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한파가 절정이었던 1월 초 어느 날 오후, 외국계 음반사 직원으로부터 홍보용 CD 박스세트 한 질을 받았다.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중 하나인 블루 노트(Blue Note)의 창립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직 한국에서만 한정 발매되었다는 “블루 노트- 더 콜렉터스 에디션”이었는데, 블루 노트에서 발매된 앨범 역사적 명반 중 25개 타이틀을 엄선해서 만들어 졌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재즈 마니아들에게는 저렴한 가격과 한정 상품이라는 구매력을 불러일으켜 초판 매진 후 재판까지 찍는다고 한다. 이 회사는 2009년 하반기에도 소비자가 30~40만원 정도에 구매 가능했던 “비틀즈(The Beatles) 박스 세트 2종”을 한정 수입 매진시키는 등 50년 역사의 ‘비틀즈 신드롬’을 계속 이어 나갔다. 발표된 지 반세기가 지난 오래된 음원과 앨범을 갖고도 음악 애호가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외국 음반사들의 끊임없는 상품 기획과 판매 결과를 지켜 보면서 ‘음악 콘텐츠’가 지닌 무한의 힘을 새삼 실감했다. 문득, ‘우리나라는 어떻지?’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너무 다른 우리의 현실을 지금 이야기 한다. - 전문가 집단이 선정한 명반, 절반 이상 그 실체가 없다 - 2007년 8월에 경향신문과 음악전문 웹진 가슴네트워크가 공동으로 대중문화산업 종사자, 방송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52명 전문가 추천한 가요 음반들을 토대로 선정 발표했던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은 - 모든 사람들이 전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기록의 보전과 가치가 약했던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잘 만들어진 자료로 인정받고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과연 전문가들이 선정한 한국 가요사의 역사적 음반들을 지금도 쉽게 구할 수 있을까 ? 업계 1,2위 대형 온라인 음반 쇼핑몰 2곳 (‘K사’와 ‘Y사’)에서 구매를 위해 검색 작업을 해보았다. 그 결과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2010년 1월 25일 검색을 해 본 결과 K사에서는 44장의 CD, Y사에서는 38장의 음반 만을 바로 구매 주문하면 구할 수 있었다. ‘구매 가능 표시’가 되어 있는 앨범들은 두 개 쇼핑몰에서 중복되는 타이틀이 대부분이어서. 기껏 해야 50타이틀 정도가 채 안되었다. ‘일시 품절’,’품절’,’절판’ 그리고 LP로 발매된 후 CD화가 안되어 검색 조차되지 않은 결과물을 보면서 필자의 생각이 너무 비관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100대 명반’ 자료만으로 예를 한다 해도 – 물론 LP나 CD를 중고 음반으로 구할 수도 있겠지만 - 음원(음반)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기록 보관해야 할 우리의 수준이 ‘절망적’ 이라는 단어로 결론 낼 수 밖에 없었다. 온 오프라인 판매처 문제가 아니라 마스터(원음) 보유자(음반회사, 제작사, 제작자 등이 해당)들이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 글 앞부분 한 외국계 음반사의 예를 통해 우리가 얼마 만큼 음원(마스터)과 앨범에 관한 보존 활용이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경제적 가치를 얻어 내고, 과거의 음악으로 현재의 소비자들에게도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효과를 충분히 만들어 내고 있다. “대중 음악 명반”을 선정 한국 대중 가요를 사랑하는 많은 음악 팬들에게 지침서가 될 수 있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자료’를 한 쪽에서는 제공해 주었지만, 그 음반의 가치를 알고 구입하고 소장하고 듣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뼈아픈 현실이다. 예를 들어 보자. 100 대 명반에 선정 되었던 음반 중 김민기(3위-1집), 한대수(8위-“멀고 먼 길”), 양희은(68위-“고운노래 모음”) 등 한국 포크 음악을 상징하는 대표 아티스트들의 앨범들은 - 70년대 초반 발표작 - CD화는 꿈도 생각도 못하고, 중고 LP 역시 부르는 게 값일 정도의 전설적인 음반들이다. ‘한국 록의 전설’ 산울림의 대표 명반들인 1,2,3집 역시 현재는 절판 상태이며 김수철, 사랑과 평화, 정태춘, 시나위, 노래를 찾는 사람들, 신촌블루스를 비롯 순위안에 선정되어 가요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여러 아티스트들의 상당 작품 역시 온전한 상태의 음반으로 현재 찾아볼 수 없다. 롤링스톤스, 타임, 빌보드지 등 해외 유력 매체들이 선정하는 “OO음악 100선’,”OO음악 All Time 50”등에 올라 있는 앨범들은 해당 작품의 발매 년도를 막론하고 해외 음반사이트를 통해-아주 특별한 경우를 CD를 제외하고는-손쉽게 구할 수 있어 우리나라 경우와 너무 다른 결과를 보여 준다. 가요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는 “명반”들이 많은 대중들과 다시 호흡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관련된 단체(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라지고 있는 가요 명반, 부활되어야 한다’ 2편에서는 1980년 중반~2000년대 초반 발표음반 중 명반은 아니어도 ‘다시 빛을 봐야 할 가요 앨범’들을 해리슨의 관점에서 선택 소개하겠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