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1등만 기억하는 세상 거부하는 스포츠 예능
OSEN 기자
발행 2010.01.24 08: 34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무한도전’이 또 한 번 스포츠에 도전했다. 이번엔 멤버들이 스포츠를 체험하고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보다는 열악한 상황에 처한 여자 권투 WBC 챔피언 최현미의 경기를 성사시켜 주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프로그램 성격 자체가 스포츠와 부합되는 부분이 많아 그간 무수히 스포츠를 테마로 삼아 왔지만 이번엔 좀 색다른 도전이었는데 명불허전, ‘무한도전’다운 결과물을 이끌어 냈다. 한국에서 스포츠, 그리고 이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 특히 스포츠 예능은 ‘승부’와 그 결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승리를 하고 1위를 한 경기나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그 과정에서 상대 선수는 늘 ‘적’이었고 조롱으로 웃음의 소재로 삼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지금까지 달랐고 23일 방송분에서도 역시 달랐다. 이날 방송에서, 스포츠 예능의 흐름을 이끄는 ‘감동’ 코드는 투 트랙으로 진행됐다. 당연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최현미의 노력이 감동을 자아냈다. 여기에 ‘무한도전’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추가됐다. 바로 상대 선수인 일본의 쓰바사를 바라보는 ‘무한도전’의 시선이 지금까지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감동을 전달했다. 처음에는 최현미의 승리를 위해 상대 선수를 ‘염탐’하러 갔던 정준하와 정형돈의 ‘적개심’(?)을 무장해체 시킨 것은 쓰바사가 권투를 하는 이유였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뭔가를 전하고 싶어 링에 오르는 쓰바사 역시 최현미만큼이나 자신의 일인 권투에 굳은 의지와 신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다. ‘무한도전’은 스포츠를 다룰 때 승리만이 중요하고 우리는 선, 상대는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승부에 집중하기 보다는 선수들의 집념과 노력을 더 중요시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편이든 상대방이든 최선을 다 한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고 존중해주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진정으로 중시한다. 사실 이러한 ‘무한도전’이 아니었다면 똑 같은 쓰바사를 만나도 전혀 다른 그림이 나왔을 수도 있다. 여전히 쓰바사는 한국 보다 잘 살고 민족 감정까지 얽혀 있는 일본의 선수, 적개심을 갖고 무너지는 모습을 봐야 속이 풀리는 그런 ‘악당’으로 그려졌을 수도 있었다는 애기다. 인터뷰와 촬영, 편집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의 가치관, 세계관에 따라 똑 같은 대상을 놓고도 정반대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반면 ‘무한도전’의 건강한 시선은 이미 앞서서도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맛보기 힘든 색다른 감동을 선사해왔다. 베이징 올림픽 특집에서는 메달과는 상관없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루는 비인기 종목 육상 선수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응원을 보낸 바 있고 비인기 종목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던 봅슬레이를 테마로 다뤄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역시 이번 최현미 아이템도 출발은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 아직 최현미 편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음 주에 본격적인 경기가 다뤄진다. 실제로는 이미 치러진 지 시간이 꽤 된 경기이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 승부의 결과를 검색해보려다 그만뒀을 것 같다. 모르고 다음 주 방영분을 보는 것이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23일 ‘무한도전’을 본 사람이라면 경기 결과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두 선수의 땀과 의지만이 소중하다고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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