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37)의 이 여러분 들의 곁을 찾아갑니다. 신일고와 고려대를 거쳐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한국선수 최초로 진출, 한국야구의 자긍심을 강하게 심었던 조성민은 앞으로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로 프로야구의 깊이와 넓이를 낱낱이 드러내보일 작정입니다. 프로야구 현안에 대해서도 때로는 쓴소리를, 때로는 공감어린 메시지를 던지겠습니다. 독자 여러 분의 아낌 없는 격려와 편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저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대한민국 야구선수로서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돔에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한 것, 둘째는 고려대 졸업생인 것, 셋째는 신일고 졸업생이 그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야구선수여서 가능했기에 야구에 대한 애착은 남 못지 않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통틀어 25년의 선수생활, 특히 7년간의 일본생활의 경험과 느낀 것을 토대로 글을 풀어나가겠습니다. 한국야구가 무한히 발전하길 바라며 이 칼럼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새해가 밝았고 프로야구 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지훈련지로 분주히 떠납니다. 아직 선수들은 비활동기간입니다. 시즌이 끝나면 항상 불거져 나오는 문제가 비활동기간의 훈련입니다. 이 문제를 놓고 구단과 지도층 선수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주장하는 바가 서로 달라집니다. 선수들의 기량향상, 저액연봉자들의 훈련경비, 재활선수들의 훈련, 훈련장 부재 등이 그같은 주장 속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이유를 딱 두 가지로 봅니다. 언뜻 듣기에 거북하겠지만, 선수들의 직무유기와 지도층의 불안감을 들겠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 기간(12월~1월)에 합동훈련은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미국은 2월 중순에 스프링트레이닝을 시작해 3월에 시범경기에 들어가고, 일본은 2월1일부터 캠프를 열고 2월말에 시범경기에 들어갑니다. 다소 시차가 있긴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모두 시즌을 맞이하는 선수들의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반면, 한국은 12월초에서 늦으면 중순까지 마무리캠프를 하고 이듬해 1월 10일 전후로 훈련을 시작해 스프링캠프로 떠납니다. 캠프기간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당히 깁니다. 왜 이렇게 계약서에 명시된 비활동기간이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요? 얼마 전 언론에는 한 베테랑 선수의 훈련 관련 기사가 대서특필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12월에 (개인)훈련을 해본 것이 처음’ 이라는 요지의 기사였습니다. 이것은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선수들도 몇몇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비활동기간에 어떻게 체계적으로 훈련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선수들이 대부분인 게 현 실정입니다. 일본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12월부터 1월 말일까지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일본 선수들은 이 시기에 재계약을 준비하며 한 시즌 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가족들과 여행 등 시간을 가지며 여가를 보냅니다. 그 때에도 가벼운 훈련은 병행합니다. 12월 한 달을 그렇게 보내고 1월이 되면 좀 더 체계적으로 몸을 단련하는 훈련을 합니다. 그 시기에는 구단 트레이닝 코치가 준 훈련메뉴를 소화합니다. 1월 중순 쯤부터는 따뜻한 지역(해외, 일본 내 따뜻한 지방)을 찾아가 좀 더 강도 높은 훈련과 기술훈련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1월 31일 공항에 집결해 전지훈련지로 출발하며 2월 1일부터 본격적인 스프링캠프에 돌입합니다. 이미 선수들의 몸은 80%이상 준비가 된 상태에서 캠프를 시작합니다. 아무리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몸 상태가 되어있지 않으면 가차없이 바로 2군 캠프로 내려보냅니다. 반면 2군에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는 바로 1군 캠프에 합류하여 기회를 잡게 됩니다. 이렇듯 비활동기간의 자율적인 훈련이 시즌의 시작인 캠프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일본선수들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이 시기에 날씨가 춥기 때문에 기술적인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해외나 제주도 등 국내는 남쪽으로 가야하는데 구단 측이 내세우는 ‘비용’이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저비용으로 훈련할 수 있는 곳과 방법은 있습니다. 해외를 가더라도 여러 명이 그룹을 이루어 간다면, 개인당 항공료만 부담하면 되고 숙박비는 인원수에 맞게 갹출하면 굉장히 저렴한 비용으로 훈련을 떠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그 그룹에 베테랑 선수가 함께해 부식비용 정도는 후배들을 위해 부담해 주는 덕목도 필요합니다. 그마저도 어렵다면 각 구단 훈련장은 항시 개방해 놓고 선수들이 언제든 훈련 할 수 있도록 하고 코치들도 자율적으로 훈련장에 나와 선수들의 훈련지원을 해주면 됩니다.(물론 대부분의 구단이 그렇게 하고는 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듯이 낮은 비용의 훈련 장소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인다면 기후 좋고 훈련에 안성맞춤인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이 비용이 아깝게 느껴진다면 과연 그 기간에 국내에서 지인들과 만나며 쓰는 비용이 얼마인지 계산해 보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렇게 허무하게 사용하는 비용보다 프로선수로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더 값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자신을 발전시키는데 스스로 훈련할 수 없을 만큼, 타의에 의해서만 훈련이 되는, 그런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3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스타와 좋은 선수들도 배출되었고 해외파들도 늘어났으며 선수들의 실력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못한 것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선수들이 할 수 있고 바꿔나갈 수 있는 것부터 베테랑들이 앞에서 끌어주고 후배들은 잘 따라가며 앞으로의 한국 야구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프로의식을 가지고 변화를 꾀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한국 프로야구에 우선 필요한 것은 노조가 아니라고 봅니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에 앞서 선수들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서는 선수들이 해야 할 의무를 먼저 충실히 이행한다면, 권리를 찾는 선수들의 목소리에 자연히 힘이 실리지 않겠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을 모두 제치고 금메달이라는 기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2009년 역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아쉬움은 남겼지만 선전을 펼치며 준우승의 값진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제 선수들은 진정 ‘프로의식이란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제 할 일부터 제대로 하고,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전 한화 이글스 투수 1월 17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한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한데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