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시작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시청자들은 낯선 상황에 직면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글로벌 초대형 스포츠 제전이 열리면 3개 공중파 방송사들의 화면이 모조리 경기 중계나 재방송, (메달리스트의) 스타 스토리, 관련 뉴스들로 도배되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한 개 채널, SBS를 통해서만 대회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SBS가 단독으로 중계권을 사들인 후 독점 중계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KBS, MBC의 반발도 거셌다. SBS가 단독으로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너무 많은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바람에 외화 낭비 우려가 있고 또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올림픽을 성격상 전국 방송이 아닌 SBS가 단독 중계함으로써 국민들의 올림픽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하지만 SBS를 문제 삼는 의견은 설득력이 이제 약해 보인다. 우선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중계권 확보 경쟁에서 시작해 이후 굵직한 국제대회를 통해 KBS나 MBC 모두 공동 대응을 하다가 한 방송사가 치고 나가 독점으로 중계권을 가져갔던 배신의 전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 시장 역시 공익성을 담보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자유 경쟁 체제로 이미 접어든 상황이다. SBS가 이미 지역 민방과의 연계로 보편적 접근성을 충족시킬 수 있기에 남은 문제는 많은 중계권료를 지불한 것을 SBS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지 여부이지 다른 방송사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좀처럼 수익을 보기 힘든 것으로 분석되는 투자금(중계권료)에 대해 SBS가 손해를 보든, 대형 스포츠 대회 단독 중계사 이미지 확보를 통한 무형의 이익을 덧붙여 만족하든 그것은 사기업, 즉 민영 방송인 SBS 내부의 문제인 것이다. 앞으로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의 단독 중계가 계속 지속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SBS가 이번 올림픽 뿐 아니라 2010 월드컵 등 향후 몇 년간 중요 대회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어 이번 올림픽 단독 중계를 통해 큰 손해만 보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SBS가 타 공중파 방송사에 중계권을 분배 판매하지 않고 이런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 있게 보아야 할 것은 공중파 방송사들간의 중계권 분쟁이 아니라 이런 중계방식의 대변화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양식이다. 아직 올림픽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됐고 현재까지는 설 연휴와 겹쳐 있는 상태라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 중요 경기의 시청률이 타 방송사의 경쟁 시간대를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것만 보면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독 중계되는 이번 올림픽은 그간의 방송3사 ‘올인’ 중계 방송에 대해 제기되던 문제들의 심각성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관심이 모아진다. 스포츠를 보지 않는 국민들도 분명히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관심 프로그램 선택권 박탈’이 문제가 됐었고 ‘온 국민의 스포츠로의 몰입’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도 지적됐었다. 물론 온 국민이 스포츠 응원을 통해 단결심과 애국심을 고취하고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는 것이 뭐가 나쁘냐는 반론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두 견해의 대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방송3사의 합동-집중 중계가 계속 이어져 어떤 발전적인 방향을 찾아내기 위한 분석과 시도를 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올림픽은 메달 색깔이나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집념과 노력에 응원은 이전처럼 보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스포츠 중계 방송의 신세계가 과연 시청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살펴보면 흥미로울, 그런 대회가 되고 있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쇼트트랙 이정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