대를 24세부터 32세까지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장의 배경은 팀의 주축 선수들의 연령 분포였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했던 모 구단 단장은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은 물론 지구 1위도 차지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양키스 선수들은 너무 나이가 많다. 이제 메이저리그는 새로운 젊은 선수들의 게임”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나이 먹은 스타들의 군단인 뉴욕 양키스는 전 해였던 2005시즌 보스턴과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었으나 포스트시즌 첫 라운드에서 애너하임 에인절스에 두들겨 맞고 탈락한 바 있다. 반면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전통적으로 가장 매력적이라는 연령대의 선수들로 2005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했다. 황금 배분으로 메이저리그가 인정하는 그 연령대는 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미국 나이로 24세부터 32세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연장하면 33세까지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어서 인정하기로 했다. 한국 나이로는 24세부터 34세까지로 볼 수 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2005 월드시리즈에서 이 연령대를 초과해 미국 나이로 34세 이상의 선수를 단 한 명만 기용했다. 투수 올랜도 에르난데스(39)였는데 그가 던진 이닝은 1이닝에 불과하다. 2005시즌부터 3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다. 월드시리즈 챔피언들인 보스턴 레드삭스(2004년), 플로리다 말린스(2003년), 애너하임 에인절스(2002년) 등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비슷한 연령대로 조사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까지 포함해 위의 4개 팀들이 월드시리즈에서 기용한 선수들 가운데 모두 89명(94%)이 34세 미만의 선수들로 조사됐다. 주목되는 점은 34세 이상의 선수들 가운데에서는 2002년 에인절스의 우승 당시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팀 새먼(34)을 제외하면 단 한 명도 월드시리즈에서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결국은 당시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암페타민 같은 스테로이드 약물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노장들의 파워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강한 체력을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메이저리그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그들이 버텨내지 못했던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 2005시즌 당시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에서 35개 이상의 홈런을 쳐낸 선수는 모두 13명이었다. 전체 1위인 앤드루 존스(51개)는 1977년생이고 48개의 알렉스 로드리게스, 47개의 데이비드 오티스, 46개의 데릭 리 등은 모두 1975년생이었다. 13명 가운데 12명이 2005시즌 나이로 30세 이하였다. 예외는 단 한명으로 당시 33세의 매니 라미레스 뿐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이비드 오티스, 매니 라미레스 등이 모두 약물과 연관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모 단장의 전망으로 분석할 때 뉴욕 양키스는 예상대로 2006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다. 아메리칸 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젊은 투수들을 보유한 디트로이트에 1승3패로 무너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계속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한 것이다. 그러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을 보면 모 단장의 견해는 절반만 맞았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에서는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새해 40세가 된 이종범이 기여했음을 감안하면 메이저리그 모 단장의 나이에 근거한 선수 구성 이론은 다소 근거가 약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의 최근 성적을 살펴보면 신세대 젊은 스타들을 보유한 팀이 우승 후보로 먼저 꼽히는 것도 당연하다. 긴 겨울을 보내며 새해를 맞으니 또 프로야구 개막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MLB 특파원 KIA 타이거즈가 2009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직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뻐하는 모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