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월화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KBS 2TV ‘공부의 신’(이하 ‘공신’)과 MBC TV의 ‘파스타’가 시청률 1, 2위를 달리고 있다. ‘공신’이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 대의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파스타’가 최근 들어 시청률 상승세를 보여 승부의 결과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입시를 다룬 ‘공신’은 역시 10대와 40대 이상 학부모들이 시청층을 이루고 있고 요리사의 세계를 다룬 ‘파스타’는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아 보인다. 두 드라마는 테마와 이에 따른 시청층이 확연히 갈린다. 동시간대에 방송되다 보니 시청률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사실 이 둘은 워낙 ‘다른’ 드라마이기에 시청층을 나눠가지며 사이 좋게 공존할 수 있는 드라마들이다. 그러면서도 이 두 드라마는 본질적으로는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이 있다. 바로 드라마가 추구하는 ‘가치’에서다. ‘공신’은 공부, 나아가 대학입시에 있어 ‘요령’을 강조하는 드라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 초반 많은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공부를 과연 요령으로, 단기 처방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여러 매체를 통해 있었다. 반면 ‘파스타’는 훌륭한 요리사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한 초급 요리사의 ‘미련함’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극 중 셰프인 이선균이 공효진에게 던진 말이 ‘미련하다’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 도달하고 싶은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지름길을 찾기 위해 머리를 쓰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태도가 바로 ‘미련함’이다. 일견 ‘파스타’의 가치가 우월해 보인다. ‘요령’이나 ‘영리함’보다는 ‘미련함’이 더 인간적인 가치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 간단히 정리할 일은 아니다. 대학 입시가 인생의 모든 것으로 만드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성적을 의식하지 않고 ‘미련스럽게’ 공부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목표를 이룰 것이라는 말은 자칫 무책임한 소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파스타’의 ‘미련함’을 무작정 추켜세울 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우직하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매진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경우, 그래서 생활의 곤궁함에 시달릴 경우 과연 ‘이 삶이 행복한 삶인 지’라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물음은 이미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통해 대면해 본 적이 있다. 이렇듯 ‘공신’의 ‘요령’과 ‘파스타’의 ‘미련함’은 가치의 승패를 정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공신’은 아직 답을 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요령’으로 꼴찌들이 ‘천하대’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그 이후는 어찌 할 것인 지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할 듯하다. ‘천하대’에 진학하고 나서 ‘요령’으로 공부한 학생이 과연 대학 과정을 제대로 따라 갈 수 있을 지, ’천하대’ 학생이 되기만 하면 인생의 성공이 지속되는 것인지, 아무리 학벌 사회라도 성공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집중력과 문제 해결 능력인데 이를 ‘요령’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인지, 나아가 과연 성공이 인생의 모든 것인지…답해야 할 문제들은 줄을 잇는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공신’을 규정짓지는 않을 것이다. 드라마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만화와 드라마 원작이 있기는 하지만 ‘공신’의 마무리가 그와 똑같이 되리라는 법은 없다. ‘공신’이 꼴찌들의 천하대 입학이라는 판타지에, 삶에 대한 교훈도 함께 하는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는, 후반부와 결말을 기대한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