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음악, 영화 속에 묻히다
OSEN 기자
발행 2010.02.17 07: 55

[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3월 7일 (미국 현지시각) 거행될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가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천 2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외화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중인 “아바타(Avatar)”가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몇 개의 상을 수상할 지에 전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식사이트에 올라 있는 후보작(자) 명단을 보면서 필자는 음악 부문을 살펴 보았다. 필자가 당연히 지명될 것으로 예상했던 “아바타”의 주제가 ‘I See You’ – 리오나 루이스(Leona Lewis)-가 ‘주제가상(Original Song’ 후보에 올라가지 못했다. 후보에 오른 5곡 모두 국내에서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곡들이어서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해가 거듭될수록 영화와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이 대중들로부터 함께 사랑을 받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주에 만난 모 방송국 영화음악 진행자 역시 매일 프로그램 선곡 표 짜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한다. 최신 영화 음악을 소개하고 싶어도 영화사들이나 음반사에서 아주 기대하는 작품이 아니면 사운드트랙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영화가 히트와 더불어 짭잘한 수익을 안겨줬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마켓은 음악 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계륵으로 전락한 것이 아닐까? -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최신 영화 속 음악 매우 드물다 - 올 설 연휴에는 최근 1~2년 사이 개봉되었던 작품들을 지상파와 케이블 TV에서 볼 수 있었다. “맘마미아(Mamamia)”와 “과속스캔들”은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었던 영화로 극장에서도 많은 관객들을 모았었는데, 영화 음악 역시 많은 인기를 얻었던 작품들이다. 아바(ABBA)의 음악을 2시간 내내 감상할 수 있었던 “맘마미아”의 성공은 예상된 결과였고, 역시 음악이 영화의 주요 소재로 다뤄졌던 “과속스캔들”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영화와 음악의 동시 성공 확률은 극히 이례적인 예로 간주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림걸즈(Dreamgirls)”, 원스(Once)”,“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 Lyrics)”,”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등 음악을 주제로 다룬 영화가 많았던 2007년과 2008년작 “맘마미아” 이후 국내 시장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은 외국 영화 OST는 드물다. 혹자들은 “트와일라잇(Twilight)”과 “트랜스포머(Transformer)” 시리즈의 음악을 성공사례로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폭발적인 성공에 견줄 때 한참 모자란 스코어를 기록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특히, 우리 영화는 더 심각한 것 같다. 2006년 독특한 소재로 사랑을 받았던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음악 역시 커다란 성공을 거둔 가장 최근의 예일 것이다. 주연 여배우 김아중이불렀던 리메이크 곡 ‘마리아(Maria)’는 당시 음원 차트 1위를 몇 주간 기록할 정도로 대히트를 기록하였다. “복면달호(2007년)”,“님은 먼 곳에(2008년)”, “고고 70(2008년)”과 같은 음악이 중요한 스토리 주제로 전개되는 영화들이 등장했지만 한국 영화의 침체기 속에 예상 보다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과속스캔들”의 삽입곡 ‘아마도 그건’과 2009년 흥행 영화 “국가대표”는 주제곡 ‘Butterfly’ 정도가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올랐을 뿐 연간 개봉되는 다수 한국 영화의 음악들이 대중들에게 어필되지 못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드라마의 절대 우위 한국 OST 시장 –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 음악 시장의 상당 부분을 TV 드라마 OST가 차지하게 되었다. 한 아티스트의 음반을 기획 제작, 홍보 마케팅 하기 위해 상당 비용이 필요하고 성공 확률도 현저히 낮은 현실적 여건이 음반 제작자(회사)들에게 저비용으로 제작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드라마 OST 제작에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상파와 케이블(주로 재방) TV를 통해 방영되는 드라마 편수가 워낙 많은 ‘드라마 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드라마가 2개월~6개월 정도 방영되고 재방영되는 회수를 감안하면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경 음악들이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이 남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디지털 음악 시장의 비중 확대는 드라마 음악 시장 팽창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고, 과거에는 ‘얼굴없는 가수’가 OST 참여의 주를 이룬 반면 현재는 인기 정상의 가수들이 대부분 타이틀 곡을 비롯 주요 수록 노래를 부른다.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인 사극 “추노”의 삽입곡 임재범의 ‘낙인’과 “산부인과”의 삽입곡 케이 윌의 는 음원 차트 1,2위를 기록중이고 신승훈, 백지영, 빅뱅, 김태우 등이 참여했던 드라마 “아이리스” OST는 지난 해 말 음반과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가기도 하였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히트곡들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양산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 한국 영화 음악, 아직 살아 있다 - 이에 반해 잘 만들어진 영화 OST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정된 제작비용 내에서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 초기 단계부터 음악에 대한 비중을 높이지 않는 이상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 쉽지 않다. 팝 음악을 사용하기에도 무척 많은 저작권과 인접권료를 지불해야 하며. 우리 가요의 경우에도 유명 아티스트가 노래하고 작곡가들에 의해 창작된 신곡을 만들기에는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뒤따를 것이다. 이미 알려진 가요를 쓰는 것은 영화에 별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도 영화는 극장에서 보통 한번 정도의 선택을 관객들로부터 받기 때문에 드라마의 연속성과 중독성에 비해 쉽게 대중에게 각인되기 쉽지 않다. 영화 관람 후 주위 레코드 가게를 찾아가 OST CD 한 장 사서 ‘추억의 부스러기’를 담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맘마미아”와 같이 10만장 이상 판매되는 음반이나. ‘마리아’와 같이 수 억원의 음원 매출을 올려주는 이른바 대박 영화 음반은 1년에 하나 나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인의 드라마에 열광하는 충성도는 거의 폐인수준이다. 그러나, 우리의 영화 시장 규모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고 열혈 영화 팬들이 수두룩하며 국제 영화제가 계절마다 개최되는 나라다. 연간 1억 명 이상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대한민국. 잠재적인 고객층인 관객들이 영화도 보고 음악도 살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동화시킬 수 있는 ‘좋은 영화 음악 만들기’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금맥을 찾으려고 좀 더 노력한다면 황금광시대가 다시 찾아 오지 않을까 ?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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