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길었던 겨울시즌이 끝나고 한 시즌의 시작인 스프링캠프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선수들은 짧은(?) 오프시즌 마치고 팀별로 속속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났습니다. 각 팀별로 전지훈련 엔트리는 40명 내외 정도 될까? 나머지 선수들은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합니다. 한 시즌의 시작이고, 올 한해의 성적과 자신의 포지션 사수를 위해 선수들 나름대로 포부와 각오를 가지고 공항을 떠났을 것입니다. 과연 각자의 선수들은 어느 정도로 페이스가 올라온 몸 상태에서 전지훈련을 떠났을까요? 다들 나름대로 겨울시즌 동안 훈련을 하고 전지훈련을 대비해 왔을 것입니다.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의 페이스 조절은 늦은 편에 속합니다. 캠프를 시작하여 짧게는 1/3에서 길게는 1/2에 가까운 기간 동안 컨디션 조절을 하는데 소요 됩니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그런 건 아닙니다. 선수들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늦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오버 페이스로 부상을 당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가 아닙니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캠프에 가서야 시작된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 프로야구는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한번 포지션을 꿰 차면 큰 이변이 없는 한 변동은 그리 많이 이루어 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쉬운 말로 ‘한번 주전은 영원한 주전’식입니다. 큰 부상만 없다면 말입니다. 이같은 것은 그 선수들을 치고 올라갈 만한 선수가 없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느긋하게 캠프에 도착해서 몸을 만들어도 전혀 1군 엔트리에 들어가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는 겁니다. 러한 점들이 비 활동 기간의 선수들의 훈련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비활동기간에 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캠프에 들어가서 훈련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을 하고 몸을 만들어 와야 하겠지만 지도자들의 모험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본의 경우는 캠프기간에도 1군과 2군의 선수 교체가 빈번하고 냉정하게 처리합니다. 국내에서 훈련하는 일본과 해외에서 훈련하는 한국의 실정이 다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부분은 한국야구에도 필요한 요건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하면 선수들도 긴장감을 가지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2군에 있는 선수들도 목표와 희망을 가지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프로야구선수는 8개 구단을 다 합해 560명 정도입니다. 이중 1년 동안 1군 엔트리에 포함되는 선수들은 절반에도 못미칠 겁니다. 매년 평균 7명 정도의 선수가 각 팀에 신인으로 들어가지만 또 매년 그만큼의 선수가 옷을 벗습니다. 개중에는 나이를 먹어서 은퇴를 하는 선수도 있지만 실력이 안 돼서 퇴출당하는 선수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1군 선수들의 변동은 크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야구계에는 이런 속설이 있습니다. “하던 친구가 한다.” 시즌 개막이 되면 역시 하던 선수가 할 수밖에 없고, 감독들 역시 하던 선수를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어느 포지션에 붙박이 주전이 있다면 그 선수가 은퇴하거나 이적,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는 다른 선수에게는 좀체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프로는 처절한 경쟁입니다. 하지만 출발선이 다른 경쟁은 선수들의 의지를 꺾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나태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캠프에서부터 선수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라도 지도층의 과감한 선수 교체가 필요한데, 바로 그 게 모험이라는 것입니다. 전지훈련지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기 때문에 1, 2군 선수 교체를 쉽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교체한 선수가 반드시 그 몫을 제대로 해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단 기간에 실현 될 수는 없겠지만, 장기간의 플랜으로 서서히 정착을 시켜야하는 시스템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나마 이런 것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팀은 SK와 두산이라고 봅니다. 김성근 감독의 냉정한 선수기용과 김경문 감독의 2군에서 올라온 선수에 대한 뚝심을 가진 기용이 최근 SK와 두산이 좋은 성적을 내는 기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 한국에는 야구 붐이 일어 사회인 야구 팀이 5000여개에 달합니다. 이러한 순수 아마추어들도 자신들이 경기에 나가서 잘하고 싶어서 자비를 들여 추운 겨울에도 개인 레슨을 받는 실정입니다. 어떻게 보면 열정만큼은 프로선수에 뒤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타의에 의해서가 아닌 자의에 의해서 훈련하고 발전시키는 시스템이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 야구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그에 걸맞게 선수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지도층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로 남아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프로선수들의 선수층을 두텁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마추어 선수들의 선수층을 두텁게 만드는 것이 선행 돼야합니다. 야구를 발전시키고 선수층을 두텁게 하기 위해서는 아직 정착시켜야 할 시스템과 바꿔야 할 정책들이 많습니다. 선수, 지도자, 관리기관, 관계자 등 각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자신 스스로나 야구 발전을 위해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한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올해는 어떤 선수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어떤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를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전 한화 이글스 투수 LG 선수들이 노을진 사이판 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제공=LG 트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