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들과 멋지게 소통한 그린 데이 콘서트
OSEN 기자
발행 2010.01.19 11: 00

[OSEN=해리슨의 엔터뷰~] 그린 데이(Green Day) 공연을 다녀 왔다. 해외 팝스타 공연 소개 칼럼을 (1월 10일자) 쓰면서 현장에 안 간다는 것은 독자들에 대한 일종의 기만 행위라는 양심의 가책이 들어서 부랴 부랴 공연이 열리는 올림픽 공원으로 향했다. 월요일이면 직장인들에게는 특히 부담이 느껴지는 날이기에 그린 데이의 첫 내한 공연이라도 ‘그럭저럭 사람들이 모였겠지 !’라는 생각하며 지하철을 타고 올림픽공원 역에서 내렸다.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공연장인 체조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정말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2주전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가졌던 뮤즈(Muse)의 공연 역시 많은 관객들이 오랜만에 보는 수준 높은 록 공연이었다는- 필자를 비롯 대부분의 기사에서 호평이 쏟아졌다-평가를 받았다. 21년 경력의 3인조 펑크 록 밴드의 첫 내한 공연은 과연 어땠을까? 약 10분 정도 긴 줄을 서서 공연장 내부에 들어와서는 미리 구한 지정 좌석 대신 일부러 3층 맨 꼭대기 난간에 기대서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위에서 바라 본 1층 스탠딩석은 관객 들로 꽉 들어차서 답답함을 느낄 정도였다. 2,3층 역시 거의 빈 좌석 없이 채워져 ‘초대권이 살포된 거 아냐 ?’라는 괜한 의심을 해보았다. 초대로 온 사람과 표를 사서 온 사람은 확실히 티가 나는 법. 관객 대부분은 공연 시간인 8시 이전부터 거의 하나가 되어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3인의 악동을 손꼽아 기다리는 듯 했다. 7시부터 프리 마돈나란 그룹이 오프닝 무대를 가져 관객들 역시 워밍업을 해서인지 본 공연 15분 전에 입장한 필자 역시 장내는 그리 어수선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과연 ‘공언한 대로 8시 정각에 공연이 시작될 수 있을까 ?’라는 공연기획사의 사전 홍보에 관객들은 반신반의하는 듯 하였다. 팝 스타들 공연이 예정된 시간에 정확히 진행 되는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 우리 나라의 관행이다. 예정된 8시가 지나자 장내에 분위기를 돋구는 음악과 토끼 인형(?)이 나와서 관객들에게 재롱을 피울 때 ‘역시나 그렇지’ 30분은 기본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체념한 마음으로 있었는데, 10분 늦은 8시 10분 조명이 꺼지고 무대에 리드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Billie Joe Armstrong, 리드 보컬 및 기타)을 비롯 마이크 던트(Mike Dirnt, 보컬 및 베이스), 트레 쿨 (Tre Cool, 보컬 및 드럼) 등 그린 데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객들은 오프닝 곡 '21st Century Breakdown' 'Know Your Enermy'를 들으면서 절규에 가까운 환호와 함께 한 곡 한 곡 이 연주 노래 될때마다 목청껏 따라 불렀다. 기존에 발표된 다섯 장의 앨범 수록곡들이 고루 선곡된 균형감이 팬들에게 더욱 공연을 즐기게 만든 것 같다. 특히, 공연을 보면서 가장 유쾌하면서도 감동스러운 장면은 우리 관객들과 함께 하는 즉석 무대가 많았다는 것이다. 일부 내한 공연에서 지나친 경호로 인해 아티스트와 청중이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발생하여 씁쓸함을 주기도 했는데, 그린 데이 멤버들은 마치 옆집 형, 오빠가 친해지기 위해 장난을 거는 것과 같이 귀여운 악동들의 모습으로 관객과의 벽을 허물었다. 즉석 노래 뽐내기 대회를 열고, 관객들을 향해 물총을 쏘아 대고, 심지어 무대에 올라 온 관객에게 물총을 쏘라고 하고, 무대에서 관객석으로 몸을 던지는 스테이지 다운을 시키기도 하였다. 그린 데이와 무대에서 찰떡궁합 호흡을 선보였던 한국 공연 관객들은 정말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공연장에서 땀이 흠뻑 젖을 정도로 환호하고 노래하고 아티스트의 몸짓 하나하나에 호응을 해주는 – 특히 록이나 댄스 공연 – 우리나라 관객들 정말 자랑스럽다. 그린 데이 또한 기발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호응에 부응했다. 특수 제작된 대포를 이용해 땀흘린 팬들을 위해 휴지와 홍보용 티셔츠를 나눠주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해 준 것이다. 특히, 리드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이 무대 바닥에 누워서 'Love Me Tender', '(I Can’t Get No) Satisfaction', 'Hey Jude' 등 팝의 고전을 즉석에서 관객과 함께 부르며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Basket Case', 'When I Come Around', '21 Guns', 'Hitchin’ A Ride', 'Boulevard Of Broken Dreams' 등 강렬한 펑크 곡과 서정적인 록 넘버로 가득 채워진 2시간 본 공연은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무대였다. 특히, 관객으로부터 받은 태극기를 두르고 그린 데이가 멋진 노래를 선사했을 때 벅찬 감동이 밀려 오는 듯 했다. 본 공연이 끝난 10시 9분경 관객들은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앵콜을 외쳤고 메아리가 되어 그들을 다시 스테이지에 오르게 했다. 'American Idiot'으로 시작된 앵콜 곡 퍼레이드는 'Jesus Of Suburbia' 메들리를 끝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파란색 핀 조명 하나에 비춰 졌던 빌리의 노래와 기타 연주는 계속 이어지는데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Last Night on Earth',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Good Riddance(Time Of Your Life)' 등 3곡을 연이어 부른 10시 37분이 되서야 무대 조명은 완전히 켜졌다.. 무려 27분에 달하는 앵콜 스테이지는 그린 데이 멤버들에게도 잊지 못할 감동을 선물한 한국 팬들에게 그들이 감사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이제는 해외 아티스트들이 한국에 와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공연을 하려고 한다. 그만큼 우리 관객의 수준 높은 관람 태도는 거대한 공연 시장을 만들어 내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좋은 증거이다. 단지 이번 공연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대형 스크린이 마련되지 않아 2,3층 관객은 생생한 무대의 모습을 망원경 없이는 지켜볼 수 없었고, 1층 스탠딩석이 너무 많은 사람들로 채워져서 관객들의 안전문제가 염려되었다.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해리슨이 느낀 공연 촌평은 다음과 같다. 그린 데이는 우리 관객들과 함께 놀고 즐겼다. 우리 관객들 역시 21년 만에 처음 찾아 온 그들의 아티스트와 흥겹게 뛰놀고 장난치며 놀았다. 관객과 아티스트가 함께 했던 자연스런 소통의 무대. 앞으로도 어제 만큼 멋진 소통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현대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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